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 며칠 전 김건희 여사가 특검에 출석하면서 말한 것처럼 대통령 부인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맞다. 그러나 그 말에 나는 심각한 인지부조화를 느꼈다.
여기서 ‘것’이라는 말이 사람에 관해 쓰일 때는 비하적으로 낮추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김 여사는 이 말에서 ‘것’을 ‘권한’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나는 이해한다. 대통령 부인은 하찮은 사람은 아니고, 권한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권력자의 부인은 아무 권한이 없는 사람인가? 그렇다면 그는 왜 지금 이런 고초를 겪고 있단 말인가? 어디 김건희 여사뿐인가? 권한이 없는 사람이 호가호위하거나, 영부인 외교랍시고 대통령 전용기를 타거나, 남편 공직 법인카드를 마음대로 쓰는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가?
마치 지금 이 나라 최고 권력자의 부인들은 하나같이 신데렐라 병에 걸린 환자 같다. 미국 심리학자 콜레트 다울링이 말한 ‘신데렐라 콤플렉스(Cinderella complex)’는 증후군 수준이라면 이 나라 영부인들의 수준은 병리학적 현상이다. 왜냐하면 남편의 권력의 권력에 편승하는 정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부인의 권력 편승이 적당한 향유가 아니라 남편의 권력을 망가뜨리거나 그 자신 또한 세상으로부터 지탄받을 정도로 선을 벗어난다면 그것은 심리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이는 자기 분수를 모르는 게 아니라, 영부인 자리에 오를 그릇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저 사모님 정도에 머물렀어도 충분히 행복했을 일 아닌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장인이 빨치산 출신이라고) 그럼 아내를 버립니까?”라고 항변했다. 남자가 결혼할 무렵부터 대통령이 되겠다고 그에 맞는 아내까지 고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남편이 정치를 하고,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다면 기뻐하거나 향유할 즐거움보다 오히려 지켜야 할 덕목이 많고, 작은 실수도 큰 오점이 된다는 것쯤은 생각해야 한다.
그 책임의 대부분은 권력자인 남편에게 있다. 노무현의 말처럼 아내를 버릴 수 없는 그는 아내가 여차하면 일탈할 수 있는 ‘신데렐라’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목에 다가오는 칼이라는 것 역시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왜 속수무책으로 부부가 함께 공멸했을까?
그는 뻔히 보면서 신데렐라의 방종을 막지 못한 것이다. 가장 높은 가능성은 이것밖에 없다. 그는 아내에게 충고 한마디 건네는 걸 평소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그런 남편이 아니었을까? 아내 앞에서 인격자로서나 남편으로서나 무게 있는 말 한마디 하기 어려운 그런 남편 말이다.
제가(齊家)하지 못하는 남자의 권력은 이멜다와 마르코스의 길을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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