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결산검사는 행사로 끝나선 안 된다…안산시의회, 시민 혈세 앞에 더 매섭게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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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결산검사는 행사로 끝나선 안 된다…안산시의회, 시민 혈세 앞에 더 매섭게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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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마디 "결산검사는 좋은 말로 끝내는 절차가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끝까지 드러내는 과정"
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안산시의회가 지난 10일 의장실에서 2025 회계연도 결산검사위원 위촉식을 열고 본격적인 결산검사 절차에 들어갔다. 박은정 도시환경위원장이 대표위원을 맡고, 박경득·배서정·이정현·조동근 회계사와 김만균 교수, 양태호 전 안산시 세정과 과장이 결산검사위원으로 선임됐다. 이들은 오는 29일까지 20일 동안 세입·세출 결산을 비롯해 재무제표, 성과보고서, 결산서 첨부서류, 금고 결산 등 안산시의 지난 1년 재정 집행 전반을 들여다보게 된다. 절차만 놓고 보면 지방의회가 매년 반복하는 정례 일정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결산검사는 애초에 그런 수준에서 다뤄질 사안이 아니다. 그것은 연례행사도, 형식적 검토도 아니라 시민의 세금이 과연 제대로 쓰였는지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지방의회의 핵심 책무다.

지방재정에서 예산은 편성 단계보다 집행 이후가 더 중요하다. 편성 때는 그럴듯한 명분이 붙고, 사업 추진 당시에는 필요성과 시급성이 강조되지만, 막상 한 해가 지난 뒤 결산의 문 앞에 서면 남는 것은 냉정한 숫자와 결과뿐이다. 얼마를 썼는지보다 왜 그렇게 썼는지, 그 지출이 애초 목적에 부합했는지, 시민의 삶에 실제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바로 그 지점을 검증하는 것이 결산검사다. 그렇기에 결산검사는 단순히 장부상의 오류를 찾거나 수치의 정합성만 맞춰보는 작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적법성과 정확성은 기본일 뿐이고, 그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예산이 효율적이었는지, 성과가 있었는지, 낭비는 없었는지,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집행이었는지에 있다.

안산시의회가 밝힌 대로 이번 결산검사는 지방자치법과 관련 조례에 근거해 진행된다. 법적 근거가 분명하다는 것은 절차의 정당성을 의미하지만, 시민이 기대하는 것은 법에 맞게 위촉식이 열렸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시민이 보고 싶은 것은 이번 결산검사가 얼마나 깊이 있고 날카롭게 이뤄지느냐는 데 있다. 누가 위원으로 선임됐는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위원들이 무엇을 밝혀내고 어떤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느냐다. 회계사와 교수, 전직 공무원 등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 위원회가 꾸려졌다면, 이제 남은 것은 그 전문성이 실제로 안산시 재정의 취약지점을 얼마나 정밀하게 드러내느냐다.

결산검사에서 늘 경계해야 할 것은 ‘형식의 안도감’이다. 위촉장을 수여하고, 검사에 들어가고, 의견서를 내고, 추후 의회가 결산심사를 하는 일련의 과정은 외형상 아무 흠 없이 흘러갈 수 있다. 하지만 절차가 매끄럽다고 해서 내용까지 충실한 것은 아니다. 지방의회 결산검사가 시민들로부터 종종 통과의례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년 검사는 이뤄지지만, 지적은 비슷하고, 개선은 더디며, 다음 해 결산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불용액은 또다시 커지고, 이월사업은 다시 등장하며, 성과가 불분명한 사업은 별다른 재설계 없이 살아남는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결산검사는 검증이 아니라 절차적 확인에 머문 셈이다.

그래서 이번 안산시의회 결산검사는 무엇보다 결과를 남겨야 한다. 특히 세입·세출 결산을 들여다보는 데 그치지 말고, 그 집행이 정책 목표와 실제로 얼마나 맞물렸는지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예산이 전액 집행됐다고 해서 잘된 사업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예산이 많이 쓰였는데도 시민 체감 효과가 미미하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다. 반대로 집행률이 다소 낮더라도 사업 조정 과정이 합리적이었고 결과적으로 더 큰 손실을 막았다면 그것 또한 평가의 대상이 돼야 한다. 결국 결산검사의 핵심은 ‘돈을 다 썼느냐’가 아니라 ‘쓴 돈이 어떤 행정적 가치와 시민적 성과로 이어졌느냐’는 데 있다.

특히 성과보고서는 이번 결산검사에서 결코 형식적으로 넘겨선 안 될 영역이다. 지방재정 운용에서 가장 쉽게 포장되는 부분이 바로 성과다. 사업 부서는 대체로 자신들이 추진한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수치상 실적을 제시하며, 일정 수준의 결과를 성과로 보고하려 한다. 그러나 시민의 눈으로 보면 행정이 말하는 성과와 생활 현장에서 체감되는 성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수십억 원이 투입된 사업이 보도자료 몇 줄과 행사 사진 몇 장으로만 남았다면 그것을 온전한 성과라고 볼 수는 없다. 계획 대비 집행률만 높고 실질적인 정책 효과가 낮았다면, 그 사업은 결산검사 과정에서 반드시 문제 제기를 받아야 한다. 이번 검사위원들이 들여다봐야 할 것도 바로 이런 대목이다. 숫자가 아니라 내용, 집행이 아니라 결과, 보고서가 아니라 시민 체감까지 봐야 진짜 결산검사라 할 수 있다.

