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 음식점은 늘,
복성루라는 중국집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인자한 얼굴로 면발을 뽑던 그 아저씨 보이지 않고
파리한 처녀애가 나와 주문을 받는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장면을 말하지만
말은 곧 우물쭈물 사라져 버리고
내 손가락은 메뉴판의 치즈 버거를 가리킨다.
천육백 원짜리 치즈 버거에는
야채가 하나도 안 들어가요,
이천 원짜리 치즈 버거를 사세요,
맛도 좋구요, 건강식이에요.
처녀애는 기계음으로 내게 권하고
나는 먹고 싶지도 않던 야채 버거를
순순히 두 개나 사 든다.
내 마음 속 복성루는 어디로 갔을까.
종적 묘연한 상념 위로 흰 눈 내려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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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장이바위솔 ⓒ 우리꽃 자생화^^^ | ||
그래요. 그 중국집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내가 아주 어린 날,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 근처에 있었던 그 중국집. "평화반점"이란 간판이 붙어 있었던 그 집은 상남면 소재지에서도 유일하게 꼭 하나 있었던 중국집이었습니다. 그 중국집은 우리 반 아이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집이었습니다.
"오늘도 점심 메뉴가 자장면입니까? 김선생은 자장면을 그렇게 매일 같이 먹고도 질리지도 않습니까?"
"그럼 어떡하겠습니까? 신선생처럼 여우 같은 마누라도 없는데..."
"그러니까 김선생도 올 가실에는 장가를 들라니까요. 맨날 얼굴 반반한 여자만 쳐다보려고 하니까 지금껏 장가를 가지 못하고 있지요."
그랬습니다. 날마다 점심 때가 다가오면 내가 다니던 학교의 총각 선생님들은 대부분 그 집에서 자장면을 시켜 먹었습니다. 오전수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도시락을 다 까먹은 우리들은 교무실로 살금살금 다가가 자장면을 맛있게 먹고 있는 총각 선생님들의 입을 오래 쳐다보곤 했습니다.
"우와! 희한하다. 우째 저래 흔들기만 하모 면발이 되어서 나오노?"
"저거는 손이 아이고 자장면 뽑는 기계다, 기계."
하교길에는 입맛을 다시며 발뒷꿈치를 한껏 들어 그 중국집을 훔쳐보았습니다. 그럴 때면 으레 우리 반 아이의 아버지는 허연 밀가루 반죽을 이리저리 마구 흔들어 가느다란 면발을 뽑아내고 있었습니다. 우리반 아이의 어머니는 그 면발을 쫄깃하게 삶아 검은 짜장을 덮어 이내 맛있는 자장면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자장면이 먹고 싶었습니다. 누군가 소원을 말하라고 한다면 금새 자장면을 배 터지게 먹고 싶다고 말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때는 한번도 우리 반 아이의 부모님이 만든 쫄깃한 그 자장면을 먹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니, 보리밥조차도 배불리 먹을 수가 없었던 그런 시절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그 자리에는 그 중국집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지금 그 자리에는 네모 반듯한 10층짜리 건물이 우뚝 들어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건물 1층에는 맥도날드 햄버거라는 간판이 대문짝 만하게 붙은 가게가 들어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게 안에는 아직은 이마에 솜털이 보송보송 피어난 처녀애가 양손에 햄버거를 들고 바삐 나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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