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통일의 시간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과거 김일성, 김정일의 사망이나 극심한 경제 파탄 때마다 제기되었던 북한 붕괴설과 지금의 붕괴설은 판단의 근거가 전혀 다르다.
그 핵심은 북한 통제 시스템의 와해 조짐에 있다. 최근 외교관들과 고위층들의 연이은 탈북이 그 하나의 방증이다. 더 근원적으로는 김정은 체제의 정권 유지 능력에 대한 한계점 노출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 배경으로는 지도부 역량 미비, 정치 이념체계의 약화, 통치자금 고갈 등 매우 복합적이고 총체적인 모순점들이 꼽힌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북한 군대이다. 군부가 아니라 개별 단위부대를 말한다. 북한군은 극단적 상황에서도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되지 않으므로 군부의 변화를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최근 극심한 경제난은 의식주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체제인 일선 부대에서 심각한 생활고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처럼 수해로 인해 흉작이 예상되면서 주민은 물론 평양으로부터 군수물자 지원이 거의 끊어진 일선 부대의 생활고가 극한적 상황에 이를 것이다.
압록강과 두만강, 또는 바다를 봉쇄한 것은 철조망과 경비 시스템이지만, 이를 지키는 것은 군인들이다. 극심한 경제난은 국경 주민들과 국경 수비대의 동반 탈북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지금 북한 수뇌부는 과거 담배 몇 갑의 뇌물로 뚫렸던 국경을 ‘탈북자 즉시 사살’이라는 명령체계 하나로 봉쇄하고 있다. 현재로선 성공적인 봉쇄정책으로 보이지만 생존을 위한 욕구와 탈출에 대한 갈망은 커지고 있다. 이는 인간의 생존본능을 건 잔인한 시험이 될 개연성이 매우 크다.
이 명령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동기가 바로 주민과 군인이 함께 겪는 ‘배고픔’이다. 함께 사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동반 탈북이다. 물론 군대 내부의 감시체계와 기율 시스템이 이를 억제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이 추진하는 러시아와의 군사, 경제 협력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극한의 조건이 주어진다면 대량 동반 탈북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현재로선 북한 붕괴의 가장 높은 가능성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이번 북한의 홍수 사태는 예년의 비슷한 물난리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우선 그 피해 규모가 크고, 최악의 경제난 와중에 당했으며, 지도부의 대응 또한 과거와 달리 매우 다급한 모양새를 보였다. 수많은 민생 경제 대책이 모두 실패한 후라 더욱 그러했다. 한국의 경제적 도움이 끊어진 상태에서 국제적으로 고립된 중국과의 갈등, 그리고 전쟁에 발목이 잡힌 러시아와의 제한적 원조가 지금 북한이 처한 고립무원의 상황을 촉발했다.
지금 북한이 기대하는 것은 중국도 러시아도 아니다. 지금 두 나라는 제풀에 지쳐 허덕이고 있다. 김정은의 유일한 희망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어 성공적인 핵 협상을 통해 고립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그것도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른바 ‘하노이 노딜’에서 본 것처럼 트럼프는 얻을 게 분명하지 않은 거래를 하지 않는다. 김정은을 ‘친구’라 부르는 것은 상대의 긴장을 풀기 위한 일종의 비즈니스 전술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현재의 핵 노선과 폐쇄적 구조를 스스로 벗어나지 않는 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전향적 시나리오는 없다. 북한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정책은 주민과 관료에 대한 더욱 강력한 통제뿐이다. 그로 인해 북한 내부의 생존과 탈출의 욕구가 커지면서 사회적 엔트로피가 증대할 것이다.
그 임계점이 어디쯤일까, 그것이 문제이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