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읽을 수 없는 푸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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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읽을 수 없는 푸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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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18> 채호기 '바다'

바다에 와서야
바다가 나를 보고 있음을 알았다.
하늘을 향해 열린 그
거대한 눈에 내 눈을 맞췄다.
눈을 보면 그
속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바다는 읽을 수 없는
푸른 책이었다.
쉼없이 일렁이는
바다의 가슴에 엎드려
숨을 맞췄다.
바다를 떠나고 나서야
눈이
바다를 향해 열린 창임을 알았다.

 

 
   
  ^^^▲ 바다가 들숨은 썰물이며 바다의 날숨은 밀물이다.
ⓒ 이종찬^^^
 
 

한때 그 누군가 내게 물었습니다. 너는 산이 좋으냐, 바다가 좋으냐고요. 또한 올 여름휴가는 산으로 갈 거냐, 바다로 갈 거냐고요. 나는 당연히 바다가 좋으며, 올 여름휴가는 바다로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그 누군가가 다시 내게 물었습니다. 그러면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는, 그리고 겨울과 봄에는 어떡할 거냐구요. 나는 계절에 관계없이 바다로, 바다가 낳은 섬으로 여행을 다닐 거라고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만약 여러 분에게 그 누군가가 그렇게 묻는다면 무어라고 대답하실 건가요? 여름에는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 가을에는 단풍잎이 흐드드 지는 계곡, 겨울에는 이마에 하얀 띠를 두르고 손짓하는 산으로 갈 거라고 하실 건가요?

시인은 "바다에 와서야/바다가 나를 보고 있음을 알았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시인은 자신이 바다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다에 와서 "하늘을 향해 열린" 바다의 그 "거대한 눈에" 자신의 "눈을 맞"춰 본 순간 생각이 바뀝니다.

그리하여 "눈을 보면 그/속을 알 수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아무리 바다와 오랫동안 눈을 맞추고 있어도 "바다는" 여전히 "읽을 수 없는/푸른 책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쉼없이 일렁이는/바다의 가슴에 엎드려/숨을 맞"추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늘을 향해 열린 거대한 바다는 여전히 요지경 속입니다.

오래 바다를 바라보던 시인은 "바다를 떠나고 나서야" 자신의 "눈이/바다를 향해 열린 창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눈은 결코 바다의 모든 것을 볼 수가 없습니다.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듯 사람의 눈은 바다와 하늘에 매달린 조그만 창이자 이 세상의 작은 창일 뿐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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