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손을 찬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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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손을 찬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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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102>황명걸 "나의 손"

 
   
  ^^^▲ 동자꽃
ⓒ 우리꽃 자생화^^^
 
 

서른 하고도 넷
예수의 수명인 나이에
아직 철들지 못한 가장
몸은 약해 빠졌고
마음은 모질지 못한데다
손까지 희고 가늘다
부끄러워라
어쩌다 아내보다 고운 나의 손이여
그 손으론
한 조각 목문패 한 뼘 땅이 없음을 개탄할 수 없다
오직 굵은 매듭에
소나무 등걸 같은 피부의
아내의 손을 찬양해야 한다
그리고 길 모퉁이
구두수선장이의 갈라지고 굳은살 박힌 손을
닮아야 한다 닮아야 한다.

여러 분은 자신의 손을 유심히 살펴 본 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아내의 손을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습니까. 내 손의 모습은 어떠하던가요? 그리고 아내의 손의 모습은 어떠하던가요. 또 내 모습과 아내의 모습은 어떠하던가요. 혹여 내 모습은 나의 손을, 아내의 모습은 아내의 손을 닮지는 않았던가요.

나의 모습은 "서른 하고도 넷/예수의 수명인 나이에/아직 철들지 못한 가장"이며 "몸은 약해 빠졌고/마음은 모질지 못한데다/손까지 희고 가늘"지는 않던가요. 또한 지금의 내 손이 아내보다 더 곱지는 않던가요. 그리하여 그 손 땜에 "한 조각 목문패 한 뼘 땅이 없음을 개탄할 수 없"지는 않던가요.

어느날, 문득 서른넷에 접어든 시인은 자신의 모습을 희고 긴 손가락을 통해 반추하고 있습니다. 늘 자신을 위해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었던 아내의 손. 하지만 스스로는 몸이 약하고 마음까지 모질지 못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직 굵은 매듭에/소나무 등걸 같은 피부의/아내의 손을" 찬양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제는 시인 스스로도 "길 모퉁이/구두수선장이의 갈라지고 굳은살 박힌 손을/닮아야 한다 닮아야 한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때 우리는 거칠고 투박했던 아내의 손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린 적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희고 긴 손을 바라보며 만족감을 느꼈을 때가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산다는 것은 힘들고 고달픈 나날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희고 긴, 아니 아내보다 더 고운 손을 바라보며, 자신을 향해 매섭게 질타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내의 투박한 손을 닮아야 한다고. 그렇습니다. 시인의 아내의 손도 처음에는 시인의 손처럼 희고 길고 매끄러웠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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