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병시절 함께 한 '물돼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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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병시절 함께 한 '물돼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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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유출로 고래류인 '상괭이' 집단폐사 가능성 제기

^^^▲ '상괭이(물돼지)' 의 유영 모습.'고래연구소' 가 남해일대 고래자원조사 중 촬영한 것이다.
ⓒ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물돼지' 란 이름 들어 보셨나요?"

기자가 해병대 복무시절 얘기다. 83년 7월 경. 당시에 나는 김포 하고도 강화도를 거쳐 교동까지 들어간 적이 있었다. 입대 후 진해와 포항에서 보병과 행정 교육을 함께 받느라 동기들에 비해 다소 늦어졌고 맨 마지막이 되어서야 자대 배치를 받아 최전방 000초소(OP)까지 갈 수가 있었다.

초병으로 야간에 단기사병(방위병)과 한조를 이뤄 첫 근무로 동초막에 들어 간 날.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북한측 전방을 뚫어지게 응시할 때이다. 갑자기 어디선가 "푸우!~"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코 앞에 흐르는 임진강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 같았다.

전방을 살펴보니 어둠 속에서 희끄무레한 물체가 물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광경이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나는 바짝 긴장이 되어 총부리를 겨눈 채 " 누구냐 !~' 하며 소리쳤다. 그리고 머릿속엔 초병수칙과 외워둔 암구호도 떠 올리고, 누군가가 앞에서 나타나면 금새라도 방아쇠를 당길 그런 태세였다. 처음 겪는 상황인지라 그야말로 머리 카락은 쭈뼛 해지고, 진땀도 온몸에 흘렀다.

잠시뒤 그 물체가 물속으로 사라지며 주변은 조용해 지고 오싹한 침묵만이 흘렀다. " 만약에 저게 고무옷을 입고 침투하는 간첩 이라면 어떻게 하지. 그래 사후(事後)보고라 그랬지. 무조건 먼저 쏘는거야. 그러니 어떻게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 속으로 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전방을 향해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의심나는 그 물체가 움직이는 동선을 살피면서 온 신경를 곤두세웠다. 그러면서 방위병이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 살짝 곁눈질을 했다.

그런데? 아~니! 이 친구는 아무일도 없는 듯 태연하게 서 있는게 아닌가. 나는 너무 놀래서 속으로 공포에 휩싸여 있는데, 그것도 총을 어깨에 맨체 내 모습만 바라 보고 있었다. 게다가 내 행동이 너무 우스운 듯 급기야는 크게 웃기까지 했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싶었다. 그래서 너무 의아해서 그에게 '왜 그런 자세로 있느냐?' 고 물었다. 그랬더니 교동에 산다는 단기사병(출퇴근을 했슴)은 뜻밖에도 이런 말을 들려줬다.

"홍해병님. 저건 간첩이 침투해 오는 소리가 아니고 물속에 사는 '물돼지'가 내는 소립니다. 여기서는 다들 그렇게 부릅니다. 녀석이 물속을 헤엄쳐 다니다 가끔 물위로 올라와서 품어 대는 거니 아무런 신경 쓰지 마십시오"

설명을 듣고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신병인 내가 처음이라 모르고 엉거주춤 당황해 하니 자기 눈에는 내가 그렇게 우스울 수 밖에 없었을 게다. 아무튼 난 도대체 날 놀래킨 그 녀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너무 궁금했다. 기회가 되면 그 '물돼지' 를 자세히 한번 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궁금증은 어느날 낮에 동초 전망대에 올라감으로써 저절로 풀렸다. 작은 돌고래 처럼 생겼는 데 가끔 물위로 올라와 등을 보이면서 '푸우! 푸우! ' 하고 숨소리를 내는 걸 눈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임진강 하류에 나타나 헤엄치는 회색빛이 감도는 동물 이었다.

어둠 속에서 보면 마치 고무옷을 입은 간첩으로 오인하기가 십상이다. 몸길이는 어른 정도의 크기였다. 한 두 마리가 무리지어 다니며 비교적 얕은 임진강 하류까지 들어와 새우 등을 찾아 먹이 사냥을 하는 것이다. 특히 임진강 처럼 북한과 경계를 이루는 비무장 지대는 조용 하기에 사람을 무척 경계하는 '물돼지' 가 살기에는 아주 그만이다.