박태순 의장이 위촉식에서 결산검사를 시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였는지를 꼼꼼히 살피는 과정이라고 밝힌 것은 원론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역할은 원론을 말하는 데 있지 않다. 그 원론을 실제 감시로 증명하는 데 있다. 결산검사가 진정으로 시민 앞에 의미 있으려면 적당한 지적과 무난한 권고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무엇이 잘못됐고, 왜 반복됐으며, 어느 부서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까지 더 분명하게 짚어야 한다. 지방재정은 추상적인 숫자가 아니라 시민이 낸 세금이고, 그 세금은 행정의 편의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위해 쓰여야 한다. 그렇다면 결산검사는 당연히 시민의 관점에서, 더 엄격한 잣대로 진행돼야 한다.

이번 결산검사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반복 지적 사업의 개선 여부다. 이전 회계연도 결산검사나 행정사무감사에서 이미 문제로 지적된 사안들이 있었다면, 올해는 그 후속 조치가 실제로 이뤄졌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해마다 비슷한 내용이 지적되고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행정 미숙이 아니라 재정운영 전반의 구조적 무감각을 뜻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의회 역시 같은 문제를 반복 확인하는 데 그친 채 실질적 제동을 걸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결산검사는 단년도 점검이 아니라 누적된 문제를 추적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올해 결산서만 훑고 지나갈 것이 아니라, 이전 지적 사항과 연결해 개선 여부를 입체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성과가 불분명한 예산의 지속 편성 여부다. 지방재정에서 가장 위험한 관행 가운데 하나는 관성적 예산 편성이다. 한 번 만들어진 사업이 실효성 검증 없이 다음 해에도 반복되고, 예산 구조조정 없이 관례처럼 유지되는 일이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누적될수록 새로운 민생 수요에 대응할 여력은 줄어들고, 재정은 점점 경직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이번 결산검사에서는 사업의 지속 필요성 자체를 묻는 태도가 필요하다. 애초 목적을 달성했는지, 투입 대비 효과가 있었는지, 유사·중복 사업은 없는지, 굳이 같은 방식으로 계속 끌고 가야 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결산검사가 과거를 정리하는 일이라면, 동시에 다음 예산의 방향을 바로잡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민생 예산의 우선순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시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삶의 문제는 경기 침체, 일자리, 복지, 안전, 주거, 돌봄 같은 영역에 집중돼 있다. 그렇다면 안산시의 예산 집행 역시 이런 분야에서 얼마나 실효적으로 작동했는지를 검증받아야 한다. 반대로 외형적 성과를 앞세운 행사성 사업이나 보여주기식 집행, 실질적 효과가 불분명한 홍보성 예산이 상대적으로 과도했다면 그것 역시 결산검사 과정에서 정확히 드러나야 한다. 예산은 결국 행정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언어다. 어디에 돈이 더 쓰였는지를 보면 행정이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결산검사는 단순 회계 검증이 아니라 시정 철학을 읽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박은정 대표위원이 "책임감을 갖고 예산 집행의 적정성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밝힌 만큼, 이제 필요한 것은 원론적 다짐을 넘어서는 실제 성과다. 시민은 위촉식 사진보다 20일 뒤 나올 검사의견서가 더 궁금하다. 그 의견서가 얼마나 구체적인지, 어떤 문제를 적시했는지, 개선 방향을 얼마나 분명히 제시했는지에 따라 이번 결산검사의 무게는 달라질 것이다. 피상적인 표현과 무난한 권고로 채워진 의견서라면 시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반대로 사업별 문제와 구조적 취약점을 분명히 드러내고, 향후 예산심사와 연결될 수 있는 실질적 근거를 남긴다면 이번 결산검사는 안산시의회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기자는 여기서 안산시의회에 분명히 조언하고 싶다. 결산검사는 좋은 말로 끝내는 절차가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끝까지 드러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적법하다고 해서 모두 적정한 것은 아니며, 규정을 지켰다고 해서 모두 효율적인 것도 아니다. 합법의 외피 안에 비효율이 숨어 있을 수 있고, 집행의 형식적 완결성 뒤에 성과 부진과 책임 회피가 감춰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산검사는 숫자와 서류를 넘어 정책의 실질을 파고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반드시 향후 예산 심의, 사업 구조조정, 행정 개선 요구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산검사는 한 해가 지나면 잊히는 문서 작업에 불과하게 된다.

안산시의회가 이번 결산검사를 통해 보여줘야 할 것은 분명하다. 지방의회가 단지 집행부가 낸 자료를 확인하는 기관이 아니라, 시민을 대신해 예산의 타당성과 결과를 끝까지 묻는 감시기관이라는 사실이다. 위촉식은 시작일 뿐이다. 진짜 평가는 의장실에서가 아니라 결산서와 재무제표, 성과보고서 위에서 이뤄진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민의 신뢰는 행사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편한 문제를 피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 안산시의회가 이번만큼은 결산검사를 통과의례가 아니라 실질적 검증으로 남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민의 세금 앞에서 지방의회가 매서워지지 못한다면, 그 어떤 의정활동도 결국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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