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0년의 불과 흙, 이제는 축제가 아니라 이천의 미래를 빚어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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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0년의 불과 흙, 이제는 축제가 아니라 이천의 미래를 빚어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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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한마디 "도자는 불로 완성되고, 축제는 미래로 증명된다"
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이천은 오랫동안 한국 도자의 중심지로 불려왔다. 흙을 빚고 불로 완성하는 시간은 이 도시의 산업이자 문화였고, 지역의 이름을 가장 선명하게 알린 힘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천도자기축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가 아니다. 축제를 통해 이천은 도자의 전통을 현재로 이어오고, 그 전통을 다시 미래 산업과 문화의 언어로 확장해 왔다. 올해 40회를 맞는 이천도자기축제는 바로 그 축적의 의미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자리다.

40주년이라는 숫자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한 도시가 하나의 문화축제를 40년 동안 이어왔다는 것은 그만큼의 역사와 신뢰, 그리고 시민과 도예인의 꾸준한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번 축제는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이천 도자의 가치와 축제의 역할을 한 단계 더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도자산업 활성화 플랫폼 구축, 지속 가능한 주민참여형 축제, 40주년 아카이브관과 명장의 작업실 운영은 그 방향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전통을 기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도자의 미래와 축제의 확장성을 함께 담아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올해 축제의 가장 큰 변화는 공간의 확장이다. 판매전은 약 900미터에 이르는 구간에서 펼쳐지고, 예스파크 3개 마을과 연계해 운영되며, 100여 개 공방이 함께 참여한다. 이는 단순히 행사장이 넓어졌다는 뜻이 아니다. 방문객이 한곳에 머무르다 돌아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마을 전체를 걸으며 도자와 예술, 사람과 공간을 함께 경험하도록 축제의 구조가 달라졌다는 의미다. 올해 이천도자기축제는 ‘구매하는 축제’에 머물지 않고 ‘머무르는 축제’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이 변화는 축제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방문객이 오래 머물수록 도자에 대한 이해는 깊어지고 공방과 마을, 상권을 함께 경험할수록 축제의 효과도 넓어진다. 공방 단위의 판매와 홍보, 체험의 기회가 자연스럽게 커지고, 지역경제에도 보다 실질적인 활력이 더해진다. 결국 올해 축제는 특정 공간 안의 판매 행사를 넘어, 마을 전체가 살아 있는 도자 플랫폼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기막골 도예촌이 또 하나의 중심축으로 자리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전통 도자의 정체성을 간직한 사기막골은 예스파크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축제의 깊이를 더한다. 40주년 기념 특별판매행사인 ‘40th-40% 스페셜 위크엔드’는 축제의 상징성과 소비자의 체감 만족도를 함께 높이는 기획으로 읽힌다. 여기에 한국도예고등학교 전시와 자체 소규모 전시관 운영까지 더해지면서, 사기막골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전통과 교육, 창작의 현재를 함께 보여주는 복합 공간으로 기능하게 됐다. 예스파크가 도자의 감각적 확장성을 보여준다면, 사기막골은 이천 도자의 뿌리와 정체성을 단단히 받쳐주는 축이라 할 만하다.

올해 축제에서 가장 상징적인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는 ‘명장의 작업실’이다. 축제장 내 대형 텐트에서 운영되는 이 공간은 완성된 작품만 감상하는 전시를 넘어 이천을 대표하는 도예 명장들의 작업 세계를 현장에서 직접 마주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관람객은 작품의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흙과 불, 손끝의 감각과 집중이 어떻게 하나의 도자로 완성되는지 가까이에서 경험하게 된다. 이는 도자를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과정의 예술, 시간의 예술로 느끼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이 프로그램이 특별한 이유는 이천 도자의 본질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도자명장 17명 가운데 8명이 이천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천이 왜 한국 도자의 중심지인지 설명해 준다. ‘명장의 작업실’은 그 명성을 단순한 수식이 아니라 현장의 힘으로 증명하는 공간이다. 관람객에게는 깊이 있는 체험이 되고, 이천 도자에는 자부심과 권위를 더하는 장면이 될 수 있다.

40주년 아카이브관 역시 이번 축제의 상징적 콘텐츠다. 이번 아카이브관은 축제 포스터와 기록물, 주요 장면, 세대를 거쳐 이어진 도자 문화의 변화와 성장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는 입체적 전시로 구성된다. 단순히 과거를 되돌아보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이천도자기축제가 어떻게 지역의 문화와 산업, 국제 교류의 접점을 넓혀왔는지를 함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외 교류도시 기념품 전시와 민간 교류도시 선물 전시, 한국세라믹기술원전까지 더해지면서 전통 도자문화와 현대 세라믹 기술, 지역성과 국제성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특별 프로그램의 확장성도 이번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예스파크 갤러리투어는 도슨트와 함께 도자예술마을을 깊이 있게 둘러보며 공간과 작품, 마을의 이야기를 함께 이해하도록 돕는다. AI 세라믹 팝업 전시는 전통 도자예술과 새로운 기술 감각이 만나는 실험적 무대로, 도자의 미래 가능성을 보다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낸다. 사찰음식 체험 프로그램은 도자기 그릇과 음식, 미감을 함께 경험하도록 하며, 도자의 쓰임과 아름다움을 생활 속 감각으로 확장한다. 이처럼 올해 축제는 도자를 중심에 두되 예술, 기술, 미식과 연결해 보다 폭넓은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40주년다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지역과 함께 만드는 축제라는 점도 이번 행사의 큰 강점이다. 소상공인 플리마켓, 도심공원 승마 체험, 도자문화마켓, 예술로62 마켓, 새러데이마켓 등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은 축제를 도예인만의 행사에 머물지 않게 만든다. 지역 상권과 예술인, 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함께 활력을 나누는 구조는 축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기반이다. 축제가 지역 안에서 생활형 문화경제의 흐름으로 자리 잡을 때, 그 의미는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도시의 자산으로 남게 된다.

관람객 편의 역시 세심하게 보강됐다. QR코드 기반 모바일 지도 서비스는 넓어진 행사장을 보다 쉽게 탐색할 수 있도록 돕고, 수유실 운영과 화장실 개방, 셔틀버스와 마을 순환버스 운영은 가족 단위 방문객과 외부 방문객 모두에게 한층 편리한 축제 환경을 제공한다. 여기에 Wi-Fi 기반 방문객 통계 분석을 도입해 축제 운영을 보다 정교하게 관리하려는 시도도 주목할 만하다. 감각적인 축제 위에 체계적인 운영을 더하겠다는 방향이 읽히는 대목이다.

제40회 이천도자기축제는 결국 과거를 기념하는 행사이면서 동시에 앞으로를 준비하는 무대다. 40년 동안 이어온 전통의 무게를 품되, 그 전통을 오늘의 감각과 내일의 가능성으로 연결하려는 점에서 이번 축제는 분명 한 단계 더 나아간 모습이다. 도자를 보고, 사고, 체험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천이라는 도시가 왜 도자의 중심인지 직접 느끼게 하고, 지역과 예술, 산업이 함께 살아 움직이는 장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축제는 며칠간 열리지만, 그 안에 담긴 도시의 힘은 오래 남는다. 제40회 이천도자기축제는 40년의 시간을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이천 도자의 다음 시간을 준비하는 축제로 기억될 만하다. 흙과 불이 만나 하나의 그릇을 완성하듯, 이천은 이번 축제를 통해 전통과 사람, 기술과 미래를 함께 빚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완성의 중심에는 여전히 도자와 도시를 함께 지켜온 이천의 힘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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