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용인특례시의회, “지금 흔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둘러싼 최소한의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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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용인특례시의회, “지금 흔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둘러싼 최소한의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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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국가산단 둘러싼 정부의 시험대...시의회 성명은 정치가 아니라 ‘경고’다
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착공을 눈앞에 둔 국가 전략사업에 ‘재검토’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시장과 산업은 즉각 반응한다. 투자 일정은 멈칫하고, 인프라 계획은 다시 계산되며,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신뢰’다.

이런 맥락에서 2일 용인특례시의회가 여야 합의로 정부를 향해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정상 추진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과도한 정치적 주장이라기보다 오히려 현장의 절박한 경고에 가깝다. 

용인특례시의회는 이날 본회의장에서 ‘국가 경쟁력 강화 및 첨단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 관철 성명서’를 채택·발표하고, 정부가 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정상 추진”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의회는 이번 성명을 통해 지역의 정당을 초월한 일치된 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혔다.

의회는 성명서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이자 국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중대한 국가 전략사업”으로 규정했다. 단순한 지역 개발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대형 국책사업인 만큼, 추진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하거나 일정이 흔들릴 경우 산업 전반과 지역사회에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최근 제기되는 재검토 논의에 대해 “사업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명시하며, 지속 추진의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의회가 강조한 핵심 논리는 ‘클러스터 경쟁력’이다. 성명서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중심축으로서 대규모 고용 창출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견인할 핵심 사업이며, 국가·지방자치단체·기업 간 협력을 통해 산업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대표적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첨단 전략산업 육성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정책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현재 용인특례시는 반도체 벨트 연계 도로망 구축, 토지 보상 절차 착수 등 사업 추진의 실질 단계에 이미 진입해 있다. 행정은 움직이고 있고, 현장은 준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성 공사 착공을 앞두고 재검토 논의가 공론화될 경우, 사업 참여 주체들의 예측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대형 산업단지는 전력·용수·교통 등 기반시설이 동시다발적으로 맞물리는 구조인 만큼, 한 축의 지연은 전체 일정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각에서는 지방의회의 성명 발표를 두고 “중앙정부 정책에 대한 과도한 압박”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안을 단순한 정치적 힘겨루기로 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간다. 대형 산업단지는 선언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토지 보상, 도로·전력·용수 인프라 구축, 기업 투자 결정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수년에 걸쳐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정책 신호가 흔들리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경제와 지역사회가 떠안게 된다. 용인특례시의회의 문제 제기는 바로 이 ‘비용’을 경고하는 데 있다.

재검토는 중립적 단어가 아니다. 착공 직전의 재검토는 사실상 “멈출 수도 있다”는 신호로 읽히고, 시장은 이를 곧바로 ‘리스크’로 해석한다. 정부가 스스로 지정한 국가 전략사업에 이런 불확실성이 더해지는 순간, 흔들리는 것은 사업 일정이 아니라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다. 정책이 한 번 흔들리면 기업은 투자 속도를 늦추고, 금융은 조건을 다시 계산하며, 인프라는 계획을 되돌린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정부가 아니라 현장과 시민이 감당하게 된다.

정책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바꾸려면 그에 상응하는 근거와 대안, 그리고 지연·보상·인프라까지 포함한 책임의 설계도가 먼저 제시돼야 한다. “재검토하겠다”는 말만 던져놓고 정작 누가 무엇을 어떻게 책임질지 비워둔다면, 이는 검토라기보다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다. 국가가 시작한 사업을 국가가 흔들면서, 그 부담을 지방과 기업, 주민에게 전가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지역 개발의 포장지가 아니다. 전력·용수·도로망이라는 필수 기반이 맞물려야 작동하는 산업 생태계의 핵심이며, 반도체 경쟁이 안보와 경제의 축이 된 시대에 국가가 선택한 전략이다. 지방정부와 의회가 이미 보상·행정·협의 단계에 들어섰다면,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다시 보자”가 아니라 “끝까지 가자”다. 특히 전력·용수와 같은 인프라는 하루만 늦어져도 공장 가동과 투자 계획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재검토 논의는 현장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용인특례시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세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정상 추진할 것. 둘째,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전력망 공급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전력·용수 인프라 신속 조성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 셋째, 국가산단의 친환경 도시 기반 구축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것. 의회는 특히 전력·용수 인프라를 ‘사업 성패의 필수 조건’으로 전제하며, 기반시설 구축 지연이 기업 투자 결정에도 부정적 신호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의회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단순한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국가 핵심 사업”이라며 “정부는 재검토 논란으로 사업 추진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초 계획대로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와 지역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이 반드시 관철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서 발표는 ‘재검토’라는 단어가 던지는 불확실성을 차단하려는 정치·행정적 대응으로도 읽힌다.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은 투자·인허가·보상·기반시설 구축이 장기간 이어지는 구조인 만큼, 추진 주체들이 공유하는 일정표와 정책 신호가 흔들릴 경우 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용인특례시의회가 “착공을 눈앞에 두고”라는 시점을 반복해 강조한 것도, 지금 단계에서의 정책 변동이 곧바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대규모 산단 조성에서는 ‘속도’보다 ‘일관성’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빠르게 시작했다가 멈추는 것보다, 정해진 계획을 흔들림 없이 실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경쟁력을 만든다.

결국 이번 성명은 정부를 향한 대립 선언이 아니라, 정부 스스로의 결정을 존중하라는 요구다. 국가가 전략사업으로 지정했고, 지방정부와 의회가 그 결정에 맞춰 움직여 왔다면, 마지막까지 책임 있게 완주하는 것이 정책 신뢰의 최소 조건이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추진이냐 반대냐’가 아니다. 이미 시작된 국가적 선택을 끝까지 지켜낼 의지가 있는가의 문제다.

용인특례시의회가 이번에 한 일은, 그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지금 이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주체는 분명하다. 정책을 설계하고 약속했던 바로 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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