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과 김정은’ 데칼코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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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과 김정은’ 데칼코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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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좌)와 푸틴(우)/블룸버그 퀵테이크 캡처

병들어 추락하는 새를 본 적이 있는가. 아주 요란하게 날개를 퍼덕거린다.

북한 김정은이 최근 보인 행보는 죽음을 향해 추락하는 병든 새의 모습이다. 그런데 날갯짓이 너무 요란한 탓에 마치 대단한 역동성을 지닌 것처럼 착시효과를 일으킬 뿐이다.

이를 비유할 만한 제격의 인물이 있다. 바로 구한말 고종(高宗)이다. 마치 고종을 데칼코마니로 찍어낸 것이 김정은 같다. 어느 네티즌이 러시아에 집착하는 김정은을 고종의 아관파천(俄館播遷)에 빗대어 꼬집었는데, 이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고종과 김정은 두 사람이 겹치는 패턴은 망조가 뚜렷한 체제를 다시 일으켜 보기 위해 다시 나라를 창업이라도 하듯이 제국 흉내를 내는 것이다. 그 제국은 망국에 다름 아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현상을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라 말한다. 마치 죽은 고양이를 떨어트리면 땅에서 조금 튀어 오르듯 주가가 급락한 후 잠시 회복세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위원이 이를 정확하게 간파했다. 그는 22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최근 김정은의 다양한 움직임들이 ‘김정은 왕조’ 창업을 위한 시도라는 것을.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진 정통성을 부정하면서 자신과 김주애로 이어지는 새로운 왕조 체제를 일으키려 한다는 것이다.

그런 가정에서 다시 김정은을 보자. 할아버지 동상 철거, 아버지 인맥의 무자비한 숙청, 백두산에서 백마 탄 모습, 김주애 우상화, 최근 통일 없는 ‘남북 2국가’ 주장에 이르기까지 그의 행태를 새로운 건국이라는 가정에 대입해 보면 모두 해석이 된다. 어쩌면 김정은은 재일교포 출신 어머니를 둔 자신의 태생적 한계를 역설적으로 극복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침내 새로운 왕조의 신기루 때문에 환각에라도 빠진 걸까. 급기야 그는 무려 1만2천여 명의 군대를 러시아 전쟁에 투입하기에 이른다. 특수부대를 파병한 것은 일반 부대 사병들의 체구가 너무 작아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까 봐 준수한 군인들로 보냈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다음 달 1일께 투입될 쿠르스크 전선은 우크라이나의 화력이 집중돼 러시아 병사들이 혼을 내고 도망친다는 죽음의 땅 아닌가. 돈을 벌기 위해 최고의 군인들을 사지로 내모는 지도자가 또 있을까. 지금 쿠르스크를 향해 가고 있는 병사들은 맹목적인 충성심과 돈을 향한 열망이 있겠지만, 바보가 아닌 그들은 이 명분 없는 전쟁으로 수많은 전우가 피를 흘릴 때 많은 생각을 할 것이다.

김정은이 베트남 참전으로 경제를 일으킨 박정희 모델을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당시 우리는 산업화의 뜨거운 에너지가 넘쳤고, 단지 꼭 필요한 것은 달러였다. 지금 북한에 필요한 돈은 김정은 자신과 체제 유지를 위한 것 이상이 아니다. 그 돈이 무엇을 위한 것이든 인민을 명분 없는 이국의 전쟁터로 내몬 것, 이보다 더 확실한 체제 몰락의 징조가 뭐란 말인가.

그의 비극은 북한 병사들의 대규모 전사 또는 탈영으로 나타날 개연성이 아주 크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군 90% 이상 전사할 거라는 경고처럼 쿠르스크 전선 자체가 그만큼 위험하다. 미국과 나토(NATO)가 화력 지원을 대폭 늘릴 것이며, 그런 와중에서 한국의 최신 무기가 전선에 투입될 경우 남북 사이에 가장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지금 북한을 대하는 우크라이나의 태도를 보면 북한군이 포로로 잡히면 회유한 후 세계 언론에 인터뷰를 생중계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이 계산에 넣지 않은 매우 쇼킹한 장면일 것이다. 지금 우리 언론에 전해지는 북한군 모습들도 우크라이나 정부기관이 제공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 전쟁은 김정은에게 상당한 자금을 얻는 추악한 도박판이며, 그 외에 모든 걸 잃는 절망의 늪이 될 공산이 농후하다.

그런 이유로 김정은의 단말마 날갯짓은 사방에 먼지를 일으킬 뿐 한 뼘도 비상할 수 없다. 지금 북한은 체제를 떠받칠 내부적 힘, 그리고 대외적 지지 세력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다. 북한이 안팎으로 동력을 잃은 것은 지도부의 무능력, 너무 많은 악행과 거짓, 그리고 교만함 때문이다. 그 추락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고종은 조선의 마지막 왕이며, 김정은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마지막 지도자가 될 것이다. 멀지 않은 날에 그 결말을 보게 될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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