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춘련(春聯)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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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의 춘련(春聯)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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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면서도 다른 대륙인들의 봄맞이

^^^▲ 아파트 창문에 '춘롄'을 붙인 한 중국 가정
ⓒ 뉴스타운 이동훈^^^
올 겨울 유난히 매운 바람에 아직은 몸이 시리지만, 마음은 벌써 봄에 다가서 있다. 설 다음 날인 2월 4일은 입춘이다. 이 날 대문이나 청마루 기둥에 춘련(春聯)을 써 붙이는 것이 동양인들의 오랜 관습이다.

새 봄을 맞기 위해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 쓰기도 하고,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와 같은 문구를 쓰기도 한다. 춘련은 그 글자에 따른 저마다의 바람을 담고 있으나 우리 선조들은 간결한 문구 하나로 새로운 시간대를 맞이하는 자세와 마음의 고침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

춘지에(春節,설날) 전날이 되면 중국인들도 우리와 같이 대문이나 집 여러 자리에 이것을 붙이기를 좋아하는데, 중국 발음으로는 '춘롄'(春聯)이라 부른다. 춘롄은 글씨를 붙이는 장소에 따라 두이롄(對聯), 잉롄(楹聯), 원롄(門聯) 등으로 불리며,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제야(除夜)에 내건다. 여기에 들어가는 '롄'(聯) 자는 '잇다', '잇닿다'와 같은 의미인데, 문장에서도 연(聯)을 나누듯이 여러 글자들이 이어진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춘롄 풍습은 먼 고대 춘추시대(春秋戰國時代)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성한 나무인 복숭아나무 판자에 문신(門神)을 그려 넣은 일종의 부적을 대문에 걸어 잡귀를 물리쳤는데, 이것이 바로 춘롄의 시초라 전해진다. 이 풍습은 송나라 때 중국 전체에 퍼졌다.

춘추시대는 한국과 중국이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던 시대여서 이러한 같은 풍속을 이어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면서 한국과 중국의 독자적인 문화에 따라 형태와 내용이 달라져 왔다. 중국의 춘롄은 문구나 규격 등이 우리와 달라 정해진 형식이 없다. 그냥 정방형 사각모양의 종이에 '복(福)' 한 글자만 쓰는 경우도 있다. 또한 "사업(재물)이 크게 일어나라."는 뜻으로 '꽁시파차이'(恭喜發財)나 '셩이싱룽'(生意興隆)이라 써서 직접적인 표현으로 물질적 풍요를 기원하는 문구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이보다 더 큰 차이라면 우선 눈에 보기에 낯선 색깔이다. 중국인들은 붉은 종이에 글씨를 써 이를 '훙즈춘롄'(紅紙春聯)이라 부른다. 가정이나 상점, 건물 등의 입구에 여러 개의 훙등(紅燈)에다 붉은 그림인 '녠훠'(年畵)까지 아울러 이 춘롄을 붙인다. 그래서 음력 그믐날인 오늘 쯤이면 중국의 거리는 온통 붉은 물결로 휘황찬란하게 빛난다.

이 훙즈춘롄에는 흥미로운 일화가 전한다. 명나라 태조 주원장(朱元璋)은 사악한 귀신을 막기 위해 이 춘롄을 집집마다 의무적으로 걸게 했는데, 설날을 맞아 평복차림으로 민가를 돌 때 춘롄이 없는 집을 발견하게 된다. 알아 본 즉 집주인이 글씨를 쓸 줄 모른다 하여 써주려는데 흰 종이가 없어 붉은 종이를 내놓아 써 준 것이 유래가 되어 너도나도 이후로는 붉은 종이(紅紙)를 사용했다 한다.

보통 중국인들은 춘롄을 우리처럼 '입춘대길' 이런 식이 아니라 그냥 붉은색 바탕에 "복(福)"자를 붙이는 경우가 제일 많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가정에서는 이 '복'자를 거꾸로 붙인다.

여기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한다. 옛날 어떤 사람이 '복'이라는 글자를 몰라 거꾸로 붙였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보고 "푸-다오러"(복이 거꾸로 되었다 : 福倒了)"고 말했다. 이 말은 "복이 왔다"라는 의미의 "푸다오러"(福到了)"와 같은 발음이다. 이 때부터 사람들에게 '복'자를 거꾸로 붙이면 "복이 온다."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마치 '8'자의 발음이 '빠'라서 '발(發)'자와 같기 때문에 재산이 일어나는 숫자라고 믿는 중국문화와 일맥 상통하는 듯하다.

요즘 중국에서는 직접 춘롄을 직접 붓으로 써서 거는 이가 아주 드물다. 거리에는 공장에서 인쇄돼 나온 '춘롄' 똥시(東西, 물건-상품)들이 즐비하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이제 '복'이나 '봄'까지도 공장에서 찍어내는 시대를 맞았나 보다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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