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본사인 팔공총림 대구 동화사는 2025년 4월, 조계종 중앙종회의 결의에 따라 총림 지위를 공식적으로 상실했다. 이는 단순한 제도 변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교육·수행·율법이 어우러진 총림은 불교계 내 최고 수준의 종합 수행기관으로, 그 해제는 종단 차원의 중대한 결단이자 자정의 상징이다.
총림의 조건을 스스로 무너뜨린 운영 실태
조계종 중앙종회는 종정감사와 특별감사를 통해 동화사의 운영 전반에 심각한 부실이 있음을 확인했다. 회계자료 누락, 현금 중심의 고액 지출, 교육기관 운영 중단 등은 총림의 핵심 요건을 무너뜨리는 명백한 사유였다.
특히 교육기관 예산은 전년 대비 61%나 삭감되었으며, 강원과 율원, 선원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수행자와 교육승을 양성하는 총림 본연의 사명을 스스로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특정 인물 중심의 구조적 권력 집중
총림 해제의 배경에는 의현 승려의 리더십에 대한 구조적 문제도 자리하고 있다. 그는 1994년 조계종 종단개혁의 계기가 되었던 인물로, 당시 멸빈(승적 박탈)됐다가 수년 뒤 복권되어 동화사 방장에 추대되었다. 이후 해당 교구장직은 그의 측근이 연속적으로 맡아왔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이는 단순히 한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권한이 방장에게 집중되는 총림 체계 자체의 한계를 보여준다. 교구 운영 전반에 한 사람의 의중이 과도하게 작용하게 되면, 조직은 공동체성을 상실하고 위계에 갇히게 된다.
정부와 정치권의 무책임한 방관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부실 운영과 구조적 문제가 수년간 지적되어 왔음에도 문화체육관광부와 정치권이 사실상 방관에 가까운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이다. 국민 세금이 일부 지원되는 대규모 사찰의 운영이 감시와 점검 없이 수년간 지속된 것은 '종교 자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공공 책임이 방기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불자들의 실망과 내부 자정의 목소리
동화사 내부 재적승 22명으로 구성된 ‘대중회의’는 “총림 해제는 적법하며, 사찰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며 중앙종회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는 일부의 반발과 법적 대응 움직임과는 달리, 내부 자정의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출가자는 세속의 언어가 아닌 승가의 원칙과 공동체 정신을 따라야 하며, 그 정신은 진실 앞에 겸허히 참회하는 데 있다.
총림 해제는 종단 개혁의 완성이 아니라, 다시 시작되는 첫걸음
동화사 사태는 특정 사찰이나 인물의 일탈로만 볼 수 없다. 제도적 허점, 권한의 불균형, 그리고 감시 없는 자율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빚어낸 복합적 결과다.
조계종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제도를 개혁하고 권력을 분산하며, 수행과 교육이라는 본질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과거의 익숙한 관행에 안주할 것인가. 정부 역시 더 이상 종교 자율이라는 명분으로 공공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사찰 재정의 투명성 확보, 감사 제도의 제도화, 종교계 공공지원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절실하다.
맺으며
1994년 종단개혁은 단지 한 인물을 향한 반대가 아니라, 종단을 바꾸려는 모두의 외침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다시 같은 물음 앞에 서 있다.
권력은 사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향한 대중의 염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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