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복지의 사각은 시민의 책임이 아니라 행정의 속도여야 한다…안성시, 위기 이웃 발굴에 다시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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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복지의 사각은 시민의 책임이 아니라 행정의 속도여야 한다…안성시, 위기 이웃 발굴에 다시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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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마디 "보이지 않는 이웃을 찾는 일은 복지의 시작이 아니라 지방정부 책임의 출발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고물가와 고금리의 긴 터널이 길어질수록 가장 먼저 흔들리는 곳은 통계표의 숫자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이다. 월세 납부일을 앞두고 한숨이 깊어지는 한부모 가정, 생활비와 약값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고령 여성 가구, 소득은 줄었지만 제도 문턱은 여전히 높은 취약계층의 현실은 이미 우리 지역 곳곳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안성시가 오는 5월 29일까지 ‘2026년 2차 복지 사각지대 발굴 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배경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행정 일정의 반복으로 보기 어렵다. 최근 지속되는 생활물가 상승과 금리 부담, 여기에 대외 경제 불안까지 겹치면서 지역사회 내부의 취약성이 한층 깊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발 경제 위기 여파가 국내 민생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소득 하위 계층뿐 아니라 기존에 제도권 밖에 있던 잠재적 위기 가구까지 생활고의 파고가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굴은 시의 선제적 대응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기자가 현장을 바라보며 가장 먼저 주목하는 지점은, 이번 발굴 대상의 설정이 이전보다 한층 세분화됐다는 점이다. 안성시는 복합적 위기 요소를 가진 가구를 중심으로 한부모 가구, 모든 가구 구성원이 여성인 가구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소득 수준만으로 복지 수요를 판단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가구 구조와 사회적 취약성을 함께 들여다보겠다는 접근으로 읽힌다.

특히 모든 구성원이 여성인 가구를 별도 중점 관리 대상으로 설정한 부분은 의미가 적지 않다. 여성 고령 가구, 여성 단독가구, 돌봄 부담이 집중된 모자가정 등은 경제적 취약성과 함께 사회적 고립 위험까지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 복지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빈곤 그 자체보다도 ‘도움을 요청할 연결망이 끊어진 상태’다.

이번 발굴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권리구제 성격의 접근이다. 시는 소득 인정액이 낮아 기초생계급여 수급이나 차상위 계층 중 주거·교육급여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상자도 함께 발굴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 지원을 넘어, 제도를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시민을 행정이 먼저 찾아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자수첩의 시선에서 보면 복지 사각지대의 본질은 ‘가난한 사람을 찾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제도는 존재하지만 그 문턱을 넘지 못한 시민을 행정이 얼마나 먼저 발견하느냐의 문제다. 실제로 많은 위기 가구는 지원 대상임에도 신청 방법을 모르거나, 서류 부담, 심리적 위축, 낙인 우려 등으로 제도 접근을 포기한다. 결국 복지 사각지대는 시민의 무관심이 아니라 행정의 도달 속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안성시가 읍·면·동 단위에서 인공지능 기반 복지 상담 전화를 활용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AI 복지 상담(1600-2129)을 통해 1차 상담을 진행하고, 심층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즉시 현장 방문으로 이어지는 2단계 구조는 행정 효율성과 현장성을 함께 잡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의 도입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현장을 얼마나 보완하느냐다. 복지는 결국 사람의 문제다. 전화 한 통으로 드러나지 않는 생활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가족 갈등, 정신적 위기, 돌봄 공백 등은 현장 방문에서 비로소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AI는 어디까지나 입구일 뿐, 복지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의 발걸음에 있다.

안성시 관계자가 “AI 초기 상담과 현장의 발걸음을 하나로 묶겠다”고 밝힌 부분은 이런 점에서 방향성은 분명하다. 문제는 실행의 밀도다. 발굴 이후 실제 지원까지 이어지는 속도, 공적 지원 이후 사후관리 체계, 민간 자원 연계의 지속 가능성이 함께 담보되지 않으면 이번 발굴 역시 단기 캠페인에 그칠 수 있다.

기자가 지역 행정을 취재하며 늘 느끼는 점은 복지 정책이 보도자료 문장보다 훨씬 늦게 시민에게 도착한다는 사실이다. 발굴 계획은 신속하지만 현장 지원은 지연되고, 상담은 이뤄졌지만 실제 제도 연계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위기 가구에게 시간은 행정 절차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특히 긴급복지 지원은 초기 대응 속도가 핵심이다. 단전과 단수, 임대료 체납, 의료 공백, 식료품 부족은 하루 이틀의 지연이 삶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안성시가 긴급복지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우선 연결하고, 이후에도 위기가 지속되는 경우 민간 자원까지 연계하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기서 더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많은 위기 가구를 실제로 제도 안으로 끌어들였는가’다. 발굴 건수보다 실질 지원 건수, 지원 이후 위기 해소율, 재위기 발생률 같은 후속 데이터가 함께 공개될 때 비로소 정책의 실효성을 평가할 수 있다.

지역사회는 이미 복합 위기 시대로 접어들었다. 과거에는 저소득층 중심의 복지 수요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자영업 부진, 고정금리 대출 부담, 실직, 가족 해체, 돌봄 부담 등 여러 위기가 동시에 작동한다. 겉으로는 평범한 가정처럼 보여도 내부는 이미 무너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이번 안성시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은 단순한 복지사업이 아니라 지역 안전망 점검의 성격을 갖는다. 시민 한 명이 제도 밖에서 방치되는 순간, 그 부담은 결국 지역사회 전체로 돌아온다. 고독사, 아동 방임, 노인 빈곤, 정신건강 위기는 모두 초기 복지 접근 실패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정책에서 기자가 기대하는 부분은 행정의 ‘먼저 다가감’이다. 위기 이웃은 대개 먼저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도움을 요청할 여력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행정이 먼저 문을 두드려야 한다. 복지는 기다리는 행정이 아니라 찾아가는 행정일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가진다.

안성시가 이번 발굴을 통해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세밀하게 반영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읍·면·동 현장 인력의 대응 역량, 민간 복지기관과의 협업, 사례관리의 지속성은 향후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다.

결국 복지 사각지대는 시민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행정의 시야에서 벗어난 공간이다. 그 공간을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정교하게 메워내느냐가 지방정부의 책임이다.

이번 2차 발굴이 단순한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안성시 복지행정의 구조적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복지의 완성은 제도 발표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이 다시 안정되는 순간에 있기 때문이다.

기자수첩 한마디 "보이지 않는 이웃을 찾는 일은 복지의 시작이 아니라 지방정부 책임의 출발점이다. 안성시의 이번 발걸음이 숫자 성과를 넘어 실제 삶을 지키는 행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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