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장수 황제 ‘만력제’의 무능한 지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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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장수 황제 ‘만력제’의 무능한 지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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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제 재위 기간 47년 중 27~30년 어전회의 불참, 끝내 명나라 멸망
이 책의 핵심 주제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군주 한 명이 나라를 어떻게 시원하게 말아먹는 가를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중국 역사를 색다른 시각으로 저자 레이 황이 써내려간 “1587 만력15년 아무 일도 없었던 해”라는 책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이 “아무 일도 없었던 해”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대통령실의 모씨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다”는 말이 회자됐는데, 레이 황의 저서 제목과 너무나 일체감을 느끼게 한다. 나라를 망하게 한 “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말이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으면, 아무 문제도,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 너무나 멋진(?)말일 수도 있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군주 한 명이 나라를 어떻게 시원하게 말아먹는 가를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사에서 명나라 신종 만력제(明神宗 萬曆帝)는 명나라의 13대 황제이다. 그는 가장 오랜 기간 동안 황제의 자리에 있었으며, 황제 재위 기간(1563년~1620년)은 47년 동안이다. 재위기간 중 27년 동안은 이른바 어전회의(요샛말로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 같으면 근태가 너무 불량한데다 지도자로서 무능해, 도저히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없다며 국민들로부터 탄핵을 받을 만한 행태를 보였던 인물이 바로 만력제일 것이다.

27년 동안 어전회의에 불참한 만력제의 무사안일, 무능, 무지, 무법천지의 행태로 명나라가 멸망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지도자 한 사람이 수많은 국민들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평화로운 나라를 죽음의 나라로 몰아세우게 된 역사적으로 참혹한 사례를 만력제가 보여주는 셈이다.

만력제는 병을 핑계 삼아 27~30여 년 동안 사실상 직무수행을 거절한 셈인데, 이를 만력태정(萬曆怠政)이라 한다. 즉 만력제의 거만하고, 게으른 정치를 일삼았으니 이를 만력태정이라 한다. 오만하고, 게으른데다 행동이 느리고 움직이거나 일하기를 싫어하는 데가 있다는 뜻의 해태한 지도자가 민주주의 사회에 있다면 당연히 민주 시민들에 의해 그러한 지도자는 거부당할 것이다.

만력제의 일화 가운데 하나는 “거대한 명나라 국토 전역에서 날마다 수천 건씩 올라오는 상소(上訴)를 본체만체하고, 가득 쌓인 상소 문건들 위에 엎어져 잠을 잤다”고 한다. 만력제가 날마다 주색(酒色)에 빠져 있던 사람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매일 술을 마셔 어전회의 불참 혹은 지각참석, 혹은 주체할 수 없는 잠을 청하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만력제는 역대 황제들과는 다르다. 역대 군주들은 어찌됐던 일을 하다가 실패하기도, 성공하기도, 이도저도 아닌 것도 있었지만, 만력제는 “아예 일을 하지 않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니 겉으로 보이기엔 태평성대(太平聖代)로, 문제가 전혀 없는 마치 성군(聖君)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착각(錯覺)의 시대였을 것이다. 끝내 아무 것도 아지 않아서 나라를 망쳤다.

만일 무지(無知)하고도 무지(無智)한 지도자가 아무 일이나 저질러 놓으면, 그 나라는 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 들 것이다. 특히 나라와 나라 사이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만력제처럼 “아무 일도 하지 않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행태를 보인다면, 혹은 오히려 상대국가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행태를 보인다면, 국익 훼손은 물론 국민들의 자존심, 주권 국가의 정체성이 상대 국가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면서, 실질적 새로운 형태의 식민지로 전락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여러 해석들이 있지만, 만력제가 업무를 거부한 이유는 단순하게 게을러서가 아니라 꾀병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 정신질환이나 정치에 대한 환멸이 원인이라는 추측도 있다.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에 홍위병에 의해 만력제의 유골이 불에 타버려 현대적인 연구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의 연구와 여러 기존의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만력제의 몸의 상부가 눈에 띠는 곱추였으며, 왼쪽발이 약간 짧은 기형이었다는 관측도 있다. 그래서 황제의 업무를 거부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되면, ‘기가이 해이해지고, 군신(君臣)이 통하지 않으며, 이익을 쫓는 무리 배들이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면서 서올 이권 챙기기에 몰두하다 결국은 모두가 패가망신(敗家亡身)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명나라는 실제로 만력제의 무능과 오만 때문에 망했다고 볼 수 있다.

황제가 30년 동안이나 파업(罷業)을 한 까닭에, 중급 이하의 관리들 중에는 황제를 단 한 번이라도 봤던 경험조차 없는 사람이 많았으며, 하다하다 재상마저 황제의 얼굴을 까먹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야기조차 있을 정도이다. 가능하면 그러한 황제로부터 1cm라도 더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재상들은 없었을까?

또 만력제는 자기가 죽었을 때 들어갈 무덤 건설비용은 엄청났다는 것이다. 깊이 67m, 총면적 1,200 m²(약 364평) 나 됐으며, 자기 자녀에게는 한없이 후덕(厚德)했다는 것이다. 황태결혼비용으로 930만 냥, 의복비 등으로 280만 냥 등 약 1200만 냥을 사용했다고 한다.

2024년 5월 15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석가모니 부처는 룸비니 동산의 무수 나무 아래에서 태어났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동서남북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난 후, 두 손을 하늘과 땅을 가리키면서 사자후(獅子吼)를 외쳤다고 한다.

“하늘 위 하늘 아래의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 세계의 고통 받는 중생들을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天上天下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천상천하 아당안지” 실제적 사실관계를 떠나, 부처가 “그런 일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 난 분”'이라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의 덕목(德目)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서도 우선적으로 ‘정직성(正直性)’이다. 지도자가 이른바 “입만 벌리면 구라친다, 입벌구)”는 불만을 국민들이 가질기 시작하면 그 지도자는 무자격자이며, 그 나라는 불행해 질 수 있다.

또 다른 덕목 중 다른 하나는 지도자의 ‘인격(人格)’이다. 인격은 지정의 (知情意)의 균형, 즉, 지성, 감정, 의지 사이의 균형(balance)이다. 불균형일 경우, 국민들은 물론 마라 자체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흑역사의 대표적인 로마의 네로가, 독일 나치의 히틀러가 불균형의 본보기이다.

마디막으로 생각해 볼 덕목 중 하나는 ‘책임감(責任感)’이다. 무책임(無責任)은 국민과 국가를 망연자실(茫然自失)하게 한다. 국민들이 넋 나간 꼴을 한다는 뜻이다. 현 정권은 책임전가(責任轉嫁)가 정권의 표준이 되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한국의 2024년 5월 현재, 외교, 안보, 경제(경제안보 포함)가 핵심적 가치임에도 어느 것 하나 책임 있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책임회피(責任回避)에 급급한 정권은 나라를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는 위험이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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