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달로스의 차원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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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달로스의 차원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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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원형은 블랙홀이 아닐까

그대 작은 가슴에 심어준 사랑이여,
상처를 주지 마오, 영원히.
끝도 시작도 없이 아득한 사랑의 미로여.

(사랑의 미로 중에서)

예나 지금이나 무기가 앞장서서 세계를 지배했다. 무기는 한 문명을 이끌었고, 문명이 앞선 나라가 이웃 나라를 자기의 변방으로 복속시켰다. 그러나 세상은 넓고 의외의 사건도 없지 않다. 호, 멘트가 그럴 듯 하네.

기원전 2천년 즈음에 크레타 섬이 에게해의 연안 대륙을 점령했었다. 크노소스(Knossos) 왕궁 앞으로 촘촘히 깔려있는 작은 섬들을 징검다리 삼아 미노아 문명을 화려하게 펼쳤던 것이다. 그런데 크레타 왕은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하여 변방에 엽기적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즉 왕궁에는 미궁(labyrinth)이 있는데, 그곳에 괴물(머리는 소, 몸은 사람. 뭐, 보구자퍼?)이 살고, 그놈은 특히 인육을 즐긴다, 이렇게 소문을 퍼뜨렸다.

그는 매년 괴물의 희생양으로 십대 소년소녀 7쌍을 조공 받아 그 미궁에 가뒀다. 그리고 절기에 따라 한 쌍씩 끌어내어 저들을 산 제물로 사용하였다. 왕은 제사장으로서 토템에 해당되는 흰 수소로 분장하고, 암소처럼 나선 왕비와 섹스의식을 엄숙하게 끝낸다. 이것이 1차다. 이어서 왕은 통치자로서 참석한 지배계층과 함께 포도주의 광란을 2차로 펼쳤을 것이다. 아마 제물을 안주삼아. 발굴현장은 이런 시나리오를 뒷받침하고 있다.

저들 희생양은 최장 1년 가까이 그 속에서 떨며 죽음마저 지루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권개념이 전무했던 왕은 마지막까지 싱싱한 제물을 쓰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감옥구조를 미로(迷路)로 만들었다. 마법의 통로처럼 한번 입구에 들어서면 출구가 사라진다. 불세출의 장인(匠人)에게 설계와 제작을 위탁했음은 덧 말이 필요 없겠다. 오늘날 마이크로 마우스가 벌리는 “미로 찾기 게임”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설은 다이달로스(Daidalos)가 크노소스 미궁을 건설하고 조각한 사람으로 소개한다. 그러나 그는 바탕이 따뜻한 인간이었다. 희생양으로 끌려온 아테나 왕자에 반한 크레타 공주를 도와 왕자를 미궁에서 탈출시키는데 협조한다. 그 죄의 대가는 아들과 함께 대신 미궁에 갇히는 벌이었다.

왕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 탈주사건은 귀여운 딸과 유능한 신하를 겹으로 잃는 충격적인 반역이었다. 그것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크레타의 허장성세가 변방에 그대로 노출된 점이다. 이렇게 왕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자 미노아 문명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몰락하기 시작하였다.

크노소스 발굴 결과, 다소 복잡한 구조를 가진 궁전은 있었으나 미궁은 찾을 수 없었다. 뻥, 그것은 처음부터 없었거나, 있었어도 좀더 교묘하게 지어진 감옥을 과장한 것이었다. 아니면, 화산폭발로 마법이 살아졌을지도 모른다.

미궁에 대한 전설은 역사에 길이 살아남았다. 이후의 궁전 또는 성전에서 계속 그 자취를 남겼기 때문이다. 궁전은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그리고 성전은 신도의 순례를 돕기 위하여 각각 미궁이 필요했다. 미궁은 다시 “미로 찾아가기”, “미로 통과하기”, “퍼즐 맞추기”와 같은 수수께끼로 축소되어 끝내 한 장의 종이 위에까지 올려졌다.

왕자 테세우스의 비상탈출은 출입구에서 공주 아리아드네가 풀어주는 실타래를 되감아서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다이달로스는 역시 천재답게 발상부터 달랐다. 그는 날개를 제작하여 천사처럼 공간을 훌쩍 넘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2차원 미로를 3차원 공간이동 방식으로 탈출한 것을 의미한다.

앗, 여자는 사랑에 올인(all-in)한다던가. 부왕까지 배반 때린 공주는 어떻게 됐을까. 비련의 공주 아리아드네는 대륙에서 가까운 낙소스 섬 바닷가에서 그만 버림받는다. 그러나 번쩍이는 몸짱의 흐트러진 자세가 주신(酒神) 디오니소스의 눈에 바로 띈 것은 당연했겠다. 그 이후는 누구나 다 알지요, 바람쟁이 남신이 오갈 데 없는 그녀를 그냥 놔두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문화에는 밑그림을 구성하는 원형(archtype)이 있고, 이것은 시대를 초월하여 DNA처럼 유전된다. 다이달로스의 죽음뿐인 미궁도 그렇고, 아리아드네의 눈먼 사랑도 그런데, 그 원형은 꼭 블랙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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