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6개월간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정부가 본격적으로 외환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늦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이 사안이 외환당국의 고유 업무라는 입장을 밝히며 그간의 움직임에 조율 역할에 불과했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환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치솟자 당초 중립적이던 정부도 외환시장 안정에 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힌 것이다.
올해 10월까지 환율은 1,350원 선에 있었으나, 그 이후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10월 13일에는 외환당국이 처음으로 구두개입에 나섰으나, 당시만 해도 '주시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이후 11월부터는 대책 마련 움직임이 더 분주해졌다. 한국은행 총재가 해외주식 투자자에 대한 책임 문제를 언급하며 논란이 촉발됐고,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직접 재계와의 접촉을 통해 기업들에게 달러 환전을 암묵적으로 권유하는 등 한층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점차 대책이 고강도로 전환됐지만, 투자자들과 시장에서는 환율이 이미 상당폭 오른 뒤에야 정책이 나왔다는 평이 적지 않다.
연말이 가까워진 현재 외환 시장에서 특히 경계심이 높아진 이유는 12월 30일 환율 종가가 내년도 기업과 금융기관 실적, 세금, 신용평가 등에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말 남은 4거래일을 일컫는 '골든 위크'에는 시장의 긴장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 이 시기 산출된 환율은 모든 기업의 외화 자산·부채 및 재무제표의 기준이 되고, 수출입기업의 세금 계산, 그리고 국가 신용평가 지표에도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기업들은 더 민감하게 시장 변동성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실제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1,300~1,400원 환율 구간을 기준으로 세웠으나 최근의 환율 급등으로 이런 계획을 백지화하고 재작성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보유 외화가 넉넉하지 않아 환율 상승의 충격에 훨씬 취약하며, 시장 조사에서 열 곳 중 네 곳 이상이 고환율로 인해 직접적 타격을 받았다고 답했다. 환율 인상은 곧 원자재와 물류비용의 상승, 그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기업 현장에는 이미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실물 소비자 경제에도 파급된다. 대표적으로 수입 커피 원두 가격은 최근 5년 만에 4배가 올랐고, 수입 육류와 와인, 치즈 등 생활 물가를 구성하는 다양한 품목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물가 상승 압력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단기적으로 환율이 하락하기도 했으나, 월가와 전문가들은 일시에 안정 효과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실제 10월 구두개입 때도 환율은 잠시 10~11원 떨어졌다가 곧 반등했다. 결국 미국과의 금리 격차, 국내 경제 구조 변화, 유동성 문제 해결 등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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