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되어 내리는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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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되어 내리는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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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3> 이수복 “봄비”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것다.

 

 
   
  ^^^▲ 흰씀바퀴이 비 그치면 내 마음처럼 흰 씀바퀴 피어나것다
ⓒ 우리꽃 자생화^^^
 
 

그때, 그 사람의 까아만 눈동자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던 그 눈물 같은 봄비가 추루룩 추루룩 내리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봄비가 그치고 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서러운 풀빛이 짙어" 올 것입니다. 그런데 왜 파랗게 짙어오는 풀빛이 그렇게 서럽기만 할까요. 그것은 바로 내 마음의 강나루 긴 언덕, 그대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그 언덕에서 파랗게 짙어오는 풀빛이기 때문입니다.

봄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날, 진종일 그대의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봄비를 바라본 적이 있습니까. 그리하여 그 봄비가 그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 되어 내 마음 속으로 추루룩 추루룩 내리는 소리를 들어 보셨습니까. 그때, 그렇게 떠난, 아니 어찌할 수 없는 사랑으로 인해 서로 헤어져야만 했던 그 사람... 지금도 마음 속에 또렷하게 새겨진 그 얼굴... 그 슬픈 눈동자가 봄비가 되어 내 가슴 속 깊숙히 동글동글 서러움으로 맺혀 본 적은 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이 봄비가 그치고 나면 온 세상은 푸르게 푸르게 빛이 날 것입니다. "푸르른 보리밭길"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맑은 하늘에"서는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 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내 마음도 그렇게 맑게 개일까요. 아니면 내 마음 속에서 푸르게 자라는 그리움 사이로 종달새 한 마리 문득 날아와 그리운 그 님의 소식을 봄햇살처럼 환하게 전해줄까요.

봄비가 내립니다.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너무나 슬프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이 세상은 그런 내 마음과는 달리 여기 저기에서 풀빛이 짙어오고 아름다운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날 것입니다. 성숙한 처녀 총각들은 설레임과 기쁨에 넘쳐 사랑을 속삭일 것이고, 만인의 축복 속에서 결혼식도 올릴 것입니다. 행복에 겨워 어쩔줄 몰라 하면서.

이 비 그치고 나면 지금 내 곁에 없는 그 사람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처럼 "땅에선 또 아지랭이" 가 온 세상을 가물가물 태울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어둡고 춥고 서러운 날들, 그런 날들은 어느새 따사로운 봄햇살 속에 까맣게 타버리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내 마음은 왜 이럴까요. 세상이 온통 찬란한 빛으로 눈이 부시고 새 생명들의 합창소리로 요란스러운 데도, 이상하게 내 마음은 으스스 춥기만 합니다. 왜, 왜 그럴까요.

이 시에서 시인은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며, 사랑하는 그 사람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이미 떠나버린 그 사람을 애타게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시인은 그 사람의 눈물 같은 봄비가 내리는 오늘, 봄비처럼 그 사람이 내 곁에 불쑥 찾아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비 그치고 나면 내 서러움의 밭을 갈아엎고 애타는 그리움의 씨앗을 뿌려 찬란한 우리들의 사랑을 키워가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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