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동해해양경찰서 소속 이원녕(1986년생, 남) 경장은 자신에게 익숙했던 해양 현장을 잠시 떠나 새로운‘현장’에 투입됐다. 그가 향한 곳은 집, 그리고 그 안에서 자라나는 작은 생명. 같은 해 10월 태어난 딸 주하를 돌보기 위해 그는 경찰 제복 대신 앞치마를, 재난안전통신망 대신 분유병을 들었다.
이 경장의 부인 강효선 상사(1991년생, 여)는 해군1함대 소속 부사관이다. 두 사람 모두 바다 위에서 근무하는 직업 특성상 출산 후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여건이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마침 정부에서 공무원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시행됐고, 부부는 큰 고민 끝에 함께 육아휴직을 선택하게 됐다.
“육아가 더 어렵습니다. 주부습진도 생겼어요.”
육아는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이 경장은 “집안일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며 “경찰서에서 일할 때보다 덜 힘들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루하루 아이를 돌보고, 틈틈이 집안일을 하며, 아기가 자는 시간에야 겨우 자신을 돌볼 수 있다.
이원녕 경장은 “혼자 육아휴직을 했으면 아내가 정말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지금은 함께 하니까 서로 기대고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예요.”라며 말을 전했다.
그는 “아이의 성장 과정을 하루하루 지켜볼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선물 같다”며 “예전에는 퇴근 후 잠깐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기의 모든 순간을 함께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첫 아이를 키우며 느낀 보람과 기쁨이 너무 커서, 둘째 아이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육아는 힘들지만 그만큼 값진 시간이기에 또 한 번 이 소중한 과정을 함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경찰관도 아빠입니다”
변화하는 해양경찰, 늘어나는 남성 육아휴직
이원녕 경장의 사례는 개인의 특별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최근 해양경찰 조직 내 변화하는 문화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해양경찰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당시 해양경찰 전체 인원 중 약 4.5%가 육아휴직을 사용했고, 이 중 남성은 2.7%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4년에는 전체의 약 5.7%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며, 남성 비율도 3.9%로 껑충 뛰었다.
이는 5년 전과 비교해 전체 육아휴직 비율은 약 1.2%,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무려 1.2%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특히 남성 육아휴직자는 2020년 대비 약 74%나 늘어난 결과다.
해양경찰이 정부의 출산 장려 및 가족친화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으며, 육아는 더 이상 여성만의 몫이 아니라는 인식이 조직 내에서 확산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동해해양경찰서는 구성원들이 육아와 업무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제도 안내와 분위기 조성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이 경장은 “육아휴직을 결심할 때 동료들의 이해와 배려가 큰 힘이 됐다”며 감사를 전했다.
“아빠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다”
이원녕 경장은 올해 10월 복직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다시 경찰의 임무로 돌아가겠지만, 이번 육아휴직을 통해 그는 또 다른 자아,‘아빠’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게 됐다.
이 경장은 “육아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만큼 배울 것도 많고 감동도 많습니다. 경찰이라는 직업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면, 지금은 제 아이와 가족의 삶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바다에서 수많은 생명을 지켜온 이 경장이 지금 지키고 있는 것은 아주 작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하나의 생명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선택한 그의 용기는, 오늘도 육아와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많은 아빠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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