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수함과 백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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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수함과 백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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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주 APEC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이 선물한 샤오미 휴대폰에 대해 “통신보안은 잘 되냐?”라고 묻자 “백도어 있는지 보라”라고 대답하는 시 주석/로이터 통신 제공
1일 경주 APEC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이 선물한 샤오미 휴대폰에 대해 “통신보안은 잘 되냐?”라고 묻자 “백도어 있는지 보라”라고 대답하는 시 주석/로이터 통신 제공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잠수함 연료 공급을 요청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에 모골이 송연함을 느꼈다.

가장 섬뜩한 대목은 “중국과 북한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서”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한 이 대통령의 배경 설명이었다. 불과 이틀 후에 열릴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회담을 앞둔 상황이었다. 백번을 생각해 봐도 실언(失言)에 가까운 외교적 실수다.

한 국가의 안보와 외교 이슈는 삼척동자가 봐도 뻔한 일을 아무렇지 않은 일로 치부하거나 거짓말로 뭉개는 일이 허다하다. 대표적으로 사드 배치 이슈가 그랬다. 물론 한국과 미국 정부는 사드 레이더 탐지거리를 북한 영토로 한정했다고 말했으나 그것은 선택의 문제지 사드의 본질이 아니다. 거짓말로 봐도 무방하다.

이번 핵잠수함 이슈는 과거 정부 때에도 자주 나온 거지만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대통령의 설명은 그러한 외교적 원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순진한 워딩이다. 결정적으로 핵잠은 중국에 접한 서해와 같이 평균 44m 수심에서 효용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그렇다면 태평양에서 중국 잠수함을 추적하겠다는 말인가? 한국 해군은 지구 방위대가 아니다. 도대체 어쩌자는 말인지 해석하기조차 어렵다.

이 대통령은 그런 상황임에도 콕 집어서 중국을 언급한 것이다. 특정 무기가 특정 국가를 제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그 국가가 철천지원수일 때에만 유효하다. 과연 이 대통령에게 중국이 그런 나라인가? 도무지 해석할 수 없는 외교적 참사다.

그 이틀 후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핵잠 이슈를 포함해 최근 한중 두 나라 간 서해 불법 구조물, 캄보디아 범죄집단, 중국인 무비자 입국 등 민감한 네거티브 이슈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갔으리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다시 시 주석을 긁는 한마디 농담이 튀어나왔다. 지난 1일 그는 시 주석이 선물한 샤오미 휴대폰을 보며 “통신보안은 잘 되느냐?”라고 물었다. 시 주석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칸칸 요메이요우 호먼(看看有沒有後門, 백도어가 있는지 잘 봐라)”라고 맞받아쳤다.

이쯤 되면 국가 정상들의 대화는 아니다. 속된 말로 ‘멕이는’ 수준이다. 혹시 이 대통령의 핵잠수함과 통신보안 언급은 고도의 트러블-메이킹 외교 전략일까?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해 봐도 전략적인 배경은 고사하고, 그 동기가 닿을 수 있는 가닥을 찾기 어렵다. 자중해야 한다.

대통령의 작은 입에 국가 운명이 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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