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수원특례시가 내세운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은 이름만 보면 따뜻하다. 시민의 목소리를 빠짐없이 담겠다는 의지, 정조대왕의 애민 정신을 잇겠다는 상징까지 더해지면서 정책의 외형은 분명 설득력을 갖는다. 실제로 시는 100일 동안 1,658건의 민원을 접수했고, 이 가운데 86%를 해결했으며 시민 만족도는 7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겉으로 보면 성과는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행정의 평가는 언제나 숫자 뒤에서 시작된다. 얼마나 많이 처리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결했는지가 본질이기 때문이다.
본보가 지난 4월 9일, 27일 문제를 제기한 이유 역시 단순하다. 민원이 많다는 사실 자체보다, 왜 같은 민원이 반복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확보한 자료는 그 질문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해결 완료 86%’라는 수치의 구조다. 총 1,658건 가운데 해결 완료로 분류된 것은 1,327건이다. 그러나 이 ‘해결 완료’라는 개념부터 명확하지 않다. 시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해결 완료의 정의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단순 안내가 포함됐는지, 부서 이관이 포함됐는지, 장기 검토 사안이 포함됐는지, 추진 중 민원이 포함됐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다.
더 들여다보면 수치는 더욱 복잡해진다. 전체 가운데 80%는 ‘처리 완료’로, 6%는 ‘추진 중’으로 분류돼 있다. 여기서 ‘추진 중’은 다시 6개월 미만과 6개월 이상으로 나뉜다. 그리고 14%는 중장기 과제로 따로 분류돼 있다. 결국 ‘해결 완료 86%’라는 숫자는 시민이 체감하는 ‘완결’과는 다른 층위의 개념일 가능성이 크다. 행정 내부에서의 처리 상태와 시민이 느끼는 해결 상태가 동일하게 취급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질문은 분명해진다. 과연 1,327건 가운데 실제로 시민 불편이 사라진 민원은 몇 건인가. 단순 안내나 설명으로 종료된 건은 몇 건인가. 예산이나 법령 문제로 장기 검토에 들어간 사안은 몇 건인가. 이 구분이 없다면 ‘86% 해결’이라는 수치는 설명이 아니라 포장에 가까워질 수 있다.
시민 만족도 역시 같은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시는 만족도를 70%로 발표했지만, 실제 조사에 응답한 인원은 1,164명 가운데 240명에 그친다. 응답률은 20.6%다. 다섯 명 중 한 명만 응답한 결과를 전체 시민의 평가로 일반화하기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더구나 만족의 기준 역시 세분화돼 있다. 매우 만족 34%, 다소 만족 36%를 합쳐 ‘만족’으로 묶었고, 보통 15%, 불만족 15%가 뒤를 잇는다. 결국 만족도 70%라는 수치는 긍정 응답을 합산한 결과일 뿐, 중립과 부정 응답까지 포함한 전체 체감도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특히 응답하지 않은 79.4%의 시민이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반복 민원 현황은 더 직접적인 신호를 준다. 특정 지역 주차장 건립 요청이 18건, 철거 요청 15건, 주차타워 건립 11건, 체육시설 건립 10건 등 유사 민원이 반복적으로 접수됐다. 주차장, 기반시설, 생활 편의시설과 관련된 요구가 다수라는 점은 단순한 민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시민 불편이 일회성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누적되고 있다는 증거다.
행정이 사전에 포착했어야 할 문제들이 민원이라는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같은 요구가 수차례 접수된다는 것은 해결되지 않았거나, 해결 방식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민원함이 ‘접수 창구’에 머무는 순간, 행정은 문제를 기록하는 데 그칠 뿐 해결하는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수원특례시는 시민소리해결팀 신설, 데이터 분석 대시보드 구축, 실·국·소장 책임 관리 등을 강조하고 있다. 체계는 분명 정비됐다. 그러나 체계의 존재가 곧 성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체계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다.
처리 기간은 실제로 줄었는가. 부서 간 책임 전가는 줄었는가. 반복 민원은 감소했는가. 장기 미해결 민원은 줄어들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수치로 제시되지 않는다면, 조직 신설과 시스템 구축은 설명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특히 생활민원은 행정의 가장 기초적인 영역이다. 도로 파손, 가로등 고장, 교통 체증, 보행 불편은 시민이 매일 체감하는 문제다. 이 문제들이 계속해서 민원으로 반복된다는 것은 예방 행정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신호다. 민원을 잘 받는 행정은 기본이다.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는 행정이 본질이다.
이번 자료는 수원특례시가 내세운 성과를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을 요구하는 것이다. 숫자는 출발점일 뿐이다. 그 숫자가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졌는지, 실제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가 함께 제시될 때 비로소 행정의 신뢰가 만들어진다.
‘폭싹 담았수다’라는 이름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시민의 목소리를 빠짐없이 담겠다는 의지 자체는 중요하다. 그러나 민원을 담았다면 그 다음 단계는 더 분명해야 한다. 무엇이 해결됐고, 무엇이 남아 있으며, 왜 해결되지 않았는지를 설명하는 것. 그리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
행정의 신뢰는 따뜻한 이름이 아니라 차가운 데이터와 명확한 설명에서 만들어진다.
본보는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시민소리해결팀의 실제 예산과 인력 구조, 민원 처리 단계별 세부 기준, 반복 민원 발생 지역과 유형, 그리고 장기 미해결 민원의 실태까지 보다 구체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
숫자로 완성된 행정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에서 증명되는 행정인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끝까지 확인할 것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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