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타운/김준혁 기자] 수도권 규제의 틀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국회로 향했다. 산업 구조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이를 규율하는 제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의식이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다. 특히 첨단산업 경쟁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입지 규제가 산업 성장의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천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도권 규제 개선 필요성을 공식화하며 국회에서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이천시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강사랑포럼’ 제3차 회의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연보전권역 규제 합리화와 산업입지 규제 개선을 핵심으로 하는 공동건의문 발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중앙정부와의 직접 소통 필요성에 대한 공감 속에 마련된 자리로, 송석준 국회의원을 비롯해 용인·광주·양평·여주·가평·하남·의왕 등 수도권 지자체장들이 함께했다. 국무조정실과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관계 부처도 참여해 규제 중첩 문제와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발표된 공동건의문은 단순한 규제 완화 요구를 넘어 제도 전반의 재설계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전면 재정비를 비롯해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과 수변구역 등 물환경 규제의 합리적 개선, 자연보전권역 조정과 산업입지 규제 완화, 중첩규제 해소와 인구감소 대응책 마련,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세제 규제 개선 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포럼 측은 1980년대 초 도입된 규제 체계가 현재의 산업 구조와 도시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수도권과 지방 모두의 성장 동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천시는 별도로 지역 현안에 기반한 구체적 개선 과제도 제시했다. 총 6건으로 구성된 건의안은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건축 면적 기준 완화, 기존 공장의 한시적 증설 허용, 공업용지 조성 규모 확대, 반도체 산업 입지규제 특례 도입, 대학 이전 규제 개선, 특별대책지역 고시 정비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제조시설 면적과 산업용지 규모 제한이 첨단 제조업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현재 제도는 공업용지 규모를 제한하고 있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AI 산업의 집적을 어렵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이천시는 공업용지 조성 규모를 기존 6만㎡에서 최소 30만㎡ 수준으로 확대하고, 생산시설 대형화 흐름을 반영한 면적 기준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기업 유치 차원을 넘어 산업 생태계 형성과 직결된 문제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또 하나의 핵심 요구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입지규제 특례 도입이다. 이천은 이미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각종 중첩 규제로 인해 연구개발과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연계 집적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반도체 특례지역’ 또는 ‘첨단전략산업 특례지구’ 지정 등을 통해 생산과 연구, 인재 양성이 함께 이뤄지는 산업 클러스터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경희 이천시장은 장기간 유지된 규제 체계의 한계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자연보전권역이라는 이유로 40여 년간 이어진 규제가 지역 발전뿐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 성장에도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번 건의가 정책과 법령 개정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환경과 개발이 충돌하는 구조를 넘어, 두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발전 모델을 만들어가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이번 공동건의는 개별 지자체의 요구를 넘어 수도권 규제 전반에 대한 구조적 문제 제기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천시는 향후 한강사랑포럼과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중앙부처와 협의를 이어가며, 건의 과제가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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