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원특례시 의회의 첫 장면은 '계획'이 아니라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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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원특례시 의회의 첫 장면은 '계획'이 아니라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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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마디 “새해의 첫 장면은 시작이 아니라 점검이었다.”
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연초 의회는 대개 ‘비슷한 화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같은 화면이라도 해마다 자막은 달라진다.

수원특례시의회 제398회 임시회 첫 본회의는 그런 차이를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새해 첫 회기라는 말이 종종 관성처럼 들리지만, 이번 회기는 ‘새해’보다 ‘정리’에 가깝다. 지난해 남겨둔 지적을 어떻게 접수했고, 올해 내민 계획을 어떤 순서로 세울 것인지—그 두 시간이 같은 회기 안에서 겹쳐졌다.

의회는 27일 본회의로 문을 열고 오는 2월 6일까지 일정을 잡았다. 기간은 11일. 짧다면 짧다. 그렇다고 가벼운 회기라고 보기도 어렵다. 2025년도 행정사무감사에서 나온 시정·요구사항의 조치계획이 올라오고, 2026년도 주요업무 추진계획이 함께 논의된다. 과거의 점검표와 미래의 로드맵이 한 장에서 만나는 구조다. 회기의 성격을 ‘업무 보고’로만 묶으면 이 결합이 가진 의미가 흐려진다. 여기서는 “작년의 말”이 “올해의 문서”로 바뀌는 과정이 드러난다.

개회사에서 이재식 의장이 꺼낸 단어는 무겁지 않게 들리면서도, 수원이라는 도시의 규모를 감안하면 결코 가벼운 말이 아니다. 책임, 신중, 협치, 실천. 익숙한 단어가 연초마다 되풀이될 때, 시민들은 그 말을 ‘또 한 번의 선언’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다만 특례시 의회라는 조건 속에서 이 단어들은 작동 방식이 조금 다르다. 수원은 정책의 스펙트럼도 넓고 예산의 단위도 크다. 의회에서 나온 한 문장이 곧바로 행정의 방향과 예산의 구조로 번역될 수 있는 도시다. 그래서 연초의 메시지는 상징이 아니라 일종의 ‘기준선’에 가까워진다.

의장의 발언에는 경제 지표에 대한 언급도 들어갔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했다는 대목은, 지방의회 개회사에서 자주 들려오는 소재는 아니다. 변화를 읽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회의장에서는 그 문장이 ‘지방’과 ‘경제’를 한 프레임에 두려는 시도로 들렸다. 글로벌 불확실성이라는 말이 따라붙고, 그 속에서도 한국의 저력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성장의 중심”이라는 표현과 수원의 역할을 연결한 대목은, 의회가 지역 현안을 넘어 더 큰 흐름의 문맥을 의정 메시지에 끌어오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이날 본회의의 또 하나의 축은 양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다. 연설은 흔히 ‘정치의 언어’로 분류되지만, 지방의회에서는 종종 ‘시정의 체크리스트’로 기능한다. 더불어민주당 김동은 대표는 협치와 통합을 전면에 놓고, 민생을 우선에 둬야 한다는 의정 방향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박현수 대표는 ‘경제특례시’에 맞는 책임 있는 시정 운영을 언급하며, 재정의 건전성과 정책 중심 전환을 당부했다. 같은 회의장에서 다른 단어들이 오갔지만, 두 연설은 결국 ‘행정이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공유하고 있었다. 표현의 온도는 달라도, 결론의 형태는 의외로 비슷하다. 생활을 움직이는 것은 구호보다 행정의 선택이고, 선택은 숫자와 절차로 남는다.

연설 다음으로 5분 자유발언이 시작될 때다. 발언은 짧다. 짧기 때문에 문장 하나가 남기는 잔상이 크다. 이날 발언에 오른 의원들의 주제는 서로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시민들이 “왜 이렇게 됐지?”라고 묻기 쉬운 영역을 건드렸다는 점이다.

김소진 의원은 의왕시의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계획을 거론하며 전면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환경·시설 문제는 ‘원칙’과 ‘현실’이 맞부딪히는 분야다. 누구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시설이 자기 생활권 가까이에 오면 반응은 즉각 달라진다. 행정은 종종 ‘절차’를 들고 나오지만, 주민들은 ‘생활’을 먼저 꺼낸다. 지방의회가 이런 사안을 본회의 발언으로 끌어올릴 때는, 법정 계획과 주민 정서 사이의 간극을 전제로 한 질문이 붙는다.

김경례 의원은 정자동 공업지역 이전 논의의 재시작 필요성을 언급했다. 도시 안의 산업과 주거가 부딪히는 지점은 시간이 갈수록 더 복잡해진다. 이전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곧바로 이해관계가 입체화된다. 이전 대상이 되는 곳의 노동과 생계, 이전을 원하는 쪽의 생활 환경, 땅의 가치, 교통과 기반시설, 그리고 대체 부지의 문제까지 동시에 등장한다. 논의가 멈춘 기간이 길었다면, 멈춘 동안 바뀐 것은 숫자와 지형뿐만이 아니다. 주민들의 인내심도, 행정의 설계도도, 시장의 온도도 달라진다. 그래서 ‘재시작’이라는 말은 간단해 보이지만 무게가 있다.

오혜숙 의원은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 원칙과 공정한 행정 운영 필요성을 비판했다. 이 주제는 행정의 ‘태도’를 묻는 질문이다. 정책이나 사업을 넘어, 공공조직이 어느 지점에서 균형을 잃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다. 시민의 눈에는 행정이 공정해 보이는지가 중요하고, 행정의 입장에서는 절차가 정당했다고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사이의 간극이 커질 때 “정치적 중립”이라는 단어는 현실의 긴장을 드러내는 표현이 된다.

