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초저녁별처럼 쓸쓸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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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초저녁별처럼 쓸쓸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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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91>권대웅 "초저녁별"

 
   
  ^^^▲ 별이 떨어져 꽃으로 피어나는가
ⓒ 돌양지꽃/우리꽃 자생화^^^
 
 

들판을 헤매던 양치기가
하룻밤을 새우려고
산중턱에서 피우는 모닥불처럼
퇴근길 주머니에 국밥 한 그릇 값밖에 없는
지게꾼이 찾아갈 주막처럼
일찍이 인생이 쓸쓸하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이
창문을 열어놓고
뻐끔뻐끔
혼자 담배를 피우는
저 별

"용환아~이~ 고마 놀고 퍼뜩 저녁 묵어러 온나~ "
"창술아~ 저녁 다 됐다~ 퍼뜩 온나이~"

하루 해가 기울고 있습니다. 서편에 노을이 발갛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마을 곳곳에서는 새파란 연기가 스물스물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초가지붕마다 숨구멍처럼 숭숭 뚫린 그 굴뚝에서 피어오른 연기는 이내 마을을 파랗게 덮고 있습니다.

이윽고 어스럼이 어둑어둑 깔려오기 시작합니다. 들마당 곳곳에서는 달콤한 보리밥 익는 내음이 나기 시작합니다. 서편에 걸린 붉은 노을은 점점 검은 빛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서편 손 한 뼘쯤 되는 하늘에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노란 별 하나가 반짝거리고 있습니다.

저녁 준비를 모두 마친 마을 어머니들이 싸립문 앞에 서서 아이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놀이에 빠져 배고픔도 잊은 채 좀처럼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을 어머니들도 초저녁별처럼 집 앞에 서서 계속 아이들을 부르고 있니다.

그렇습니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문득 그때가 떠오릅니다. 마을 어머니의 목소리가 점점 커질 때마다 더욱 반짝반짝 빛을 내던 그 초저녁별. 무더운 여름철에도 이상하게 춥게만 느껴지던 그 초저녁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파르르 떨며 금방이라도 눈물 한방울 톡, 하고 떨굴 것만 같았던 그 초저녁별.

시인은 초저녁별을 바라보며 가난한 사람들의 배고픔과 인생의 덧없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초저녁별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들판을 헤매던 양치기가/ 하룻밤을 새우려고/산중턱에서 피우는 모닥불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초저녁별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퇴근길 주머니에 국밥 한 그릇 값밖에 없는/지게꾼이 찾아갈 주막처럼" 그렇게 배가 고팠습니다.

시인은 초저녁별을 바라보며 "일찍이 인생이 쓸쓸하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처럼 "창문을 열어놓고/뻐끔뻐끔/혼자 담배를 피우"며, 캄캄해질 때까지 초저녁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근데 초저녁별은 왜 그리도 쓸쓸하고 슬퍼게만 보일까요. 아마도 오늘도 스러져간 하루가 초저녁별이 되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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