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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댁의 수줍은 얼굴 ⓒ 털중나리/우리꽃 자생화^^^ | ||
물동이를 이고 선
산골 새댁처럼
웃음이 없어도
순박하기만 하고
주근깨를 덮어써도
곱기만 하네.
여러 분들은 물동이를 아십니까. 그리고 물동이와 관련된 추억 서너 개쯤 가지고 계십니까. 지금은 예전에 비해 그나마 먹고 살기가 좋아져서, 아니 주거환경이 아주 편리해져서 저마다 필요할 때 수도꼭지만 틀면 맑은 물이 철철철 쏟아집니다. 물이 너무나 흔해서 물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잘 모르고 살아가는 그런 세상이 되었지요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불과 2~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물을 생명처럼 아주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특히 시골에서는 가뭄이 들기 시작하면 물 때문에 전쟁이 날 정도였습니다. 마시는 물에서부터 논에 대는 물까지. 또한 아낙네들은 이른 새벽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물을 나르는 것이 하루의 첫 일과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우리 마을 한가운데에도 공동우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공동우물에는 늘 두레박 하나가 긴 줄을 매달고 우물가에 걸려 있었습니다. 누구나 필요할 때 와서 물을 퍼서 목을 축이고, 퍼나를 수 있게 해 놓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물가에서는 누구든지 세수를 하거나, 몸을 씻거나, 빨래 또는 나물을 다듬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공동우물 곁에는 주황빛 얼굴에 까만 점이 콕콕콕 찍혀 있는 예쁜 나리꽃이 참으로 많이 피었습니다. 또한 주황빛 나리꽃 사이로 얼굴에 티 한 점 없는 젖빛 백합꽃도 서너 송이 피어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주님 같은 백합꽃보다도 산골 새댁 같은 나리꽃을 더 좋아했습니다.
이른 아침, 학교에 가다가 그 나리꽃에 동글동글 맺힌 이슬을 바라보면, 마치 "물동이를 이고 선/산골 새댁처럼" 정겹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곱게 벌린 잎술 속에 점점이 박힌 까만 점을 바라보면 마치 "웃음이 없어도/순박하기만 하고/주근깨를 덮어써도/곱기만" 한 그 산골 새댁의 수줍은 얼굴, 그대로였습니다.
그렇다고 백합꽃이 아름답지 않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나리꽃보다는 백합꽃이 훨씬 더 곱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상하게도 백합꽃에는 잔 정이 가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잘 빚어놓은 조각품 같은 그 백합꽃은 우리가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그냥 그대로 시들어 버리고 말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문득 이슬처럼 그렇게 꺼져버릴까 두려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나리꽃은 아무리 우리가 만져도 쉬이 시들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우리의 손등에 간지럼을 먹이며 같이 깔깔거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동화 속에 나오는 백설공주 같은 백합꽃보다도, 불쑥 불쑥 우리에게 먹거리를 건네주던 그 산골 새댁 같은 나리꽃을 더 좋아하게 되었는 지도 모릅니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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