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상 모든 전쟁은 지도자의 오판(誤判) 때문에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오판의 정도와 방향이 완전히 어긋날 때 한 국가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세계가 그 반증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나 이스라엘을 공습한 이란의 연대 무장세력들이 힘겨운 전쟁의 늪에 빠진 것은 심각한 오판과 무관하지 않다. 그 오판의 결과가 자신들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이 두려워하고 있다’라면서 ‘이란을 중심으로 모든 저항운동에 적극 참여하라’라고 선언한다”라는 오판으로부터 중동 전쟁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주말부터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 근거지를 맹폭했고, 이 오판의 주역인 하산 나스랄라는 암살됐다.
개인적으로 분석하건대 이번 전쟁은 이란 동조 세력들이 이스라엘이 쳐놓은 함정에 깊이 빠진 것이라 확신한다. 하마스의 공습 첫날 도청과 암살이 전문인 세계 최고 정보기관인 이스라엘 모사드가 “하마스의 공습 준비와 미사일 화력에 대해 알지 못했다”라고 밝힌 점부터가 ‘깊은 함정’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이후에 일어난 전쟁 양상과 특히 최근 연쇄적으로 일어난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자급 타깃 암살, 그리고 이른바 현대판 IT 트로이목마에 비유되는 삐삐폭탄 공격을 보자면 이 전쟁은 이스라엘에 의해 치밀하게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전개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적했듯 ‘이스라엘이 두려워하고 있다’라는 헤즈볼라의 성급한 판단 역시 이스라엘의 계략에 의한 오판이었을 개연성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이 전쟁은 역사상 어느 전쟁보다 더 분명하게도 정보 전쟁에 다름 아니다. 이란과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의 모든 정보가 완벽하게 털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리더를 포함해 조직원과 근거지까지 거의 제거됐다. 보복을 다짐해 온 이란은 행동에 나서지 못한 채 지금 불안에 떨고 있다. 사실 미국은 이 전쟁을 말리는 ‘미운 시어머니’ 같은 존재다. 이스라엘의 간절한 목표인 중동의 판세 정리는 미국의 숙원이기도 하다. 정보의 수준 차이와 오판이 낳은 결과다.
앞서 벌어진 러-우 전쟁 역시 푸틴의 심각한 오판에 의해 일어났다. 푸틴이 예상한 1주일 혹은 1개월의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맥없는 항복을 전제로 세워진 뇌피셜에 불과했다. 그리고 보급 체계조차 부실한 소단위(대대급) 전술에 의존해 기습공격을 감행한 것은 역사상 가장 무모한 공습에 다름 아니었다.
그 자신이 소련 시절 KGB 출신인 푸틴이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무감각하고, 전술에 대해서도 안일했던 것은 다르게 설명할 길이 없다. 전쟁을 부추기는 군부의 꾐에 빠졌거나 푸틴 스스로 어리석었거나 둘 중 하나다. 결국 푸틴은 세계 최빈국 북한에서 포탄을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했고, 이제 세계가 이 러시아를 어떻게 재평가할지 GFP(세계국방력순위)가 제일 난감해졌다.
러시아와 이란은 지금 형편이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자국을 나락으로 몰고 간 지도자들의 오판은 왜 일어날까. 그 메커니즘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지도자의 판단을 가로막는 수많은 장애 요인들이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장애요인은 지도자의 아집(我執)이다. 히틀러도 그랬고, 진시황도 그랬으며, 수양제(隋煬帝)도 그랬다.
그들의 아집을 둘러싸고 집단지성의 힘을 가로막는 오판의 환경, 그것을 우리는 독재(獨裁)라 부른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