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들을 둔 주부 배선경(39, 경기도 안산시 사동)씨는 며칠 전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녀온 이후 심한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소홀했던 담임선생님께 인사도 할 겸 모처럼 아들의 학교를 찾은 배 씨는 그러나 결국 아들과 함께 부리나케 학교를 빠져나와야만 했다.
학급 친구들이 아들에게 부르는 호칭을 듣고는 적잖이 놀랐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들에게 "애자야, 애자야"라거나 "얼른 메아리로 가라"는 등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전혀 몰랐다"는 배 씨는 잠시 후 말의 뜻을 알고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애자'는 장애인을 뜻하는 말이고 '메아리'는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시설을 갖춘 학교를 칭하는 은어. 이미 우리 모두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혹시나 나약한 마음을 안겨줄까봐 일반학교에 아들을 진학시킨 배 씨는 그길로 당장 인근의 장애인학교인 '명혜학교'에 아들을 전학시켰다.
"철없는 아이들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일부 선생님들까지 아이들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었다"는 배 씨는 그동안 아들이 겪어야 했을 고통에 눈물을 글썽였다.
배 씨는 "아무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갖추고 취업을 배려하면 뭐하느냐"며 ""이러한 장미빛 청사진보다는 진정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몇 년 전 버스에 안내양이 탑승했었을 당시 이들을 버스차장이라고 불렀던 시절이 있었다. 차장이란 단어가 직업의 역할과 의미를 전달하는데 아무 무리가 없고, 더우기 그 호칭이 '안내양'으로 달라진다고 해서 이들의 지위가 변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안내양들은 당당히 호칭변경을 요구, 관철시켰다.^
그 후 청소부는 환경미화원으로, 간호원은 간호사로, 보험아줌마는 보험설계사 등으로 그 이름이 변경됐다. 이들이 직업적인 의미에서 호칭을 변경했다는 점에서 이들과 장애인을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장애인을 무작정 천시하고 경원시했던 시절에 만들어진 호칭이 '장님'이라던가, '벙어리', '앉은뱅이' 등으로 비하하는 듯한 단어였던 것처럼 지금 배 씨의 아들이 들어야 했던 '애자'나 '메아리' 등도 결국은 장애인들을 우습게 여기고 박대하려는 우리들의 숨겨진 마음이 아니었을까.
일주일마다 한 번씩 장애인 재활센터를 찾아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도성연(21, 여, 대학생)양은 "장애인들의 해맑은 눈동자와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고 있노라면 정상인인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며 "그동안에 가졌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버스안내양이, 환경미화원이, 간호사가, 그리고 보험설계사가 새로운 호칭을 부여받을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가 이들의 인권을 배려하기 위해서였다.
장애인들이 더 이상 '장애'라는 고통에 '언어'라는 이중고통을 받지 않도록 이제는 그들의 인권을 배려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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