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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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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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故 이용석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 광주본부장 영결식장에서

 
   
  ^^^▲ ▲ 고 이용석 본부장의 분향소
ⓒ 사진/민주노총^^^
 
 

"동지가 남긴 뜻은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움직일 것입니다. 이제 그 뜻을 이어받아 인간이 인간을 차별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중단 없는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올 겨울 첫눈이 세상을 하얗게 뒤덮은 8일 오전,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분신·자살한 이용석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 광주본부장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던 서울 종묘공원. "열사정신 계승, 비정규직 철폐"라는 검은색 머리띠를 두른 7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연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부터 이 곳에 모여든 이들에게 먼저 간 동지를 떠나보내기 위해 흘린 눈물은 오히려 뼛속까지 파고드는 칼바람보다 더 차고 매서웠다.

특히, 지난 6일, 42일간 계속된 파업투쟁을 마감하고 이 곳으로 달려온 근로복지공단 비정규 노동자들의 입장에선 이날의 슬픔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슬퍼하는 것은 동지를 보내야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바로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차별이라는 두터운 벽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조합원 이강성 씨(가명. 28)는 영결식 내내 담배만 피워댔다.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던 이 씨는 끝내 복받쳐 오르는 설움을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조금만 더 일찍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관심만 있었어도 계약직 노동자들 역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혼자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었던 "비정규직 없는 세상"의 염원을 남은 우리가 기필코 이루어 낼 것입니다"

계속된 천막농성과 단식으로 지칠대로 지쳤다는 한 여성조합원은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를 공론화하지 못한 노동계를 비난했다.

자신을 회사측과 특수고용 관계인 레미콘 노동자라고 밝힌 이성진 씨(가명)는 "사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들은 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같은 일을 함에도 임금은 절반수준이고, 퇴직금, 상여금은 물론 각종 사회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등 극심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60%에 이르고 있다. 이 중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중은 이미 70%를 넘어섰다.

이들은 특히 임금이나 노동조건, 사회복지에서 정규직과는 극심한 차별을 받고 있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은 96만원으로 정규직 노동자 182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77만원으로 남성 정규노동자의 38.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가운데 파견 노동자와 용역직, 18세 미만의 임시직 노동자들의 작업실태는 더더욱 열악하다. 즉,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해도 임금은 정규직보다 절반 가량밖에는 받지 못하며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기본적인 사회보장 적용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환경 및 처우개선 등 문제해결에 대한 노력은 부족했다.

물론 비정규직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여론화시킨 지난 2000년 말의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의 장기간 파업을 계기로 이에 대한 논의가 어느정도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의 위협과 생존권 존립 속에서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오늘처럼 살아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던 적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42일간의 노숙투쟁과 파업을 거치면서 비정규직이 뭔지 알았고, 왜 싸워야 하는지 깨닫게 됐습니다"

장례가 진행되는 동안 입을 꽉 다물고 있던 정종우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위원장은 부활굿을 바라보며 비로소 입을 열었다.

"동지가 분신을 기도한 바로 그 장소에서 이제는 그를 멀리 떠나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그가 남긴 불씨는 수많은 조합원들의 가슴에 남아 8백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슴에 영원히 타오를 것입니다"

장례식에 참석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날의 슬픔은 새로운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인 동시에 희망을 찾아가는 시험대에 불과했다.

한편 이용석 본부장의 시신은 이날 오후 늦게 광주 5·18 묘역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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