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치는 지난달 27일에 전국에 한 달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한데 이어서 내려진 것이다. AFP통신에 의하면 16일 국방장관 아우렐레오 로레트에 의해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남쪽으로 약 1천km 떨어진 페루의 제2의 도시인 아레키파에 내려졌다고 한다. 이번 계엄조치로 아레키파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권한이 군에 부여됐다.
아레키파에는 작년에도 국영전기회사의 민영화를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7일간이나 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었다. 수만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던 당시에도 아레키파 일대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민영화 입찰 전날인 2002년 6월 13일부터 시작된 작년의 시위에서 100여명이 부상당하고 급기야 최류탄에 맞아 한사람이 사망한 사건까지 발생하고도 수그러들지 않고 연일 계속되었다. 급기야 6월 16일에는 시위대가 공항을 점거하고 활주로를 파괴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이날의 공항점거는 3시간 만에 700명의 군부대와 1000명의 경찰병력이 투입되어서야 종료되었다.
그 후에도 시위가 수그러들지 않고 전국적으로 파급될 기미가 보이자, 마침내 6월 20일 톨레도 대통령은 민영화추진 중지, 정부의 대국민사과 그리고 48시간 이내 계엄사태 해제를 포함하는 '아레키파 선언'에 서명하였고, 그와 함께 내무부 및 법무부 장관, 민영화 추진단장이 사임하면서 사태는 진정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톨레도 대통령은 IMF의 민영화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지속해오다 이번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작년의 ‘아레키파사태’에 이어서 이번에 다시 계엄령이 선포된 직접적인 배경은 5월 12일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무기한 파업에서 시작되었다. 이어서 농민과 보건의료종사자, 심지어 사법계 종사자마저 전국적인 파업에 들어가고, 퇴직경찰들까지도 시위에 참여했다.
실제로 26일에는 농민들이 외국농산물 수입축소와 세금감면을 요구하는 시위에 들어갔고, 이어서 주요도로가 불타는 타이어 등으로 완전히 봉쇄되어 버스와 트럭의 운행이 중지되었다. 이어서 페루 국영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마저 전국적 파업에 들어가고, 사법계 종사자들마저 파업에 동참하자 작년 아레키파지역에 선포했던 비상사태를 이번에는 전국적으로 30일간이나 선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비상사태를 유지하고, 질서유지를 위해 무장병력을 투입한 가운데서도 지난 3일 수도인 리마에서 교사들과 페루 최대 노동자단체인 페루노동자총연맹(CGTP) 소속 노동자들의 파업시위가 벌어졌다.
강경한 정책을 펴는데도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톨레도 대통령은 민심을 수습할 목적으로 9일 내각총사퇴를 실시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파업은 계속되었다. 지난해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던 아레키파에서 13일부터 3일간 반정부 폭동이 계속해서 격렬하게 벌어지자 마침내 이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게 된 것이다. 계엄령에 따라 아레키파에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통금이 실시된다.
아레키파 시민들이 특히 격렬하게 항의하는 이유는 작년의 ‘아레키파 선언’에서 정부가 국유기업을 민영화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결국 경매를 실시한 것 때문이다. 그들은 아레키파 지역에 위치한 국영전기회사가 민영화되면 대량의 해고사태가 발생할 것이고, 전기 값의 대폭적인 인상을 초래해 가뜩이나 어려운 생활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톨레도 대통령이 처음부터 인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은 20%에도 못 미치는 지지를 받고 있는 그는, 취임당시에는 60%가량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중남미 최초로 원주민 출신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톨레도 대통령은 구두를 닦는 등의 고학을 하며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후지모리 대통령의 독재에 앞장서서 반대해 왔으며, 후지모리의 부패에 싫증이 난 페루인에게서 큰 기대를 받았다.
그는 취임 당시 빈민층의 삶 개선과 일자리의 창출을 약속했고, 서민들은 후지모리의 독재와 부패를 청산할 것에 기대를 걸었으나 생활여건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톨레도 정부는 외국자본의 유치를 위해 IMF의 민영화와 재정긴축 요구를 이행하려는 과정에서 오히려 서민층의 실업과 고통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남미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과정은 각 국가마다 내부적인 사정과 정책방향에 따라, IMF의 요구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는 석유자원을 바탕으로 IMF와 미국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고,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서민층이 지지를 기반으로 국민에게 인내를 호소하며 IMF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미국과 국제경제기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에콰도르는 원주민과 서민층의 폭팔적인 분노에 따라 정권이 붕괴하고, 정권이 붕괴하는데 큰 영향력을 미친 군부출신의 개혁성향의 대통령 구티에레스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페루에 또 다시 IMF가 규정하는 질서에 반대하는 폭동이 일어나고 계엄이 내리는 상황이 일어났다.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대륙인 남미의 한부분인 페루는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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