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찾기에 나서야 할 '올해의 선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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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찾기에 나서야 할 '올해의 선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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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나우도의 '올해의 선수'상 3관왕에 부쳐

 
   
  ^^^▲ 2002 FIFA '올해의 선수'상 시상식에서의 호나우도(左)와 올리버 칸(右)
ⓒ Reuters^^^
 
 

올 해 호나우도는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우선 긴 부상의 터널을 벗어나 수많은 팬들이 자신을 기다리는 그라운드로 나선 자체가 행복이겠고, '98년 좌절 후 그토록 갈망하던 월드컵 우승도 2002년 그에게 찾아 온 행복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현재 그에게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는 수상의 기쁨 역시 그에겐 빼놓을 수 없는 행복일 것이다.

영국의 축구 잡지 '월드 사커'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서 시작한 그의 연말 수상 경력은, 프랑스의 축구 잡지 "프랑스 풋볼"이 선정한 '올해의 유럽 선수(European Footballer of the Year)'를 거쳐 FIFA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 이른다. 2002년에 '올해의 선수'만 3번, 해트트릭인 셈이다. 그렇지만 이런 그의 독주에 이의를 제기하는 측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토탈 사커'의 창시자이자 완성자로 일컬어지고 있는 네덜란드의 전설 요한 크루이프는, 호나우도의 '올해의 유럽 선수' 수상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올해 초 그라운드에 복귀한 호나우도가 과연 유럽 리그에서 얼마만큼의 활약을 보여줬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프리미어의 아스날에서 꾸준히 자기 몫을 다하고 있는 티에리 앙리를 꼽았다. 앙리는 지난 시즌 득점왕에 오르며 팀의 프리미어 리그 우승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이번 시즌에도 9골을 기록하며 득점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호나우도냐, 앙리냐"를 가리기 전에, 이러한 크루이프의 의견을 통해 우리는 다른 각도로 이번 '올해의 선수'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올해의 유럽 선수'상과 FIFA의 '올해의 선수'상은 '95년 이후 무려 5번이나 한 선수를 동시에 지목했다. 이는, 동시 수상의 영예를 안은 단 한 명의 선수와 함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최고의 기라성들이 입신양명의 기회를 잃고 있다는 말이 된다. 서로 비슷한 기량을 가지고도 혹은 다른 포지션에서 최고의 기량을 펼치고도 일반인들에게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면, 이것은 분명 공평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이것은 물론 2관 왕의 주역들인 호나우도('97, '02), 조지 웨어('95년), 지단('98년), 히바우두('99년) 등에게 2관 왕이라는 것이 결코 과분하다는 뜻이 아니다. 이들은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집단에 속해야 마땅하며, 이들의 플레이를 기리기 위해서는 동시 수상이라는 영예도 모자라 명예의 전당이라도 만들어야 할 지경이다. 이미 세계는 '축구 황제'라는 수식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호나우도의 이름 앞에 내걸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축구라는 스포츠를 신화로 만들고 있는 선수들은, 결코 수상의 영예를 안은 소수에 국한되지 않으며, 이들은 순간순간 '황제'의 위엄에 대적할 만큼의 엄청난 기량을 내뿜는다. 이 같은 맥락에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축구 칼럼니스트 랍 휴즈의 의견은 재고해 볼 가치가 있다. 그는 얼마 전 영국의 'STRAIT TIMES'紙에서 현재와 같은 수상 시스템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스트라이커나 공격형 미드필더 등 골을 넣어 눈에 띄는 활약을 하는 선수들에 비해 수비수나 골키퍼 등의 포지션은 수상을 앞두고 실시되는 평가에서 상대적인 핸디캡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올리버 칸의 말을 인용하며 수상 기준의 개선을 주장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FIFA의 '올해의 선수'와 '올해의 유럽 선수'에 수비수는 단 한 명도 선정되지 못했다. 비록 FIFA가 지난 2002월드컵에서 8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오른 호나우도를 배제한 채, 골든볼을 올리버 칸에게 수여하는 '이변'을 선보였다고는 하나 이것으로 위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 호나우도는 2002년 '올해의 선수'상 3개를 독식했다
ⓒ GettyImage^^^
 
 

브라질의 로베르토 카를로스를 보라. 이번 '올해의 유럽 선수'상을 위한 투표에서 박빙의 2위로 아쉬운 고배를 마신 그는, 세계 최강 브라질의 왼쪽 수비를 10년 가까이 맡고 있다. 소속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그의 입지는 한층 확고하다. 그는 이탈리아 인터밀란에서 이적한 '96년부터 오늘날까지 부동의 레프트 백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그가 보여준 변함없는 플레이는 팀이 '90년대 세계 최고의 팀이 되는데 일조함은 물론이거니와 수비수의 새로운 전형(type)으로 자리잡았다. 그렇지만 그에겐 아직 이렇다할 개인적인 수상 경력이 없다.

이렇듯 유럽의 3대 빅 리그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프로 축구 클럽에서는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수많은 축구선수들이 그들의 관중들에게 엄청난 기쁨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있다. 또한,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엄청난 팀 공헌도를 가진 선수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나름의 전설을 만들어 가고 있다. 물론 많은 축구 팬들은 겉으로 드러난 천재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만큼 이들에게도 꾸준히 성원을 보내고 있지만, 일반인들을 비롯해 막 축구를 시작하는 어린 유·소년들에게 이들은 아직 올바르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각 포지션의 균등한 발전은 전체적인 축구 발전과 함께 경기력 향상에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각 포지션에 균등한 평가 시스템를 적용해, 이에 걸맞는 개인적 사례를 한다면 포지션의 균등한 발전과 아울러 궁극적으로 축구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경기력 향상을 가져와, FIFA가 그토록 원하는 축구의 (상업적) 성공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급작스럽고 체계적이지 못한 수상 기준의 변화는 자칫 '나눠먹기'식의 수상 결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물론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방법은 수상자를 결정하는 당사자들인, 협회 기술 위원들이나 저널리스트들(혹은 일반 축구 팬들)의 의식 구조를 전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중은 어쩔 수 없이 이미 주최측에 의해 '설정된 의제'를 놓고 선택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한 달 전 공표하는 후보자(candidate, nominated)는 주최측이 선정하는 것이고, 또한 이는 제한된 선택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주최측의 명확한 기준 제시는 현재와 같은 '몰아주기'를 막을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객관적 평가 시스템의 도입 등 구체적인 방안이 세워질 수 있겠지만 각 주최측이 자신들의 '올해의 선수'에 대한 정체성을 찾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5번이나 수상 선수가 겹쳤다는 것은, 그들 각자의 정체성이 모호함을 의미한다. 만약 그들이 수여하는 상(賞)의 성격이 비슷하고, 그 기준이 같다면 통합해 나름의 더 큰 의미를 부여하면 될 것이다.

'올해의 선수', 어찌 보면 말하기 좋아하고 이야기 거리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협회사람들과 관련 클럽 관계자, 서포터즈, 축구 전문 기자들만 어울려 시상을 하고 축배를 제안하며 끝내기에는 '올해의 선수'상과 축구라는 스포츠가 가지는 영향력이 너무 커져버렸다. 한 해를 마감하며 '올해의 선수'를 선정해 그에게 주목하는 것은 이제 축구인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서, 대중적인 뉴스 및 화제 거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협회 및 시상 주최측에서는 나름의 정체성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모두에서 언급한 요한 크루이프의 반박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의의를 지닌다. 물론 그 자신도 최고의 공격수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서인지, 호나우도의 수상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 '다른 관점에서 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앙리의 수상을 주장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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