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단기간에 변화하지 않으며, 행정 또한 누적의 결과로 기록된다"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도시는 단기간에 변화하지 않으며, 행정 또한 누적의 결과로 기록된다."
한 해를 정리하는 기자수첩은 성적표가 아니다. 무엇이 ‘잘했다/못했다’의 결론보다, 어떤 선택이 반복됐고 어떤 과제가 다음 해로 이월됐는지 남기는 일이 먼저다. 2025년 이천시는 바로 그 ‘반복과 이월’의 성격이 비교적 또렷하게 드러난 한 해로 남는다.
2025년 이천시 행정의 전반을 관통한 기류는 “새로운 방향 제시”보다는 “기존 정책과 사업의 점검·유지·조정”이었다. 대형 신규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워 도시의 결을 바꾸는 방식보다, 이미 굴러가고 있는 과제들을 끊기지 않게 관리하는 운영이 중심에 있었다. 겉으로 보면 조용했고, 숫자로 정리되는 ‘새 이름’은 많지 않았다. 대신 행정의 상당 부분이 생활 기반과 직결된 영역 일상 동선, 공공서비스, 복지 체계, 교육 인프라, 산업 기반의 유지에 붙어 있었다.
생활 인프라·복지·교육·산업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특징은 ‘속도’보다 ‘안정’을 우선한 태도다. 단기간에 체감 성과를 만들어내는 정책은 대개 일정한 속도를 요구하지만, 안정성 중심의 운영은 속도를 늦추는 대신 연속성을 담보한다. 2025년 이천시는 후자에 가까웠다. 변화의 서사를 크게 쓰기보다, 흔들리지 않게 “유지되는 도시”를 지향한 모습이다. 다만 유지가 곧 해답은 아니다. 유지의 과정이 정확한 방향성과 결합되지 않으면, ‘관리’는 ‘정체’와 구분되기 어렵다. 올해 이천시 행정이 남긴 기록은 이 긴장감 위에 서 있다.
교육 분야에서 눈에 띈 의제는 과학고 유치 논의였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학교 하나를 세우느냐’만이 아니었다. 논의의 결은 교육 인프라 확충이 지역의 구조 정주 여건, 인구 흐름, 청년층의 체류 가능성에 어떤 파급을 가져올지까지 확장돼 있었다. 교육 정책을 단기 대응이 아니라 중장기 도시 전략의 일부로 다루려는 관점이 읽힌다. 다만 논의가 본격 실행 단계로 들어가려면, 필요 조건들이 뒤따른다. 수요·공간·재정·인력·연계 인프라 같은 ‘구체’가 갖춰져야 하고, 지역사회 설득과 조정 과정 역시 남는다. 지금 시점에서 기자수첩에 남길 수 있는 결론은 단순하다. “의제로 떠올랐고, 지역 구조와 연결해 검토가 진행됐다. 그러나 결과와 실행은 이후 행정 과정에서 확인해야 한다.” 올해는 시작의 기록이고, 내년 이후가 검증의 기록이 될 것이다.
산업 분야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존 산업 구조의 ‘확장’보다는 ‘유지·관리’의 성격이 강했다. 산업단지 운영, 기업 지원 체계, 기반시설 관리, 농업 기반 유지와 같은 축이 큰 틀에서 이어졌고, 급격한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이는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외부 환경이 불확실할수록, 지자체는 확장보다 방어를 택하기 쉽다. 그러나 방어가 길어지면 질문이 남는다. “유지하는 동안 무엇을 준비했는가.” 올해의 기록이 ‘안정’으로 정리될수록, 다음 기록은 준비의 내용 인력, 기술, 기업 생태계, 유치 전략, 신산업 실험의 성과을 요구하게 된다.
복지와 생활 기반 영역에서도 올해의 운영 방식은 유사했다. 큰 변화를 선언하기보다는, 제도와 현장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관리형 접근이 두드러졌다. 복지는 한 번에 구조를 뒤집기 어렵고, 생활 인프라는 ‘조금 불편한’ 문제가 누적되며 시민의 체감도를 만든다. 그래서 행정이 이 분야를 ‘안정’의 키워드로 관리했다면, 그 자체로 현실적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이 선택이 효과를 가지려면, 현장 데이터와 민원 흐름, 취약계층의 생활 조건 변화 같은 ‘정밀한 기록’이 함께 남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정은 막연한 미덕으로만 남는다.
2025년 이천시가 직면한 구조적 과제는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인구 구조 변화, 청년 유출, 지역 간 격차, 일자리의 질과 다양성, 교육·주거·문화·산업의 연결 부족 같은 문제들은 ‘해결’이라는 단어로 단기 정리되기 어렵다. 올해 행정은 이 과제를 단숨에 해소하기보다, 현황을 관리하며 방향을 검토하는 단계에 머문 인상이 강하다. 이는 문제의 존재를 전제로 한 ‘관리 국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관리 국면은 틀리지 않다. 다만 관리 국면이 길어지면 시민의 언어는 달라진다. “검토는 언제 끝나나.” “이월된 과제는 다음 해에 무엇으로 돌아오나.” 올해 기록은 바로 그 질문을 다음 페이지로 넘긴다.
결국 2025년 이천시 행정의 핵심은 ‘새로움의 부족’이 아니라 ‘운영 방식의 성격’이다. 올해는 큰 방향 전환을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 기존 체계를 유지하면서 속도를 조절한 해였다. 안정은 행정의 중요한 덕목이지만, 안정만으로 도시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안정은 준비를 위한 시간이어야 한다. 올해 기록이 의미를 가지려면, 내년 이후의 기록에서 “유지한 것”이 “전환을 준비한 것”으로 연결되는 장면이 포착돼야 한다.
기자수첩은 여기서 단정하지 않는다. 다만 메모를 남긴다. 2025년 이천시는 ‘화려한 성과 목록’보다 ‘조용히 이어진 행정의 연감’에 가까웠다. 그 연감 속에는 다음 해로 이어질 과제와 점검 대상이 남아 있다. 과학고 유치 논의는 실행과 검증의 장으로 넘어가야 하고, 산업 기반의 안정적 관리는 준비의 내용으로 답해야 하며, 인구·청년·격차라는 구조적 과제는 관리 국면을 넘어 정책의 우선순위로 재배치될 필요가 있다.
도시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도시가 조금씩 달라지는 순간은 늘 존재한다. 어떤 해는 변화를 드러내는 해이고, 어떤 해는 변화를 준비하는 해다. 2025년 이천시는 후자에 더 가까웠다. 준비가 준비로만 남지 않으려면, 다음 기록에서 ‘유지’가 ‘선택’으로 바뀌는 장면이 필요하다. 2025년의 이천시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 대신, 다음 해로 넘겨야 할 질문을 또렷하게 남긴 해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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