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서민 금융의 파수꾼’이라 불리던 새마을금고가 이제는 국민 불신의 상징이 되고 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부당 대출, 조합원 권익 침해, 지방 토호 세력과의 유착, 부동산 PF 대출로 인한 연쇄 부실 등은 새마을금고가 더 이상 ‘공익적 금융기관’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부와 중앙회는 무기력한 대처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대한민국 어딘가에서는 조합원의 출자금이, 예금이, 허술한 시스템 속에서 부실화되고 있다.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금고의 자율성’이란 말로 면피하는 정부에게, 그리고 카르텔적 권력을 유지하는 중앙회와 일부 이사장에게 있다.
금융기관인가, 지방 사금고인가
성남 지역의 1,700억 원 부당 대출 사건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허위 법인 설립 → 허위 계약 제출 → 내부 결탁 → 승인 → 부실화’로 이어지는 구조적 금융범죄는 전국 새마을금고의 고질적인 병폐를 보여준다. 대구 남구에서는 장기 적자의 부실 상태에도 불구하고 수억 원을 들여 연예 콘서트를 개최하고, 심지어 이사장 연임을 위해 통합 금고를 인위적으로 구성하는 기만적 사례까지 벌어졌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금고는 “우리는 아니다”라며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한다. 문제의 본질은 조합원 권익을 침해하는 운영 관행이다. 금고는 연고·지연·학연으로 얽힌 이사장 중심 구조에 장악돼 있고, 운영은 사실상 ‘독점적 사적 금융’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
책임 없는 구조, 감시 없는 감독
새마을금고가 이 지경에 이른 이유는 명백하다. 금융기관이면서도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지 않는 유일한 구조 때문이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소관이다. 하지만 행안부는 금융 전문성도, 조사 역량도 없는 조직이다. 말하자면 항공기를 정비하라며 배관공에게 몽키스패너를 쥐어준 격이다.
그 결과는 처참하다. 최근 5년간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누적 사고 금액은 429억 원을 넘어섰고,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만 해도 2023년 기준 5조 2,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단순한 금융 실수가 아니라 구조화된 반복 범죄에 가깝다.
땜질식 합병, 실질적 보호는 없다
정부와 중앙회는 합병을 해법으로 내세운다. 부실한 금고를 다른 금고와 강제적으로 묶어버리면, 부실은 감춰질 수는 있을지 몰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부실의 분산이지, 해결이 아니다. 실제로 합병 이후 자본잠식에 빠지거나, 건전성이 더욱 악화된 금고도 다수 존재한다.
문제는 조합원들이다. 대부분의 조합원은 금고가 부실해졌다는 사실을 ‘사고 이후에야’ 알게 된다. 이는 금융소비자 보호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중앙회와 행안부는 공시 의무를 방치하고 있으며, 구조조정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조합원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인가?
거대한 카르텔, 보여주기식 개혁
최근 중앙회와 일부 지자체는 "내부 통제 강화", "조직 재정비" 등의 구호를 내세우며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형식적 대응에 그친다. 이사장 직선제는 무력화돼 있고, 외부 감사는 형식적이며, 내부 감시 시스템은 여전히 구멍투성이다.
‘중앙회 중심의 통합 관리 체제 강화’는 오히려 권한 집중에 따른 제2의 카르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중앙회는 사고 발생 금고에 대한 실질적 제재 조치를 거의 취하지 못하고 있으며, 스스로 면책하려는 움직임만 반복되고 있다.
이대로 두면 ‘금융재난’은 현실이 된다
금융은 신뢰가 생명이다. 그러나 새마을금고의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 앞으로도 부동산 경기 침체, 고금리 환경, 회계 감사의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겹친다면, 새마을금고는 ‘지방 금융권의 도미노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금고의 문제가 아닌, 국가 금융질서의 붕괴이자, 서민 생존권의 위협이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실질적 개혁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촉구한다.
▲감독권 이관 : 새마을금고의 감독 기능을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으로 즉각 이관하라. 행안부는 더 이상 이 업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다.
▲조합원 보호법 제정 : 조합원 출자금 및 예금을 예금자보호법 수준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
▲부실 금고 합병 중단 및 구조조정 기구 신설 : 부실금고를 무작정 합병하는 방식은 중단하고, 자산실사와 손실분담 기준을 수립할 독립 기구를 설립하라.
▲외부 감사 및 공시의무 강화 : 회계법인을 통한 외부 감사, 경영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라.
▲이사장 권한 축소 및 징계 제도 도입 : 이사장 연임 제한, 외부 감사위원회 설치, 중대 사고 시 형사 고발 및 강제 해임 조항을 명문화하라.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구조개혁에 나서라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조합원들은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사태를 ‘지역의 문제’로만 치부한다면, 머지않아 전국적 금융 위기로 번질 수 있다. 더 이상 핑계를 대지 마라.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 즉시 실질적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새마을금고 사태는 단순한 부실이 아니다. 국가적 신뢰의 파괴다. 방치할 경우, 이는 대한민국 금융의 ‘조용한 시한폭탄’이 될 것이다. 누군가는 그 뇌관을 반드시 끊어야 한다. 지금이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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