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흔들 대상이 아니라, 완주해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인프라다"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연말 정치권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지방 이전론’이 확산되면서, 국가전략사업이 사실상 정치 발언의 실험대가 됐다. 한쪽에서는 전력 수급을 이유로 “옮길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언급이 나오고, 다른 쪽에서는 이를 근거로 “유일한 해법”이라 단정하는 주장이 이어졌다. 정부가 무엇을 하겠다는지,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지 명확히 말하지 않는 사이 산업 현장과 지역사회는 불확실성만 떠안았다. 이 혼선이 계속된다면, 용인만이 아니라 한국 반도체 경쟁력이 비용을 치르게 된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2월 31일 용인특례시는 시청 컨벤션홀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밝혀 논란과 혼란을 종식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시는 “이미 진행 중인 반도체 프로젝트에 혼선을 주는 발언들이 정책 신뢰를 저해하고 있다”며 국정 책임자의 명확한 정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논란의 직접 계기는 정부 측 관계자의 전력 수급 발언이다. 지난 26일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용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입주할 경우 전력 수요가 원전 15기(약 15GW) 수준이 될 수 있다며 “전기가 많은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에너지 전환’과 ‘전력망’은 분명 국가적 과제다. 하지만 그 과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왜 하필 이미 공정이 진행 중인 국가전략사업의 입지를 흔드는 형태여야 했는지는 납득하기 어렵다. 전력은 정책으로 풀 문제이지, 입지 변경을 던져 시장을 흔들며 풀 문제가 아니다.
혼선은 정치권이 키웠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해당 발언을 두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이 국가 생존을 위한 유일한 해법임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검토’나 ‘고민’이 ‘유일한 해법’으로 둔갑하는 순간, 정책은 토론이 아니라 선동에 가까워진다. 행정부 발언을 ‘정부 공식 입장’처럼 확대 해석해 던져놓고, 그 후폭풍을 산업 현장과 국민이 감당하라는 구조는 무책임하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이 지난 29일 공개적으로 새만금 이전을 주장했고, 일부 정치권에서는 ‘정부 승인 취소’ 같은 극단적 발언까지 나왔다. 이쯤 되면 문제는 ‘균형발전’이 아니라 국가정책 커뮤니케이션의 붕괴다. 발언은 쏟아지는데, 책임지는 주체의 정리는 없다.
결국 시장은 “정부가 용인을 접는 것인가” “입지 재검토가 시작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투자와 일정이 불확실해지는 순간,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만나 “남쪽 지방으로 눈을 돌려 균형발전에 기여해 달라”는 취지로 발언한 이후, 장관의 전력 수급 언급과 정치권의 이전 주장까지 겹치면서 ‘정부가 방향을 틀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생겨났다. 대통령의 균형발전 메시지가 ‘신규 투자 유치’인지 ‘기존 거점 이전’인지 선을 긋지 않는다면, 그 공백은 결국 정치가 각자 유리한 방식으로 채운다. 지금 벌어진 일이 그렇다.
정작 중요한 팩트는 따로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서류상의 계획”이 아니라 “현장 공정”이다. SK하이닉스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는 12월 30일 기준 산단 조성 공정률 70.6%로 제시됐고, 기반시설 공정률도 공업용수 92.7%, 생활용수 92.5%, 전력공급시설 97.1%로 설명됐다. 1기 팹은 2027년 3월 완공 후 5월 시범 가동 계획이 제시됐다. 삼성전자 입주가 예정된 이동·남사읍 국가산단도 정부 승인 이후 보상 절차가 진행되고, 삼성전자는 12월 19일 LH와 산업시설용지 분양 계약을 맺었다고 용인시는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을 입에 올리는 것은, 환경·교통 영향평가부터 전력·용수 기반시설 계획까지 모두 원점으로 돌리며 수년을 소모하자는 말과 같다.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면, 답은 더 명확하다. 다른 지역에는 그 지역에 맞는 산업과 투자를 새로 키워야 한다. 기존 국가전략사업을 흔들어 균형발전을 달성하겠다는 방식은 ‘발전’이 아니라 ‘퇴행’이다. 이미 달리는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정치 논리로 멈추게 하는 순간, 한국 반도체의 경쟁국들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간다. 결국 ‘정치적 한 문장’이 ‘국가적 손실’로 청구되는 구조가 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토론이 아니라 책임이다. 정부는 공식 입장으로 최소한 두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첫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현행 계획대로 추진된다는 점을 확인할 것. 둘째, 전력 수급 문제는 ‘입지 흔들기’가 아니라 전력망 확충과 인프라 적기 구축으로 해결하겠다는 실행 로드맵을 제시할 것. 발언이 정책을 흔들었다면, 정책으로 수습하는 게 국정의 기본이다.
‘이전론’은 쉬운 말이다. 그러나 쉬운 말이 국가전략사업을 흔들 때, 그 대가는 결코 쉽지 않다. 지금 용인을 흔들어 얻을 수 있는 것은 정치적 구호뿐이고, 잃게 되는 것은 한국 반도체의 시간표와 신뢰다. 정부가 정리하지 않는다면 혼선은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그 혼선의 비용은 결국 국민이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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