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나를 울리는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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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나를 울리는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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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 밤을 고이 간직합시다. 왜 그런지 몰라도 오늘 밤 같은 밤이 또 있을까?”

훈이는 연지를 창가로 데리고 갔다.

고요하던 바다가 춤을 추고 달빛에 일렁이는 바닷물이 마치 은빛 나는 고기가 뛰노는 듯 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세요?”

연지는 훈이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몰라. 자꾸 그런 생각이”
“그런 생각하지 말아요. 우리는 지금 행복하잖아요.”

“밤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만 낮은 우리를 갈라놓고 있잖아. 다시 오지 않을 밤이라면 저 달을 잡아 두는 수밖에.”
“당신은 나에게 말했어요. 내가 달덩어리 같다고요. 나를 잡아 두면 되잖아요. 왜 나를 또 울리려고 하세요. 당신은 나를 울리는 마술사.”

연지는 훈이의 가슴을 두 손으로 두들겼다. 그리고는 석호를 쳐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눈물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물 맛이 어때?”
“눈물이 달면 나를 사랑하는 증거요. 눈물이 짜면 거짓의 눈물일거야.”

연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눈물 맛이 어떠냐니까?”

훈이가 재차 묻자 연지는 눈을 부릅뜨고 대답했다.

“꿀물처럼 달아요. 그렇게 그 대답이 듣고 싶었나요? 악 취미. 여자의 눈물이 단듯하지만 오뉴월 서리를 내리게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나를 버리고 가지는 못해요. 사랑해요. 나 버린다는 말을 제발 하지 말아요.”

연지의 말은 진실이었다. 처음은 친구로 지내볼까 생각했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훈이로부터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호탕하게 웃는 훈이의 얼굴, 나이 50이 넘었지만 끝없이 피어오르는 열정에 연지는 녹아내린 것이다. 장작불처럼 좀처럼 꺼지지 않는 훈이의 성욕에 모든 것을 뺏겨 버렸다. 연지는 마치 훈이가 개선장군에게 꽃다발을 걸어주듯 두 팔로 목을 감싸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훈이는 매달리는 지나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나 말이야. 당신을 잠재워 줄 수 있는 단 한 평의 땅도 가지고 있지 않아. 당장 당신이 우리 집을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잠재워 줄 수 있는 방도 없어.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 자신도 없고.”

훈이의 한숨소리가 크게 들렸다.

“당신에게 한 평의 땅이 없어도 수천 평 같은 당신의 가슴이 있잖아요. 잠재워 줄 수 있는 방이 없더라도 언제 어디서라도 잠들 수 있는 사랑방을 당신은 가지고 있어요. 그런 걱정 안 해도 돼요. 날 버리지만 말아줘요.”

연지는 침대에 엎드려 울었다.

“고마워. 다시는 당신에게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할게. 사실은 오늘 당신과 마지막 밤을 보내려고 했었어. 그리고는 당신을 놓아주려고 했지. 내가 잘못했어.”

훈이는 연지를 덥석 끌어안아 입술을 더듬었다.

“사랑해요.”

연지의 입술에서 웃음이 피어올랐다. 꼭 감은 눈에 말라붙은 눈물을 훈이는 핥고 있었다. 소금보다 더 짠 눈물이었지만 훈이는 열심히 핥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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