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안산시가 시 승격 40주년을 맞았다. 40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한 연혁의 숫자가 아니다. 한 도시가 무엇으로 성장했고, 이제 무엇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되묻는 시간이다. 과거 40년이 산업과 인구, 도시 외형의 성장에 집중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40년은 청년이 이 도시에 남을 수 있느냐가 도시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도시의 미래는 청년 정착에서 시작되고, 청년 정착은 선언이 아니라 정책 구조에서 판가름 난다.
안산은 오랫동안 대한민국 대표 산업도시로 성장해 왔다. 반월·시화 산업벨트를 기반으로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형성했고, 수많은 기업과 노동자, 가족들이 이 도시에서 삶의 기반을 만들었다. 산업은 도시를 키웠고, 도시는 그 성장의 속도 속에서 팽창해 왔다. 그러나 지금 지방도시가 직면한 현실은 과거와 다르다. 인구 구조의 변화, 청년층 유출, 산업 구조 재편이라는 현실 속에서 도시의 지속 가능성은 더 이상 과거의 성장 공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누가 이 도시에 머무를 것인가, 누가 이 도시에서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가 새로운 질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점에서 최근 안산시가 보여주는 청년정책의 변화는 단순한 복지사업 확대 수준으로 볼 수 없다. 오히려 시 승격 40주년이라는 상징적 시점에서 안산이 다음 40년의 방향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병역의무 이행 청년카드다.
표면적으로 보면 하나의 신규 정책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이 담고 있는 행정 철학은 결코 가볍지 않다. 병역의무를 단순히 개인이 감당해야 할 책임으로 두지 않고, 지역사회가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할 가치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청년은 국가의 의무를 수행하는 동안 시간과 기회의 공백을 감당해야 한다. 사회 진입 시점이 늦어지고, 경력의 출발선이 밀리는 문제는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이를 공공이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
안산시는 이 지점을 정책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조례를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신청부터 발급까지 전 과정을 온라인과 모바일 앱 중심으로 일원화했다. 전역 청년이 별도의 복잡한 서류 제출 없이 모바일 카드 하나로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선다. 이는 청년정책의 언어를 바꾸는 방식이다. 무엇을 더 지원할 것인가보다 먼저, 청년이 이미 감당한 사회적 책임을 지역이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지원’에서 ‘가치 인정’으로의 전환이며, 청년을 시혜의 대상이 아닌 존중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의 변화다.
이 변화는 단일 정책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안산시 청년정책 전반에 흐르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시는 청년을 단순한 행정 수혜자가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위한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표현은 수사적 문장으로 소비되기 쉽지만, 실제 정책 구조 속에 녹아들 때 그 무게는 달라진다. 청년이 지역에 남는다는 것은 단지 한 세대의 삶을 지원하는 문제가 아니다. 노동력의 지속성, 지역 소비 기반, 공동체의 활력, 도시 인구 구조 안정과 직결되는 문제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는 활력을 잃고, 청년이 머무는 도시는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결국 청년정책은 복지의 언어가 아니라 도시 전략의 언어여야 한다.
안산시가 올해 청년정책을 4개 분야 66개 사업, 280억 원 규모로 편성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읽혀야 한다. 참여·권리, 일자리, 주거·복지, 교육·문화라는 구분은 단순한 행정 편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많은 지방정부 청년정책이 단위 사업의 나열로 흩어지는 반면, 안산시는 청년의 삶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려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정책 참여는 권리와 제안의 구조로, 일자리는 경험과 진입의 구조로, 주거는 정착의 구조로, 문화는 관계 형성과 지속의 구조로 이어진다. 이 연결이 살아 있어야 정책은 삶에 닿는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청년 참여 기반이다. 정책은 결국 당사자의 언어를 담아야 오래 간다. 안산시는 청년정책위원회, 청년활동협의체, 온라인 패널 운영과 함께 청년센터 ‘상상대로’와 ‘상상스테이션’을 중심으로 청년 의견이 실제 정책 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의견 수렴 절차와는 다르다. 청년을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제안자이자 실행 주체로 세우는 방식이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청년마블 스탬프런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청년이 정책 공간을 직접 방문하고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다시 새로운 제안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한 참여형 모델이다. 정책은 문서 속에서 설명될 때보다 현장에서 경험될 때 더 오래 남는다. 청년이 정책을 자신의 일상과 연결된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행정은 비로소 일방향 전달을 벗어나게 된다.
일자리 정책은 여전히 청년정책의 핵심 축이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안산시는 청년 행정 인턴, 행정체험 연수, 취업박람회 정례 개최 등을 통해 실무 경험과 취업 역량을 함께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 인턴사업은 청년이 직무를 경험하고 조직 문화를 이해하며 실제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안산시가 청년친화지수 일자리 분야에서 경기도 1위, 전국 2위, 청년친화 종합지수 전국 5위를 기록한 점도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물론 지표만으로 정책 성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실제 지역 정착률과 청년 체류 기간, 취업과 창업의 지속 가능성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안산시가 청년 일자리 문제를 단순 홍보의 언어가 아닌 구조의 언어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창업 분야 역시 눈에 띈다. 총 1446억 원 규모의 청년창업펀드는 단순한 지원사업 수준을 넘어 도시의 미래 산업 구조와 연결된다. 로봇과 AI 등 미래산업과의 연계를 확대하며 창업 공간, 교육, 멘토링, 사업화 지원, 온라인 판로까지 단계별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 과거 산업도시 안산이 제조업 기반 성장의 상징이었다면, 앞으로의 안산은 청년 기반 미래산업 도시로의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주거는 청년정책의 현실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분야다. 일자리가 있어도 주거가 불안정하면 청년은 남지 않는다. 안산시가 월세 지원,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 지원, 이사비 및 중개보수 지원 등을 포함한 ‘청년 주거 안정 든든 패키지’를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년에게 주거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도시 정착의 핵심 조건이다.
문화와 생활 정책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다. 청년이 지역에 남는 이유는 일자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관계를 맺으며 도시와 정서적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안산시가 e스포츠 페스티벌과 청년의 날 축제를 통해 청년 간 네트워크와 참여 기반을 확대하려는 것도 결국 ‘살기 위한 도시’에서 ‘살고 싶은 도시’로 가기 위한 시도다.
시 승격 40주년은 기념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음 40년을 설계해야 하는 시점이다. 과거 40년이 산업도시로서의 성장 역사였다면, 앞으로의 40년은 청년을 붙잡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청년정책은 더 이상 단순한 복지 예산 항목이 아니다. 도시의 생존 전략이며, 미래 경쟁력의 핵심 축이다.
안산시가 보여주는 변화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청년을 비용으로 볼 것인가, 미래로 볼 것인가. 그 답에 따라 도시의 다음 40년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지금 안산이 써 내려가고 있는 정책의 방향은 분명하다. 청년을 붙잡는 도시만이 미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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