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원은 ‘폭싹 담았수다’, 그런데 행정은 무엇을 놓쳤나…수원시가 답해야 할 본질적 책임
스크롤 이동 상태바
[기자수첩] 민원은 ‘폭싹 담았수다’, 그런데 행정은 무엇을 놓쳤나…수원시가 답해야 할 본질적 책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한마디 "수원시는 이제 답해야 한다. 민원을 폭싹 담았다는 말 뒤에, 과연 행정의 책임까지 함께 담아냈는가"
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수원시가 야심차게 내세운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은 이름만 놓고 보면 시민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선 행정처럼 보인다. 정조대왕의 애민 정신을 계승했다는 상징성까지 덧붙이며 시는 지난 100일간 1,658건의 민원을 접수했고, 이 가운데 86%를 해결했으며 시민 만족도는 70%에 달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숫자만 본다면 성과는 분명하다. 그러나 기자의 시선은 언제나 숫자의 바깥, 그리고 그 숫자가 만들어진 구조를 본다.

이번 민원함을 단순히 성과로만 바라보기에는 불편한 질문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지점은, 애초에 왜 시민의 불편이 별도의 ‘특별 민원함’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누적됐는가 하는 점이다. 도로 파손, 교통 체증, 생활 악취, 불법 적치물, 보행 안전, 상하수도 문제와 같은 생활 밀착형 민원은 본래 시청 각 부서가 상시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기본 업무다. 시민이 일상 속에서 겪는 불편을 신속히 접수하고 해결하는 것은 행정의 가장 기초적인 책임이며, 별도의 브랜드를 붙여 다시 강조해야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번 민원함은 역설적으로 기존 행정 시스템이 제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름을 붙이고, 100일 집중 운영이라는 이벤트 형식을 입히고, 별도 홍보를 통해 성과를 부각했다는 것 자체가 평소 민원 처리 체계에 시민 신뢰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일 수 있다. 시민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폭싹 담았수다’라는 친근한 표현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본질적인 질문은 왜 이런 민원이 기존 체계에서 제때 해결되지 않았느냐는 데 있다.

더 들여다보면 수치의 실체 역시 냉정하게 검증돼야 한다. 수원시가 내세운 86% 해결률은 분명 인상적인 숫자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해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 문제 원인이 제거되고 시민 불편이 완전히 해소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담당 부서 회신 완료, 접수 처리, 추진 중 단계까지 포괄해 계산된 수치인지에 따라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행정은 종종 답변 완료를 해결 완료로 포장하는 오류를 범한다. 하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해결은 공문 한 장이나 문자 회신이 아니라 눈앞의 불편이 실제로 사라졌는가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도로 포트홀 민원이라면 실제 보수가 끝났는지, 반복 침수 민원이라면 배수 체계가 개선됐는지, 악취 민원이라면 원인 시설에 대한 조치가 이뤄졌는지가 핵심이다. 이 본질을 외면한 채 수치만 앞세운다면 성과는 행정 내부 보고서에서만 존재할 뿐 시민 일상에서는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한다.

만족도 70% 역시 마찬가지다. 만족도는 응답 구조와 표본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지표다. 응답하지 않은 시민들의 침묵은 행정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불만족한 시민일수록 조사에 응답하지 않거나 이미 기대를 접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수치만 전면에 내세워 성과를 강조하는 방식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민원함이 자칫 집행부의 본질적 책임을 희석시키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원은 시민의 불편이 표면으로 드러난 결과물이다. 그 이전 단계에서 도시 관리, 시설 점검, 교통 체계 운영, 생활환경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상당수 민원은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민원이 대량으로 접수됐다는 사실은 단순한 시민 참여 성과가 아니라 기존 행정 운영 전반에 대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수원시 집행부는 이번 민원함을 ‘잘 담아냈다’는 성과로만 포장할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 많은 민원이 쌓였는지 구조적 원인을 먼저 설명해야 한다. 반복 민원은 어떤 부서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는지, 장기 미해결 사안은 무엇인지, 동일 유형 민원이 누적된 지역은 어디인지, 사전 예방 행정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 이번 민원함은 일회성 홍보 이벤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행정의 본질은 접수 건수를 자랑하는 데 있지 않다. 시민이 굳이 민원을 넣지 않아도 일상이 불편하지 않도록 만드는 데 있다. 이번 100일 민원함이 끝난 뒤에도 같은 민원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성과가 아니라 실패다. 숫자는 균형을 맞출 수 있지만 시민 체감은 숫자로 덮이지 않는다.

기자수첩 한마디 "수원시는 이제 답해야 한다. 민원을 폭싹 담았다는 말 뒤에, 과연 행정의 책임까지 함께 담아냈는가. 이번 민원함은 성과의 시작이 아니라 집행부 책임을 묻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본지는 다음 후속 기사에서는 ‘해결률 86%’의 산정 기준과 반복 민원 발생 지역, 부서별 처리 구조를 집중 추적해 수원시 집행부의 사전 예방 행정이 왜 작동하지 못했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짚어볼 예정이다. 단순한 성과 수치를 넘어 실제 시민 체감과 현장 개선이 이뤄졌는지, 그리고 반복 민원이 특정 지역과 부서에 집중된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지 후속 보도를 통해 이어갈 계획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칼럼/수첩/발언대/인터뷰
방송뉴스 포토뉴스
오피니언  
연재코너  
지역뉴스
공지사항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뉴스타운TV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