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집 박 넝쿨에 달님을 붙들어 놓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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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집 박 넝쿨에 달님을 붙들어 놓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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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도 여전히 한가위 달님은 뜹니다

 
   
  ^^^ⓒ 김용철^^^  
 

고향에 잘 도착하셨습니까? 부모형제 친지, 추억의 친구 만나 즐거이 보내고 계십니까? 지지고 볶고 삶고 쪄서 맛난 음식 차릴 준비 잘 돼갑니까?

고향 동산에 둥근 달, 쟁반 같이 큰 달이 떴습니까? 초가을 맑은 저녁 하늘에 둥글둥글 노오란 달이 지축을 박차고 툭 튀어 올랐습니까? 동네에서 가장 높은 언덕으로 보름달 보러 가는 심성 고운 형제자매가 살았습니다.

'보름달 떴다!'고 소리쳐 기뻐하며 문턱에 넘어지지 않게 호들갑을 떨며 누이 오빠를 부르러 간 새 달님은 무에 그리 바쁜지 저만치 멀어져 갑니다. 얄미운 구름도 나그네처럼 달을 따라 나섭니다.

두 손 모아 빌어 봅니다. 잘 살게 해주세요.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사랑하게 해주세요. 다투지 않게 해주세요. 돈 좀 많이 벌게 해주세요. 서로 도와가며 살게 해주세요. 다시 한겨레 되게 해주세요. 장가 좀 가게 해주세요. 농사 좀 잘 되게 해주세요. 올곧은 정치가 되게 해주세요. 공부 좀 잘하게 해주세요. 빌고 또 빌어 가슴에 푹 안아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리 찾아도 달을 볼 수가 없다구요? 비 때문에 볼 수가 없다고요? 미운 구름 님 때문에 틀렸다구요? 삶이 팍팍하다구요? 울적하고 우울하고 침울하십니까? 명절 쇨 기분도 잘 나지 않습니까? 큰 일이네요.

우리는 산 너머 저 편에 숨어 있다가 휘영청 떠오르는 달님을 무척 보고자 애타게 기다립니다. 마치 임을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예요. 달빛을 조명 삼아 남정네들은 너른 마당에 멍석 깔아 고래고래 소리 질러가며 윷놀이 즐기고 여인들은 달 주위를 맴돌며 덩실덩실 춥니다.

오곡백과(五穀百果) 걸게 차려 배불리 먹고 맑은 술 담가 한 잔씩 나눠 마시며 흥겨움에 빠집니다.

같은 달인데 동서양의 느낌은 매우 다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달이 무척이나 고마운 존재입니다. 1년 중 보름(음력 15일)은 축제가 아닌 날이 거의 없습니다. 정월대보름부터 유월유두, 백중, 추석, 시제(時祭) 등 좋은 날 일색입니다. 한가위는 최대 명절 중 하나입니다.

서양(西洋) 사람들은 좀 다릅니다. 잦은 비가 연중 내리는 날씨가 지속되다보니 잠시라도 햇볕을 가리는 달이 미울 수도 있을 겁니다. 그네들 달이 뜬 날은 마음에 귀신 나오기 제격인 분위기죠. 영화 <비터문 Bitter-Moon>에 나오듯 증오의 달이기도 합니다. 유령, 어둠, 음모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 김용철^^^  
 

시절이 꽤나 어수선하지만 저 천리 길을 마다 않고 고향에 왔습니다. 몸이 지칠 만도 한데 사랑하는 가족, 꿈에도 그리던 고향 품에 안기니 피로는 말끔히 씻은 듯 합니다. 잠시 며칠이라도 온갖 시름 잊고 지내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좋아질 겁니다.

희망의 달은 잠깐 구름하고 논다고 합니다. 올해는 그렇게 딴청 부리게 놔두고 우리끼리 더 재미있게 즐깁시다. 제가 여러분께서 보고싶은 달을 그려 놓겠습니다. 그리고 둥둥 떠서 하늘 꼭대기로 못 가게 시골 초가지붕에 올려 박 넝쿨에 붙잡아 두겠습니다.

늘 한가위만 같기를 바랍니다. 자 그럼 이태백이 놀았다던 달, 토끼가 절구질했다던 달을 만나러 가실까요? 소원성취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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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훈 2003-09-10 20:57:31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와서 정말 걱정이네요. 이렇게 계속 오다가는 농산물 갑이 대폭을 뛸텐데... 휴우~ 날씨라도 좋아서 달이라도 봤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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