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속에서도 따스하게 빛나는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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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속에서도 따스하게 빛나는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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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50>이시영 “공사장 끝에”

 
   
  ^^^▲ 졸방제비꽃저 꽃도 늘 제 자리를 지키며 아름답게 피어나건만
ⓒ 우리꽃 자생화^^^
 
 

"지금 부숴버릴까"
"안돼, 오늘밤은 자게 하고 내일 아침에......"
"안돼, 오늘밤은 오늘밤은이 벌써 며칠째야 ? 소장이 알면......"
"그래도 안돼......"
두런두런 인부들 목소리 꿈결처럼 섞이어 들려오는
루핑집 안 단칸 벽에 기대어 그 여자
작은 발이 삐져나온 어린것들을
불빛인 듯 덮어주고는
가만히 일어나 앉아
칠흙처럼 깜깜한 밖을 내다본다

달동네에는 온갖 꽃들이 피어나도 겨울처럼 마냥 춥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몸보다 마음이 더 춥기 때문입니다. 달동네 사람들은 이미 철거예고장을 받아 놓았지만 마땅히 이사를 갈 만한 곳이 없습니다. 이주비는 달동네 곳곳에 쌓인 쓰레기를 헤집는 바싹 마른 쥐꼬리만큼 적기 때문입니다. 또 언제 철거될 지 모르는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달동네 사람들은 가진 게 없는 만큼 소원 또한 아주 소박하기만 합니다. 오늘은 무사히 넘어가겠지, 하는 것이 그들의 가난한 소원입니다. 공사장에 투입된 인부들의 마음도 철거를 당하는 사람만큼 아프고 쓸쓸하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도 그 철거민들과 꼭같은 신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망설입니다. 하지만 철거를 책임 진 현장소장의 눈초리는 매섭기만 합니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타까운 마음만 들 뿐입니다. 그런데 그때 문득 "루핑집 안 단칸 벽에 기댄 젖먹이 엄마가 "작은 발이 삐져나온 어린것들을/불빛"처럼 따스하게 덮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일어나 앉아" 곧 쫓겨나야 할, "칠흙처럼 캄캄한" 앞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어려운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들도 우리와 얼굴 생김새도, 일상생활도, 마음도 꼭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왜 그들은 이 세상을 살면서 늘상 그렇게 쫓겨다니면서 살아가야 합니까. 그들이 죄를 지은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꼭 같이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그들도 이 나라의 당당한 국민이며,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 키우며 살아가는 이 땅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왜 그들은 가는 곳마다 인간 쓰레기 취급을 당하고 있을까요. 한쪽에서는 넘쳐나는 물질이 쓰레기로 변하고 있고, 그 귀퉁이에서는 그 넘쳐나는 물질문명에 짓밟혀 사람이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슬픈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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