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꽃에 매달려 글썽이는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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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꽃에 매달려 글썽이는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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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60>이태수 "얼음꽃"

빈 나뭇가지에 맺힌 얼음꽃들이
이른 아침 햇살을 받고 있다.
잠을 털고 막 뛰어내리는 햇발 사이로
새들이 퍼덕이며 샛길을 트고 있다.

내 마음도 덩달아 날갯짓하다가
차고 투명하게
얼음꽃에 매달려 맺히고 있다.

간밤엔 잠이 오지 않아 뒤척였는데
천장에 올라붙은 잠이 되려
새날이 밝도록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마을을 벗어난 눈길은
탱글탱글한 용수철 같다. 낮은 하늘에
포물선을 그리는 새의 흰 깃털 같다.

마을로 다시 돌아오는 동안에도
새들은 허공에 둥근 길을 트고 있었다.
얼음꽃들이 눈부시게 햇살을 받아 되쏘고
내 마음도 거기 매달려 글썽이고 있었다.

 

 
   
  ^^^▲ 가지산 계곡을 간지럽히며 흘러내리는 폭포
ⓒ 이종찬^^^
 
 

가까운 교외로 나가면 봄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응달 진 물꼬에서 은빛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허연 얼음꽃 아래에서도 졸졸졸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저만치 아침햇살이 희부연 안개를 물고 있는 논둑 곳곳에서는 금세라도 아지랑이가 연초록빛으로 가물가물 피어오를 것만 같다.

들녘을 가로질러 흐르는 얕은 시냇가 옆에 선 마른 나뭇가지에서 비비새 서너 마리 퍼더덕거리고 있다. 그 퍼득임 속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에서도 이내 연초록 빛이 비칠 것만 같다. 아직은 꽁꽁 얼어붙은 얼음장에 손을 박고 있는 버들강아지도 이내 기지개를 오소소 켜며 노오란 꽃망울을 터뜨릴 것만 같다.

저만치 들녘에 섬처럼 떠다니는 야트막한 산들이 겨드랑이에 쌓인 눈을 털어내며 뻐근한 몸을 비틀고 있다. 그 산에 뿌리 박고 있는 풀들도 마른 낙엽을 헤집으며 고개를 뾰쪽히 내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긴 겨울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나 보다. 자꾸만 눈을 부비고 있는 걸 보면.

봄이 오고 있다. 교외로 나갔다 "마을로 다시 돌아오는 동안에도/ 새들은 허공에 둥근 길을 트고 있었"고, 야트막한 산의 겨드랑이에 쌓인 눈들이 얼음꽃으로 변해 눈부신 빛을 쏘아대고 있다. 봄을 애타게 기다리는 내 마음도 어느새 얼음꽃이 되어 찬란한 햇살에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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