이런 자유발언들은 당장 결론을 만들지 않는다. 다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문을 열어둔다. 실제로 지역 현안은 본회의에서 ‘발화’된 뒤, 상임위 논의, 집행부의 보고, 관련 부서의 검토로 이어지며 형태를 바꾸곤 한다. 한 번 입에 올려진 의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행정 문서로 환원된다. ‘발언’이 ‘자료 요청’으로, ‘자료’가 ‘검토 보고’로, ‘보고’가 ‘예산·사업’으로 이어지는 흐름. 의회가 가진 힘은 종종 그 연결 과정에서 드러난다.

이번 임시회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숫자가 있다. 의원발의 조례안 27건. 제정 11건, 일부개정 16건. 숫자만 놓고 보면 “조례가 많이 올라왔다” 정도로 정리하기 쉽다. 하지만 이 숫자가 담고 있는 것은 단순한 분량이 아니다. 조례는 지방정부의 ‘일하는 방식’을 규정한다. 사업이 왜 생겼는지보다, 사업이 어떤 절차로 운영될지를 결정하는 문장들이 조례에 들어간다. 민생·안전·복지·환경·교통 등 생활 영역 전반을 다루는 조례가 한꺼번에 상정됐다는 것은, 결국 시민의 일상에 가까운 곳에서 제도 보완 요구가 누적돼 왔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조례가 상정되는 회기가 행감 조치계획과 업무계획 논의와 함께 구성된 점도 특징적이다. 이 조합은 ‘점검–설계–추진’이 한 회기 안에서 교차하는 구조다. 행감 조치계획은 작년의 질문을 문서로 봉합하는 작업이고, 업무계획은 올해의 방향을 숫자와 일정으로 배치하는 작업이며, 조례안은 그 방향을 제도화하려는 작업이다. 회기 안에서 이 세 층위가 동시에 돌아가면, 의정활동이 단절된 이벤트로 보이기 어렵다. 한 장면이 다음 장면을 호출한다.

행정사무감사 조치계획은 특히 ‘후속’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의미가 달라진다. 감사가 끝났다고 해서 질문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지적이 기록으로 남고, 그 지적에 대한 답이 조치계획으로 제출되며, 계획이 실제로 이행되었는지는 다시 시간이 지나 확인된다. 그래서 조치계획은 “그때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는 행정의 응답이기도 하고, “어디까지 했는지 보여 달라”는 의회의 요청이기도 하다. 문서가 오가는 구조는 단순해 보이지만, 이 구조가 유지되는지 여부가 지방행정의 신뢰를 좌우한다.

업무계획 논의도 마찬가지다. 연초에 나오는 계획은 늘 ‘좋은 단어’로 가득하다. 문제는 단어가 아니라 방식이다. 어떤 목표를 어떤 순서로 추진할지, 무엇을 근거로 우선순위를 정했는지, 부서 간 역할은 어떻게 나뉘는지—이런 실무적 질문들이 계획을 실체로 만든다. 의회가 업무계획을 다루는 방식은 바로 그 실체에 접근하는 과정이다. “하겠다”는 문장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지방행정은 결국 “어떻게 할 것인가”가 남는 세계다.

이날 정치적 수사로 충돌하는 장면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대신 행정의 내용과 절차, 그리고 생활 현안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면에 나왔다. 이런 회기의 분위기는 대개 ‘큰 사건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회가 관심을 두는 프레임이 달라졌다는 신호일 때가 많다. 특례시 의회가 다루는 것은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라, 도시 운영의 구조다. 구조를 다룰 때는 목소리의 크기보다 문장의 정밀도가 먼저 요구된다.

새해 첫 회기라는 말이 만들어내는 착시도 있다. 시작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새로워 보이지만, 사실 의정의 대부분은 ‘이전의 연장’이다. 작년에 제기된 문제는 올해 조치계획으로 돌아오고, 올해 세운 계획은 내년 평가표로 돌아온다. 조례는 통과되면 끝나는 것 같지만, 시행 단계에서 다시 질문을 받는다. 회의장은 그 순환을 가장 응축해 보여주는 장소다. 기자석에서 보면 특히 그렇다. 발언 하나가 기록으로 남고, 기록은 다음 회기의 질문이 된다. 의회의 시간은 그렇게 쌓인다.

제398회 임시회 첫 본회의가 남긴 인상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수원특례시의회가 2026년을 시작하면서 선택한 첫 장면은 ‘선언의 과시’가 아니라 ‘문서의 정리’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행감 후속 조치와 업무계획, 그리고 다수의 조례안이 같은 회기에 올라온 것은, 의회가 의정의 초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말의 세계에서 문서의 세계로, 문서의 세계에서 실행의 세계로 넘어가는 길목. 그 길목은 늘 조용하지만, 도시 운영의 방향은 종종 그런 조용한 회기에서 정해진다.

본회의는 끝났고, 회기는 진행 중이다. 그러나 회기보다 더 길게 남는 것은 회의록이다. 그 회의록 위에는 연초의 다짐도, 정당의 기조도, 생활 현안에 대한 문제제기도 함께 적힌다. 한 줄 한 줄이 당장 현실을 바꾸지는 않더라도, 다음의 질문을 준비하게 만든다.

기자수첩 한마디 "수원이라는 도시가 커질수록, 그런 질문의 무게도 함께 커진다. 이번 임시회는 그 무게를 의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 첫 장면을 보여준 자리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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