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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니터 앞에서 프로그램 질문에 답하는 한 시민 ⓒ 사진/csmonitor.com^^^ | ||
유아원, 유치원, 중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면서 이러저러한 역사공부를 많이 한다. 그리고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라도 역사책에 박박 줄 그어가며 외우고 또 외운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 손때 묻은 페이지 수를 쳐다보며 하얀 부분이 많을 때 '이 책 다 보려면 아직 멀었는 걸'하고 심난해 하기도 한다. 그리고 시험을 치르고, 또 합격하고 나면 다 잊고 산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역사는 모르고 산다. 자신의 역사에 줄 그어가며 공부해본 적이 없다. 왜? 줄쳐가며 볼 나 자신의 역사책이 없으니까. 그저 기회가 있을 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 고작이다. 우리는 그렇게 맥도 없고 기록도 없이 살고 있다.
어디서 태어나셨죠? 첫 키스는 어디서 누구와 하셨는지 말씀해 주실래요? 어린 시절 뛰어 놀며 자라날 때 이웃은 누구였지요? 지금도 그 이웃과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나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슬펐던 순간은? 평생 같이 할 둘도 없는 친구는 있나요? 자신의 가족에 대해 후손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수 있나요? 첫아이 낳았을 때 느낀 기분은? 집 장만했을 때 집사람과 어떤 행사를 가졌나요?
우리는 매일 바쁘게 살면서 하루하루를 기록하지 않고 살기에 바쁘다. '기록보다 더 좋은 기억은 없다'고 하지 않는가. 기록은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고 남에게도 귀감이 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가족마다 독특한 고유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소중한 기억과 사건, 역사가 그저 세월과 함께 남김없이 흘러가 버리고 만다. 얼마나 아까운 일인가.
아까우면 기록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바쁘다 바뻐 세상'에 일일이 기록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무슨 첨단 기기가 나와서 내 몸에 지니고 다니면 매일 매일의 일상사를 기록해주는 도구는 없을까? '그것이 있으면 참 좋겠는데'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그런 것은 없다.
개인 역사 기록 체계화해야
사람은 누구나 소위 '지 잘난 맛에 산다' 그렇게 잘난 자기를 기록해 두면 더 좋지 않을까. 남에게 자랑도 할 겸. 그리고 자기 자식 귀여운 줄 모르는 사람 없을 것이다. 그렇게 귀여운 후손에게 즐거웠던 일, 슬펐던 일, 그리고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일, 성취한 일, 꼭 후손에 들려주고 싶은 말 등을 기록해 두면 자신만의 멋진 '아무개 역사책'이 되지 않을까.
자기 역사책은 일기와 다르다. 순수하게 자신만의 일이긴 하되 그때그때 사회에서 일어난 사건과 자신과의 관련이 있는 부분을 모아 정리하면 아주 소중한 일반역사와 자신의 역사가 어우러진 역사책이 될 것이다. 물론 일기식으로 기록해도 무방할 것이다. '아무개 역사책'은 개인별로 천차만별인 만큼 천차만별의 역사책이면 된다.
우리나라에는 족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족보는 오늘날 우리들이 공부했던 형식의 역사책이 아니다. 소위 가문 전체에 대한 족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자신만의 기록이 아닌 것이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혈통, 즉 계보학(Genealogy)이 있다. 우리의 족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적인 역사기록은 자칫 신변잡기 나열식이 되기 쉽다. 따라서 이런 신변잡기식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간헐적으로 생각나는 대로 기록할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기록으로 역사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첨단기술이 광범위한 개인역사 기록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2001년9.11테러 사건이 일어난 이후 계보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단순 족보형식이 아니라 자신, 가족의 역사 기록을 위한 계보 기록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한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가족 중 어느 하나가 세상을 떴을 때 그에 대한 기억만으로 살아가기엔 부족하다.
그래서 평소에 그에 대한 기록을 하고 그에 따르는 사건 사고, 생각, 대안 등과 함께 글을 엮어 독특한 가족사, 개인사 기록물(책, 오디오, 비디오, 시디 등)을 남기려는 성향이 생겨나고 있다. 후에 후손들에게 대물림하기도하고 어떤 경우에 한 국가의 획기적인 역사 기록물로서 남겨지기도 한다.