아무튼 전망대 위에서 내려다 보니 유유히 노니는 '물돼지' 가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녀석들은 전망대에서 외롭게 근무를 섰던 그 당시 나에게 '유일한 친구' 가 되어 주곤 했다. 그러면서 그 '물돼지'를 생각하면 놀라서 취했던 행동이 떠올라 지금도 빙그레 웃음짓게 해준다.

경계심 많은 작은 고래 '상괭이' ... 서해와 남해안 등 얕은 물에 서식.

'물돼지'는 서해안 남해안 일대 연안에 사는 작은 고래류로 '성광어(상괭이)' 라고도 불린다. (낚시꾼 들이 남해 등에서 잡는 물돼지는 통상 '부시리'나 '참돔' 등을 가리킴. 여기서는 멸종 위기에 놓인 작은 고래류를 말함).

이 '물돼지' 가 요즘 보도를 통해 다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사진을 보면 안타깝게도 모두 죽은 모습들 뿐 이다. 내 기억속의 그 동물이 맞다면 초병시절 내가 보았던 바로 그 순한 '물돼지' 들이 아닌가 싶다.

지난 10일 오전.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마을 앞 해변에서는 주민들이 기름범벅인 채로 죽어 있는 상괭이를 발견했다. 이 마을 박대연 이장은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피해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러 해변에 나갔는데 길이 1m 크기의 상괭이 한 마리가 기름을 덮어 쓴 채 죽어 있었다" 고 말했다.

16일에도 태안군 남면 곰섬 해수욕장에 기름이 묻은채 죽어 파도에 떠밀려온 성광어를 자원봉사자 오석봉씨(태안읍)가 발견했다. 아무튼 이번 기름유출 사고 이후 태안 지역에서만 7 마리의 '상괭이' 가 떼로 죽은 채 발견되어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주민들은 "사실 원유유출 사고 이전에도 태안지역 해변에서 죽은 상괭이가 흔하게 발견되곤 했다" 고 말을 한다. 그러나 상괭이들이 숨을 쉬기위해 수면으로 올라왔다 폐로 기름이 들어 가면서 폐사했을 가능성도 제기 되고 있다. 아니면 다른 이유일 수도 있다. 그래서 '야생동물 구조본부' 는 이번 원유 유출로 상괭이들이 폐사했는 지 여부 등을 가리기 위해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에 정밀 부검을 의뢰 했다고 한다.

기름 유출사고의 여파든 아니든 생물들이 곳곳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건 인재나 다름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태안군 일대가 기름띠 제거에 투입된 자원 봉사자들의 노력으로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미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황폐 해져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하루빨리 기름으로 부터 벗어나서 많은 어류들이 청정한 바다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그려보고, 어민들도 자신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 안정되길 기대해 본다.

'상괭이'(Neophocaena phocaenoides)는 어떤 동물인가?

상괭이(물돼지)는 현재 보호대책이 절실한 동물에 속해 있다.'상괭이'는 쇠돌고랫과에 속하는 여섯 종의 고래 중 하나이다. '쇠물돼지' 혹은 '무라치'라 부르기도 한다. 포유동물(哺乳動物)인 돌고래 무리 가운데 가장 작은 종류로, 등지느러미가 없고 머리가 둥글며, 주둥이가 튀어 나오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몸빛은 회백색이며, 몸길이는 1.5-1.9 미터 정도까지 자란다. 우리나라 연해(황해)에 흔히 나타나며 인도양 및 서태평양 해안의 얕은 바다에도 서식한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박겸준 연구원의 논문에 따르면 "상괭이는 서해안에 3만5000마리가 서식 중이며 매년 300여 마리가 어부들에 의해 혼획돼 희생 된다 " 며" 이 때문에 멸종위기종 혼획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되면 IWC(국제포경위원회)가 '고래 보호구역' 으로 지정, 혼획 고래의 상업적 유통 금지나 혼획 가능 어업에 대한 규제 등 다양한 제재 조치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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