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 총선 때 노무현 민주당의원은 자기 지역구인 서울 종로 대신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다. 결과는 한나라당 후보에 1만3000표 뒤진 완패였다. 1990년 3당합당 이후 지역구도를 거스른 세 차례 부산출마에서 모두 패배한 것이다. 노 의원은 가족 모임에서 “또 한번 쌍코피 터졌다”고 했다. 자신의 홈페이지엔 “농부가 밭을 탓할 수 있느냐. 이 나라와 부산을 사랑한다”고 썼다.
선거 다음날부터 노 의원 홈페이지엔 하루 500개씩 격려 글이 올라왔다. “노무현님 힘내세요”, “당신은 아름다운 패자(敗者)입니다”…. ‘지역구도에 맞서 싸우다 쓰러졌다’는 콘셉이 어필한 것이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이 생긴 것도 이때다. 정치인 노무현에게 2000년 총선패배가 없었으면 2002년 대선승리도 없었을 것이다.
5·31지방선거 후 노무현 대통령은 “한 두 번 선거에서 졌다고 역사의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 옳은 주장을 하는 사람이 선거에서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다. 선거에 졌다고 역사 속에서 역할이 틀린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어쩐지 2000년 부산선거에서 패배한 노무현 의원의 소감을 다시 듣는 기분이다.
그렇다면 6년 전 지역구도 대신 이번엔 무엇에 맞서 싸웠다는 말일까. 대통령은 “캐나다 보수당은 소비세를 도입했다가 선거참패를 당했다. 소비세 도입은 불가피했지만 당시 캐나다 국민의식 수준이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했다.
회피하는 모습은 얼마나 굴욕적인가?
민심에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사죄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