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면죄부’에 기대 반복되는 선거철 도시 오염
선거는 얼굴 알리기가 아니라 책임을 증명하는 무대다

아침마다 교차로 신호를 기다리다 보면 눈앞을 가득 채우는 것은 가을 하늘이 아니라 정치인의 얼굴이다. 현수막 줄이 도로를 가로막고, 찢겨 흩날리는 비닐 조각은 도시 미관을 망친다. 김해의 거리는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현수막 전쟁터’로 전락한 지 오래다.
특히 올해는 더 노골적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은 추석 연휴에도 귀성객 발길이 몰린 도심 곳곳에 불법 현수막을 걸며 얼굴 알리기에 분주하다. 명절 분위기조차 정치적 홍보물에 짓눌려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문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선다. 김해시의회는 이미 ‘지정게시대 활용’과 ‘친환경 현수막 사용’을 결의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공허한 선언에 불과했다. 좋지 않은 위치의 지정게시대는 텅 비어 있고, 도심 가로수와 전봇대에는 불법 현수막이 여전히 촘촘하다. 친환경 현수막은 찾아보기 힘들고, 값싼 비닐천은 바람에 찢겨 거리 쓰레기로 변한다.
정치인들은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과태료 몇 만 원이면 그만이라는 ‘면죄부 인식’이 깔려 있고 행정 처분도 미미한데다 철거반이 철거하면 또 걸고, 다시 철거하면 또 걸어대는 끝없는 밀당의 피해는 시민 몫이다. 교차로 시야 방해로 교통사고 위험이 커지고, 쓰레기 처리 비용은 고스란히 세금으로 충당된다.
시민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정치인들이 정작 시민의 불편에는 눈 감고 있다. 불법 현수막은 잠깐의 노출 효과를 남길 뿐, 신뢰를 무너뜨리고 정치의 품격을 갉아먹는다. 선거는 얼굴 알리기가 아니라 책임과 신뢰를 증명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철거반의 손길이 무색할 만큼 반복되는 불법 현수막, 이는 단순한 홍보물이 아니라 정치인의 양심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 정치인이 거리 한복판에서 무엇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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