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에는 단풍을 안주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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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에는 단풍을 안주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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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16>이윤택 '취객'

난 말이야. 이렇게 술을 마시면서 백 살까지 살고 싶었어
술에 반쯤 절어서 기분 좋게 죽고 싶었어
봄에는 아지랑이 속에서 나도 아지랑이 되어 흥얼거리고
여름에는 뜨거운 자갈돌에 알몸으로 퍼질고 누워 독한 중국 술을 빨고
가을에는 단풍을 안주로 삼고
겨울에는 메주로 익고 싶었어
내 관절 마디마디 술이 가득 고여서
흐르는 시간 속에 형체도 없이 스며들어 가는 액체로
영혼 저편으로 흘러가고 싶었어
그런데, 틀렸어, 다 틀렸다
이 세상이 날 술 마시게 하지 못했어
십 년을 긴장하고 살다 보니까
아무리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아
두 눈 똑바로 뜨고 살아야 한다 하길래
그렇게 십년을 보내고 나니
내 관절 마디마디가 굳어져서
당취 술을 받지 않아
그래서 난 지금 복날 털 빠진 개로 이렇게 드러누웠어
소주가 되려고

 

 
   
  ^^^▲ 채송화
ⓒ 이종찬^^^
 
 

최명학 시인은 "한 말의/술을 마시고/한 말의/오줌을 싸고 나면/나는 텅 빈다"라는 시를 썼습니다. 그 시를 썼을 때 아마도 시인의 나이가 30대 초반 쯤 되었을 때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인은 지금 뇌줄중으로 인해 반 식물인간이 되어 병원에 드러누워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입니다.

술. 대체 시인에게 있어서 한 잔의 술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밥이 되지 못하는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이 마시는 한 잔의 술은 얼마나 독할까요? 아니, 탁주 반 되는 밥 한 그릇이라는 말처럼, 가난한 시인에게 술이 달콤한 밥이 될 수는 있을까요? 그도 아니면 시인이 살아가는 이 세상의 고통을 달래주는 최면제가 될 수는 있을까요.

이윤택 시인은 말합니다. "난 말이야. 이렇게 술을 마시면서 백 살까지 살고 싶었"다고. 그리하여 "술에 반쯤 절어서 기분 좋게 죽고 싶었"다고. "봄에는 아지랑이"가 되어 "흥얼거리고", 뜨거운 땡볕 아래서는 "자갈돌에 알몸으로 퍼질고 누워 독한 중국 술을 빨"다가 "가을에는 단풍을 안주로 삼고/겨울에는 메주로 익고 싶었"다고.

그리하여 "내 관절 마디마디 술이 가득 고여서/흐르는 시간 속에 형체도 없이 스며들어 가는 액체"가 되어 "영혼 저편으로 흘러가고 싶었"다고. 근데 그게 모두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냐구요? 눈알 빠지게 핑핑 돌아가는 이 세상이 시인에게 그 술조차 "마시게 하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또한 그렇게 "십 년을 긴장하고 살다 보니까/아무리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두 눈 똑바로 뜨고 살아야 한다 하길래/그렇게 십년을 보내고 나니/내 관절 마디마디가 굳어져서/당취 술을 받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지금 "복날 털 빠진 개"가 되어 드러누워 있습니다.

바로 내 영혼 저편으로 흘러가는 그 "소주가 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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