모 텔레비전 방송국 프로그램인 '진품명품'을 보라. 가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들이 엄청난 가치를 지니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지 않는가. 그런 유물뿐만이 아니라 서책이면 당시 사회상을 소상히 전해주어 나라 역사 발전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개인, 가족 기록물이 잘만 되면 후세에 큰 재산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첨단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 기록하는 일이 점점 더 쉬워지고 있다. 이런 기기들의 발달과 수많은 사건 사고를 거치며 기록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개인, 가족사 기록산업이 태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인생을 말하다(Telling Lives)"라는 실험적 프로젝트가 1980년대에 생겨났는데, 프로젝트에는 역사학자, 일반 학자, 큐레이터, 영화제작자, 예술가, 디자이너, 건축가 등이 참여해 프로젝트팀을 결성 일반 시민들의 역사의식을 고취시키고 각자 개인, 가족사에 대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로써 당시 약 10만명의 시민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 개인 및 가족사 역사 기록물을 만들기도 했다.
뉴욕에서도 뉴욕 시민을 대상으로 학창시절의 경험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모아 기록물을 만들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당초 큰 기대를 갖지 않았던 것에 비해 예상 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록물에 관심을 보이며 참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사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마저 엿볼 수 있었다고 프로젝트 관계자는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록물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컴퓨터 단말기 앞에 앉아 약 10분 동안 자신의 어린 학창시절에 대해 비디오 촬영을 한다.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램이 질문하는 대로 답변을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예, 학생이었습니다 또는 학생이 아니었습니다"라고만 답하면 되는 것이다.
기록실 밖의 대기실에서는 방문자에게 미리 인터뷰할 내용을 알려준다. 그렇게 해서 자기의 과거를 미리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다. 난생 처음 학교에 갔을 때 내 인형을 어떤 녀석이 빼앗아 가서 그때 어떠 어떠했다는 것을 미리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록물을 만들고 자기 과거의 사건 및 생각들의 기억을 중심으로 검색어를 만들어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록물들이 사회적으로 모이면 그 시대의 일반인들의 사회생활은 물론 그 시대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어 성공한 자 중심의 역사 기록물을 탈피한 역사적 가치 또한 매우 큰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기록물들은 박물관에서 소장자의 허락 아래 활용되기도 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매우 유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기록물 역사적 가치는?
'텔링 리브스' 프로젝트팀은 이런 기록물을 제작해 막상 활용해보니 자기 자신의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스럽게 알게 되며, 다큐멘터리 제작자나 영화제작자 등들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런 기록물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아주 좋은 소재를 제공하게 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나타났다고 프로젝트팀은 말한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팀은 오는 10월부터 뉴욕의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 방음 장치된 대화실(soundproof Story Booth)을 마련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자신의 개인적인 역사를 말하게 해 시디를 염가로 제작해 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개인적 역사를 말한 사람에게 이야기 키트(Storykit)를 제공해 뉴욕뿐만이 아니라 어디에서도 자신만의 비밀 번호로 거리에 설치된 대화실에 들어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화실에는 초소형 디스크 레코더, 마이크로폰, 헤드폰 및 관련 장치가 구비돼 있다.
이런 개인 역사기록은 기존의 매스 미디어가 개인적인 역사를 간과하거나 무색무취(無色無臭)하게 하는 것과는 달리 아주 독특한 개인적 문화를 발굴 기록함으로서 다양성의 사회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이런 개인적 녹취 기록물은 미국에서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연방정부가 조직한 한 기관에서는 300명의 실업자를 고용해 2,300명의 전 노예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녹음해 뒀는데, 후에 이 기록물은 아프리카-아메리카 역사를 연구하는데 아주 귀중한 자료가 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개인 기록물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최근의 한 실례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쇼아 재단은 대학살 생존자 5만1천명의 비디오 테이프를 확보해 이를 영화 및 역사 기록에 활용함으로써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한데서도 개인적 기록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이러한 예는 미국에서는 흔하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이러한 광범위하되 세심한 개인적 기록물 채취 및 보관, 활용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날이 다르게 첨단 영상 기록물 기기들은 발전을 거듭하면서 가격은 저렴해지고 있다. 보다 잘 조직된 기구가 저렴한 예산으로 엄청나게 큰 역사적 가치 창출에 참여하는 것이 개인, 가족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나아가서 세계적인 기록물 보유국으로서 명성과 함께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창출하는 지적 재산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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