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운/김병철 기자] 행정의 출발점은 결국 시민의 목소리다. 제도가 아무리 정교하고 계획이 아무리 촘촘해도 시민이 일상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면 행정은 그 지점부터 다시 점검받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천시가 2025년 한 해 동안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민원 3만9,120건을 빅데이터 방식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시민체감형 행정서비스 개선에 나섰다는 소식은 단순한 통계 공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민원을 처리의 대상에만 두지 않고, 정책 개선의 기초자료로 삼겠다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이번 분석은 지역별 분포와 연령대, 신청 경로, 민원 유형, 처리 기간, 만족도까지 폭넓게 살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행정이 시민의 요구를 이해하는 방식도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접수된 민원을 개별 사안으로 처리하는 데 무게가 실렸다면, 이제는 수많은 민원 속에서 반복되는 패턴과 생활 속 불편의 구조를 읽어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천시의 이번 분석은 바로 그 변화의 흐름 위에 서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전체 민원 가운데 교통 분야가 68.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시민들이 행정에 가장 많이 호소한 불편이 결국 교통 문제였다는 의미다. 그중에서도 불법 주정차 관련 민원이 58.2%에 달했다는 결과는, 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 불편의 중심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도시의 성장과 생활권 확장, 차량 이용 증가, 주거와 상업 기능이 복합된 공간 구조가 맞물리면서 교통 관련 민원은 어느 도시에서나 가장 민감한 생활 행정 영역이 된다. 이천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수치는 다른 한편으로 보면 행정이 어디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지를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해 준다. 불법 주정차 민원이 많다는 것은 단속 수요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민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불편이 도로와 골목, 생활권 이동 환경에 몰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교통행정이 단순한 관리 행정을 넘어 시민 일상과 안전, 통행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행정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이번 분석에서 민원이 5월과 11월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도 의미 있게 읽힌다. 특정 시기에 민원이 몰린다는 것은 계절적 요인과 지역 행사, 이동량 변화, 생활 패턴의 변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자료는 행정에 중요한 힌트를 준다. 민원이 집중되는 시기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면, 해당 시기에 맞춘 선제 대응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즉, 단속 인력 배치와 교통 계도, 생활 불편 예방 조치, 현장 점검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지역별로는 부발읍 등 일부 지역에 민원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단순한 지역 통계로 넘길 사안은 아니다. 특정 지역에 민원이 몰린다는 것은 그 지역의 생활 여건과 도로 환경, 차량 흐름, 상업 밀집도, 주차 수요 등의 특징이 민원 발생 구조와 연결되어 있음을 뜻한다. 행정이 빅데이터 분석을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체를 뭉뚱그려 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 특성을 읽고 맞춤형 대응을 설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교통 민원이라도 지역별 원인이 다른 만큼, 해법 역시 현장 중심으로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
민원 신청 경로에서 안전신문고를 통한 접수가 83.3%를 차지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시민이 행정과 연결되는 방식이 이미 디지털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간편한 신고 체계는 시민 입장에서 접근성을 높였고, 행정 입장에서는 보다 빠른 민원 파악과 대응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행정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이 단순한 편의 제공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시민 불편을 더 민감하게 포착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청자가 30대에서 50대 남성 중심으로 나타난 분석 결과도 생활 패턴과 사회적 현실을 일정 부분 반영한다. 통행량이 많고 차량 이동이 잦은 계층이 민원 접수에서도 중심을 형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행정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즉, 현재의 민원 데이터가 실제 생활 불편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디지털 접근성의 차이, 연령대별 신고 습관, 생활권별 민감도 차이 등을 함께 분석한다면 보다 폭넓고 균형 있는 시민 체감 행정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천시가 이번 분석을 단지 현재의 수치 확인에 머물지 않고, 향후 행정서비스 개선으로 연결한다면 이런 부분 역시 중요한 정책 자산이 될 수 있다.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성과는 민원 처리 기간의 개선이다. 평균 처리 기간은 5.3일로 전년 7.9일보다 2.6일 단축됐다. 민원 행정에서 처리 속도는 시민이 가장 즉각적으로 체감하는 변화 가운데 하나다. 물론 민원 행정은 빠르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정확성과 실효성까지 함께 갖춰야 하지만, 처리 기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은 내부 행정 시스템과 부서 간 대응 역량이 일정 부분 개선됐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다. 다만 일부 부서 간 처리 기간 편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된 만큼, 이 부분은 앞으로 더 세밀하게 점검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이런 편차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점 자체가 행정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만족도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전체 민원 3만9,120건 가운데 불만족 사례는 361건, 비율로는 0.92%에 그쳤다. 수치상으로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는 전반적인 민원 응대와 처리에 대한 시민 신뢰가 일정 부분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읽힌다. 하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낮은 불만족 비율을 단순 성과로만 소비하지 않는 태도다. 적은 건수의 불만족 사례라도 그 안에는 행정이 놓친 현장 감각과 제도 보완의 실마리가 담겨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천시가 불만족 사유를 면밀히 살펴 제도 개선 가능성을 피드백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좋은 행정은 만족도 숫자를 자랑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불만의 원인까지 성실하게 들여다보는 데서 완성된다.
이번 분석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민원을 사후 처리 결과가 아니라 미래 정책의 재료로 삼았다는 데 있다. 교통 민원 다발 지역을 중심으로 단속과 계도를 강화하고, 민원 집중 시기에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디지털 민원 접근성을 높이고, 민원 응답 품질까지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방향은 생활 행정의 기본을 충실히 다지는 접근이다. 시민은 거창한 구호보다 눈앞의 불편이 줄어드는 변화를 먼저 체감한다. 골목길 주정차 문제가 개선되고, 반복 신고 지역의 혼잡이 줄어들고, 민원에 대한 답변이 더 신속하고 정확해질 때 비로소 행정은 시민의 신뢰를 얻는다.
김경희 시장이 “민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민 불편 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며 “분석 결과를 정책에 반영해 시민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것은 결국 행정의 방향을 데이터와 현장 중심으로 옮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행정은 이제 경험과 관성만으로 움직일 수 없다. 시민이 어디에서 불편을 느끼는지, 어떤 경로로 호소하는지, 어떤 분야에 불만이 집중되는지, 처리 과정에서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정확히 읽어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이천시의 국민신문고 민원 빅데이터 분석은 생활 행정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할 만하다.
민원은 흔히 불만의 기록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시각을 바꾸면 민원은 시민이 행정에 보내는 가장 직접적인 정책 제안이기도 하다. 시민은 불편을 신고하는 방식으로 도시의 문제를 말하고, 행정은 그 목소리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도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천시가 이번 분석을 통해 보여준 것은 단순한 통계 해석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에서 출발한 데이터를 행정 혁신의 자료로 삼겠다는 의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분석 그 자체보다 이후의 변화다. 교통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서 실제로 불편이 줄어드는지, 반복되는 생활 불편이 해소되는지, 민원 처리 속도 개선이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는지, 시민들이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는지가 앞으로의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다. 3만9,120건의 민원을 숫자로만 보지 않고 행정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는 자료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번 이천시의 시도는 생활 밀착형 데이터 행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출발이라는 사실이다.
시민의 하루는 행정의 보고서가 아니라 거리와 도로, 생활 현장에서 흘러간다. 그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것이 바로 민원이다. 이천시가 이번 분석을 계기로 시민 불편을 한 발 더 먼저 읽고, 한 걸음 더 빠르게 대응하는 행정으로 나아간다면, 이번 빅데이터 분석은 단순한 통계 정리를 넘어 시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의 언어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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