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두고 반복되는 혼란 "사법 판단 이후엔 정부가 메시지로 질서를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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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두고 반복되는 혼란 "사법 판단 이후엔 정부가 메시지로 질서를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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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접 질문 "우리는 반도체 경쟁력을 키울 것인가, 아니면 국내에서 스스로 발목을 잡을 것인가"
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서울행정법원이 용인 이동·남사읍 일대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계획 승인에 대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일부 환경단체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승인 취소 청구는 기각됐고, 재판부는 승인 과정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기까지가 사실이다. 그리고 이 사실만으로도, 논쟁의 문은 상당 부분 닫혔다.

그런데 판결 이후에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흔들기’가 멈추지 않는다. 같은 의혹, 같은 문제 제기, 같은 정치적 프레임이 반복된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법부가 확인한 결론을 다시 정치의 언어로 되돌리는 게 과연 공익인가. 법원이 끝낸 논쟁을, 왜 다시 시작하려 하는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이다.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경쟁은 이미 ‘국가 대항전’의 형태로 굳어졌다. 투자 속도, 인프라 구축 시점, 공급망 안정성이 기술 경쟁 못지않게 중요해진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한복판에서 ‘하자 찾기’가 무한 반복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산업과 국가 경쟁력으로 돌아간다. 누군가는 “검증”이라고 부르지만, 검증은 무한정 반복되는 의심과 다르다. 법원이 판단한 뒤에도 계속 같은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검증이 아니라, 결정을 흔드는 방식일 수 있다.

더 중요한 점은, 법원이 다툰 대상이 ‘클러스터’라는 상징이 아니라 국가산업단지 승인이라는 구체적 행정행위였다는 사실이다. 행정 절차의 적법성과 재량권의 범위가 법정에서 심리됐고, 결론은 ‘취소할 정도의 위법은 없다’였다. 이 판단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국가 전략”을 말하는 건 모순이다. 법치 위에서 산업 정책이 서지 못하면, 어떤 대규모 투자도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없다.

반도체는 속도전이다. 시간은 곧 비용이고, 비용은 곧 경쟁력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속도를 내기보다 속도를 늦추는 장치가 더 정교해진다. ‘절차가 부족했다’는 말이 반복될수록, 기업은 불확실성이라는 비용을 추가로 떠안는다. 사회는 그 비용이 어디로 전가되는지 종종 잊는다. 결국 일자리, 세수, 지역경제, 산업 생태계의 기회비용으로 돌아온다.

현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19일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산업시설용지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투자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으로 확인된다. 계약은 ‘판단’이 아니라 ‘결정’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할수록 기업은 예측 가능한 곳을 선택한다. 판결 이후에도 정치가 불확실성을 키운다면, 산업 정책은 스스로 신뢰를 깎아먹는 셈이 된다.

여기서 빠뜨리면 안 되는 이름이 SK하이닉스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단일 기업의 캠퍼스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축으로,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개발, 생산, 인력 양성이 한 권역에서 연결되는 생태계를 지향한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따로’는 약점이 된다. 연구는 연구대로, 생산은 생산대로, 협력사는 협력사대로 흩어져 있으면 공급망은 느려지고 비용은 늘어난다. 클러스터는 이 분절을 줄이기 위한 구조적 해법이다.

그런데도 논쟁은 종종 ‘누가 더 이익을 보느냐’로 축소된다. 클러스터를 국가 전략이 아니라 정치적 점수판으로 옮겨 놓는 순간, 본질은 사라진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특정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기반이다. 이 점을 인정하지 못하면, 산업 정책은 늘 선거와 정쟁의 부속품이 된다.

특히 국가산단 지방이전론 같은 발언이 반복될 때마다 현장은 흔들린다.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면 기업의 투자 계획은 보수적으로 바뀐다.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기업의 방식은 단순하다. ‘기다리기’거나 ‘분산하기’다. 둘 다 국가 경쟁력에는 손해다. 용인특례시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혼란과 혼선을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이 불확실성의 비용을 더 키우지 말자는 경고다.

그래서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태도가 중요해진다. 판결의 의미를 인정하고, 국가 전략 사업에 대해 흔들림 없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 국가 전략 사업은 지방정부 혼자 떠받칠 수 없다. 국가가 결정한 사업이라면, 국가가 책임 있는 언어로 마무리해야 한다.

환경 우려는 중요하다. 절차 점검도 필요하다. 다만 그 우려와 점검이 법원의 판단을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 법원이 적법성을 확인한 이상, 남은 과제는 ‘계속 흔들기’가 아니라 ‘제대로 완성하기’다. 보완이 필요하다면 보완의 언어로, 관리가 필요하다면 관리의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 끝없는 의혹 제기와 정치적 공방은 어떤 결과도 만들지 못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반도체 경쟁력을 키울 것인가, 아니면 국내에서 스스로 발목을 잡을 것인가. 법원이 닫은 문을 정치가 다시 열어젖히는 순간, 그 문틈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신뢰다. 그리고 신뢰가 무너지면, 전략 산업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미 검증의 문턱을 넘었다. 이제는 실행과 완성의 시간이다. 법원이 끝낸 논쟁을 다시 시작할 이유가 없다. 이제는 소모적인 공방을 넘어, 법적 적법성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보완과 완성에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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