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모든 것은 서럽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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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모든 것은 서럽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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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94>박철 "물"

 
   
  ^^^▲ 함박꽃처럼 웃던 그 아이
ⓒ 함박꽃/우리꽃 자생화^^^
 
 

내 사촌 상분이는
물가에서 고무신 씻다가
떠가는 꽃고무신 한쪽을 잡다가
여덟 살 나이에 빠져 죽었습니다

상분이 나이 된 딸의 손을 잡고
바로 그 물가에서 오늘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립니다

물이 밉고 고무신이 밉고 상분이가 미운
김포벌 노을빛입니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사람은 꿈을 먹고 사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흔히 우리는 시간의 개념을 나눌 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구분합니다. 하지만 나는 과거와 미래로만 구분합니다. 왜냐구요? 현재는, 내가 현재라고 느끼는 순간 과거가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는 늘 현재에만 존재합니다. 과거와 미래의 나는 없습니다. 과거와 미래 속의 나는 언제나 현재에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래는 언제나 현재를 향해 달려오고 있고, 현재가 된 미래는 이내 과거 속으로 숨어들고 맙니다. 아마도 그래서 사람은 추억과 꿈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인은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면서 과거의 아픈 추억 한 점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흘러가는 물은 과거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흘렀고, 지금도 그렇게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시인은 그 물가에 서서 "고무신 씻다가/떠가는 꽃고무신 한쪽을 잡다가/여덟 살 나이에 빠져 죽"은 사촌 상분이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죽은 상분이의 나이가 된 "딸의 손을 잡고/바로 그 물가에서 오늘도/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지 않는 버스? 그 버스는 바로 시인의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숨쉬는 과거일 것입니다. 또한 시인의 사촌 상분이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이렇게 한탄합니다.

내 사촌 상분이를 데려간 "물이 밉고 고무신이 밉고", 게다가 내 어릴 적 아름다운 추억에 아픈 상처를 내고 떠난 상분이도 밉기만 합니다. 그런데 그런 시인의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려는 듯 서러운 "김포벌 노을"이 물가와 시인, 그리고 죽은 상분이 또래가 된 시인의 딸의 모습을 발갛게 발갛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노을은 시인의 허전한 가슴 속을 마구 비집어 들며 이렇게 속삭입니다. 흘러간 모든 것은 서러운 것일찌니, 흘러간 모든 것은 아름다운 것일찌니. 흘러간 모든 것은 다시 돌아올 수 없을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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