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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새 ⓒ 이종찬^^^ | ||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아닙니다. 나는 아직도 그 사람의 이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목숨을 걸고 그토록 사랑했던 그 사람의 빛나는 이마, 긴 머리칼 사이 언뜻언뜻 드러나는 작고 부드러웠던 두 귀, 먹물처럼 까만 눈동자, 깎아 세운듯 오똑했던 코, 또렷하게 패인 인중을 타고 흘러내린 그 흑장미 같은 입술...
"바람이 불고/비가 올 때도/나는" 결코 그 공원의 그 벤취를 비추던 별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별빛 사이로 희미하게 우리를 비추던 수박등, 늘 우리들을 포근하게 숨겨 주었던 그 등나무 넝쿨, 그리고 우리들이 입 맞추기 좋게 등받이가 적당히 기울어진 그 벤취, 간혹 우리들을 비추던 그 하얀 달빛...
하지만 지금 그 "사람은 가고" 그때 그 순간이 화두처럼 가슴 깊숙히 남아 서늘한 바람이 불 적마다 내 가슴 속에서 실루엣으로 자꾸만 흔들립니다. 단풍잎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눈에 허깨비가 끼도록 그때 그 촉촉했던 입술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그때 그토록 아름다웠던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길을 가다가 문득, 때 이른 낙엽 한잎이 내 앞에 툭 떨어질 때면 더욱 그대가 그리워집니다. 내 주변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만 보아도 혹 그대가 아닌가 뛰어가서 확인을 하기도 합니다. 그만한 키, 그만한 긴 머리, 그만한 몸매를 가진 사람만 바라보아도 문득 그대로 착각할 때가 많습니다.
지금 비록 그 사람은 내 곁을 떠나갔지만, 아니 누가 먼저 떠나가버린 지도 모른 채 그렇게 헤어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 눈동자 입술은" 언제나 "내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가을이 오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때면 더더욱 "내 서늘한 가슴에" 남아 나의 마음을 마구 흔들고 있습니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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