최치원이 금호미로 하루 만에 일군 숲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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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이 금호미로 하루 만에 일군 숲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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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인공숲 함양 상림

^^^▲ 상림자연스럽고 조화로운 인공숲
ⓒ 최경호^^^
올해는 예년에 비해 너무나도 더운 여름이다. 바다나 계곡에는 남녀노소들로 가득했다. 막바지 여름의 기승을 만끽 하려는 사람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는 그 차림새만큼이나 확끈하고 경쾌했다.

다른 해보다 유난히 더운 여름을 피해 우리는 함양 상림으로 향했다. 뜨거운 도로의 열기를 뚫고 더위에 지쳐 축축 늘어서있는 가로수를 따라 우리는 그곳으로 갔다.

함양 상림에 도착하니 나무들은 초록을 이고 숲을 찾은 이에게 그늘로서 수고로움을 전달한다. 상림 입구에 들어서자 마치 어머니의 품속에 안기는 듯한 아늑함과 포근함이 느껴진다.

^^^▲ 상림상림의 젖줄인 실개천이 흐르고 있다
ⓒ 최경호^^^
함양 상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숲이다. 그 소박함 때문인지 인공림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나무들이 적당히 배열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음이 느껴졌다.

고향을 떠올릴 때 가장 아름다운 풍경 한가운데에는 '마을 숲'이 있다. 그곳은 '수구막이' '숲정이' '성황림' '숲마당' '당숲'으로도 불리며 마을의 역사·문화·신앙을 바탕으로 유지되어 온 숲이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숲은 9세기 말 신라 진성왕 때 함양 고을 부사로 부임한 최치원이 조성한 함양 상림과 1648년 담양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성이 쌓은 제방에 조성한 관방제림이다.

이곳 상림은 소나무처럼 위로 치솟는 대신 나무들이 옆으로 나지막하게 퍼져 있어 아늑한 느낌을 준다. 지리산과 백운산에서 나무를 가져와 조성했다는 이 숲은 6만3천 평의 규모인 평탄지로 길이가 약 1400m, 최대 폭이 200m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느티나무, 가람주나무, 때죽나무, 갈참나무, 복자기, 꿀 참나무, 산초나무, 작살나무 등 약120여종 2만여 그루를 볼 수 있다.

이곳으로 자주 산책 나온다는 마을 주인들은 "최치원 선생께서 지리산과 백운산에서 손수 나무를 캐와 심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큰 태풍 때나 큰물이 날 때마다 상림이 함양을 살렸다"며 자랑이 대단했다. 최치원의 지혜와 덕이 오늘날의 함양 주민에게 큰 힘이 되고 있었다.

아름드리 수목이 하늘을 가린 상림을 걷다 보니 그 뜨거운 열기는 간데없고 간간히 불어오는 실바람에 상쾌함이 온몸으로 전달된다. 숲 안쪽으로 조금 더 걸으니 중앙을 가로지르는 너비 2m 남짓한 실개천이 흐르고 있다.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이 실개천이 숲 전체에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기 때문에 상림의 수목은 말라 죽는 일이 없다고 했다.

^^^▲ 상림함양의 읍성문 함화루가 옮겨져있다
ⓒ 최경호^^^
상림은 단순한 숲이 아니다. 함양 천년의 역사를 함께 품고 있다. 함양 읍성의 문으로 사용했다는 함화루가 이곳에 옮겨져 터줏대감처럼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1919년 함양 장날에 일어난 3·28독립만세기념비와 어느 개울가에서 발견된 '허리 부러진' 고려시대 석불도 이곳에 있다. 최치원 선생의 공을 기리기 위해 후손이 일제 강점기 때 세운 문창 최치원 신도비도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최치원은 신라 말 혼란스런 시기에 홀연히 갓과 신발만 남겨 둔 채 '입산시(入山詩)'를 짓고 자취를 감추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최치원은 금으로 만든 호미로 하루 만에 상림을 만들었으며 홀어머니에 대한 지극 효성으로 개미와 뱀, 개구리 세 가지를 없앴다고 전한다. 풀숲에서 어머니가 뱀에 놀라자 최치원이 상림 숲에는 뱀이나 개미 같은 해충이 들지 말라는 주문을 외웠다는 것이다.

혹시나 해서 마을 주민에게 그 진위를 물어 보니 "개미는 진짜 본 적 없고 개구리는 아주 작은 것이나 비 온 뒤에 조금 보인다. 주변 민가에나 구렁이가 이따금씩 나온다"며 상서롭고 신성한 곳임을 은근히 자랑한다.

상림 숲을 한 바퀴 돌려면 약 2시간 남짓 걸린다. 조화롭게 잘 꾸며진 샛길을 걷다 보면 일상의 고달픔이 사라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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