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무엇을 찌르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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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무엇을 찌르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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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17>이하석 '못'

그들은 녹슨 몸 속에도 여전히 쇠꼬챙이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깃든 어느 곳에서든 부스럭거리며
그들은 긁고 찌른다. 흙 속, 헐어버린 건물 안,
이전해버린 공장의 빈터, 폐쇄해버린 술집의
판자 틈, 버려진 구석 어디에서나
그들은 내팽개쳐진 채, 나무든 흙이든 풀이든
바람이든 강철이든 지나가는 쥐의 발목이든 찌른다.

새로 짓는 건물의 벽에서도 떨어져 흙 속에 빠지면서
시멘트 묻은 서까래에 깔리면서 또 하나의 못이
집 밖을 나온다. 하수구를 지나 개울가
자갈밭에 만신창이 몸으로 떠돌다가
그는 침을 숨긴 채 물 밑에 반듯이 눕는다.
흐르는 물을 조금씩 찌르면서,
송어 아가미에 피를 조금씩 긁어내면서,
어느덧 그 자신도 쇠꼬챙이도 조금씩 꼬부라지면서.

 

 
   
  ^^^▲ 쪽제비 싸리
ⓒ 우리꽃 자생화^^^
 
 

세상에 못이 없다면 어찌될까요? 못은 언제나 날카로운 쇠꼬챙이로 무엇을 찌르려 하고 있습니다. 못은 제 각각 분리된 물체를 거침없이 궤뚫어 서로 하나가 되게 합니다. 또한 못은 무엇이든지 찌를 수가 있습니다.

"흙 속, 헐어버린 건물 안"이든 "판자 틈, 버려진 구석 어디에서나/그들은 내팽개쳐진 채, 나무든 흙이든 풀이든/바람이든 강철이든 지나가는 쥐의 발목이든" 가리지 않고 마구 찌릅니다. "새로 짓는 건물의 벽에서도 떨어져 흙속에 빠지면서"도 찔러야 할 곳은 반드시 찌르고야 맙니다.

그중 어떤 못은 반드시 찔러야 할 것을 찌르지 못한 채, 또는 그 무언가를 깊숙히 찔러 하나가 되게 했다가 마침내 수명이 다하여 "집 밖을 나"옵니다. 그 못은 "하수구를 지나 개울가/자갈밭에 만신창이 몸으로 떠돌"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두 눈을 부라리며 찌를 곳을 찾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침을 숨긴 채 물 밑에 반듯이" 누워 있는 것 같지만, 못은 천천히 "흐르는 물"까지도 "조금씩 찌르"다가 마침내 물 속에서 살아가는 "송어 아가미에 피를 조금씩 긁어내"기도 하다가 때가 되면 "어느덧 그 자신도 쇠꼬챙이도 조금씩 꼬부라지"고 맙니다.

못. 이 시에서 말하는 못은 대체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요. 늘 이리 저리 짓밟히면서도 못처럼 강인하게 일어서는 우리 민중들의 저항의 목소리는 아닐까요. 그도 아니면 강직한 어느 선비가 잘못된 정치권력을 향해 날카롭게 내뱉는 충언 같은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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