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상을 받는 순간은 짧다. 사진 한 장, 악수 몇 번, 소감 한 문장. 하지만 농산물 브랜드는 그 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상이 끝난 다음 날부터가 진짜다. 소비자가 다시 고를지, 아니면 다른 이름으로 넘어갈지가 그때부터 결정된다.
이천시가 산업정책연구원(IPS) 주관 ‘2026 브랜드 명예의 전당’ 시상식에서 농특산물 브랜드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년 연속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간단하다. 하지만 같은 평가를 세 번 연달아 받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먹거리는 더 그렇다. 한 해는 좋아도, 다음 해까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매년 다르다. 날씨가 다르고, 토양 상태가 다르고, 농가의 손길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서 브랜드가 붙은 농산물은 늘 시험대에 오른다. 소비자는 “이번에도 괜찮을까”를 묻는다. 그 질문에 매번 같은 답을 내놓아야 브랜드는 살아남는다.
시상식에 참석한 김경희 이천시장은 수상 소감에서 품질과 브랜드를 함께 언급했다. 농업인 소득을 이야기하면서도, 생산량이나 판촉보다 먼저 ‘품질’을 말했다.
요즘 농산물 시장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소비자는 매장에서만 물건을 고르지 않는다. 휴대전화 화면으로 사진을 보고, 후기를 보고, 이력을 확인한다. 첫 구매는 호기심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는 다르다. 한 번 실망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브랜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름은 기억을 붙잡는다. 다만 그 기억이 좋은 쪽일 때만 의미가 있다.
이천시 농특산물 브랜드는 오랫동안 ‘품질’이라는 단어와 함께 불려왔다. 쌀을 비롯한 지역 농산물은 프리미엄 이미지로 소비자 인식 속에 자리 잡았다. 이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준을 만들고, 관리하고, 현장에서 그 기준을 지켜온 시간이 쌓인 결과에 가깝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이천시는 농특산물 브랜드 강화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통 환경 변화에 맞춘 마케팅 지원 확대도 언급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얼마나 알릴 것인가’보다 ‘알린 뒤에도 같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가’다. 홍보는 한 번의 선택을 만들 수 있다. 신뢰는 반복에서 생긴다. 브랜드가 부담이 되는 순간도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사단법인 임금님표이천브랜드관리본부는 이번 수상을 행정과 농업인이 함께 만든 결과로 설명했다. 농업 브랜드는 어느 한쪽의 성과로 남기 어렵다. 기준을 만드는 곳, 지키는 곳, 점검하는 곳이 나뉘어 있어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느슨해지면 전체가 흔들린다. 소비자는 그 과정을 알지 못해도, 결과에는 민감하다.
3년 연속 대상이라는 기록은 성과이자 동시에 숙제다. 기대치는 더 높아졌다. 예전에는 넘어갔을 작은 차이도 이제는 눈에 띈다. 브랜드가 커질수록 관리해야 할 범위도 넓어진다. 농가 수가 늘고, 유통 채널이 다양해질수록 기준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일은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질문은 상이 아니라 구조다. 품질 관리가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농업인이 그 기준을 감당할 수 있는지, 브랜드 가치가 농가 소득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충분한지 같은 질문이다. 브랜드 정책이 성공했다는 말은 결국 농가의 장부와 소비자의 선택으로 증명된다.
이천시는 도농복합 도시다. 농업은 주변부 산업이 아니라 도시 정체성의 일부다. 도시가 커질수록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요구도 커진다. 지역 농산물이 도시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농업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경쟁력이 된다. 브랜드는 그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다.
이번 수상은 지역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확인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브랜드는 관리하지 않으면 빠르게 닳는다. 반대로 관리가 이어지면, 이름은 시간이 지나도 힘을 가진다.
이천시가 선택한 길은 분명해 보인다. 품질을 기준으로 삼고, 브랜드로 묶고, 시장에서 버티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 선택이 앞으로도 같은 결과로 이어질지는, 시상식이 아니라 현장에서 결정된다. 다음 해, 그 다음 해에도 소비자가 같은 이름을 집어 드는지 여부가 답이 될 것이다.
기자수첩 한마디는 "브랜드는 한 번의 평가로 남지 않는다. 같은 품질을 반복해 내놓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이름이 힘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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