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훈이의 말에 다소 위안이 되었던지 연지는 식당 종업원이 보든지 말든지 훈이의 손을 꼭 잡았다. 연지에게는 훈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였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만날 때마다 훈이가 찔러주는 돈은 연지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당장 일요일에 목욕탕 가는 비용에서부터 아이들이 일요일이면 군것질하는 비용과 일주일에 차비는 언제든지 주었기에 싫어도 만나지 않을 수 없는 필요충분의 조건으로 연지는 토요일을 기다렸다.
만약 훈이와 싸움으로 헤어지는 날이나 이런 용돈도 받지 못하게 되는 날에는 일주일은 너무나 고통스럽기에 훈이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다시 말하면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연지는 쌈에 고기를 싸서 훈이의 입에 밀어 넣어 주었다. 한번도 남편의 입에 쌈을 싸서 입에 넣어 준적이 없는 연지는 목구멍으로 모두 음식이 넘어갈 때까지 씹고 있는 훈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연지는 무슨 말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친구의 이야기를 돌려대어 훈이의 마음을 꺼내보려고 했다.
“언젠가 노래방에 같이 갔던 수미 있잖아요. 그 애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었어요. 다섯 번째 애인을 구했는데 옷 사주지요. 이번에 마티즈까지 사주었다고 자랑했어요. 나도 운전 배울까 봐요. 면허는 있는데 주행만 하면 돼요.”
더 이상의 말을 들어볼 필요 없이 차를 사 달라는 말이었다. 훈이는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젊은 여자와 사랑하는 데는 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떤 미친년이 돈 안 쓰는 남자 뒤를 따라 다닐 리 없다는 것도 훈이는 잘 알고 있었다.
“알았어. 이번 일만 잘 되면 다이아몬드 반지쯤이야 문제 있나?”
고인이 된 영화배우 허장강씨가 다방 마담을 꼬실 때 쓰던 말이 훈이 입에서 나오자 연지는 입을 비죽거렸다. 연지는 이 말을 여러 차례 들었기 때문에 훈이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사실은 훈이에게는 기대는 일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매달 적금을 넣고 있는 이외에 로또복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훈이는 매주 월요일에는 로또복권을 샀다. 연지를 기다리는 토요일처럼 한 주일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부자 같은 일주일을 보낸다.
“해 줄 거예요?”
연지는 다짐이라도 받아낼 셈이었다.
“기다려. 내가 꼭 해줄게.”
자신 있는 훈이가 좋았다. 훈이가 약속을 어긴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조금 늦기는 하지만 부탁한 것은 꼭 지키려 노력했다. 얼마 전에는 아이 등록금이 없어 고민을 했는데 훈이가 먼저 말을 꺼내어 수표 한 장을 건네준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연지는 디저트로 나오는 커피 잔을 들고 훈의 옆으로 다가앉았다.
“나 있지. 이젠 당신 없이는 못살아.”
연지는 훈이의 얼굴에 볼을 갖다 대었다. 훈이가 은근히 기다리던 순간인지도 모른다. 훈이가 눈치를 살피면서 연지의 입술을 더듬자 연지는 슬며시 고개를 뒤로 늘어뜨렸다.
순간 고등학교 재학시절 자장면을 먹으러 중국집을 들어갔는데 중국집 주인이 혼잣말로 ‘우동에 가시가 있어? 우동이 먹고 아야 아야 해?’하고 중얼거리던 생각이 떠오르자 훈이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 웃음은 곧 연지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는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계 속]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